[농수축산신문=김창동 기자]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 이것은우리 민족이 가장 암울하고 슬픔에 차 있었을 때 울부짖은 외마디 소리다.
 

황성신보 장지연은 “이 날에 목놓아 우노라”며 민족의 울분을 토해냈다. 또 일제의 부당함을 만천하에 고했다.
 

삼베, 도포, 굴건제복은 말할 것 없이 상주가 입는 상복이다. 어머니, 아버지를 여윈 슬픔에 찬 상주가 “나는 죄인이로소이다”하며 입는 옷. 슬픔의 상징이다.
 

지난달 25일 우리 정부가 WTO(세계무역기국) 개발도상국가 지위 해제를 선언함에 따라 300만 농어민은 또다시 굴건제복의 모습으로 서울로 올라가 방성대곡하기 시작했다. 슬프기 때문이다. 그렇게 저지해 온 쌀 개방을 포함한 주요 농산물의 관세화가 끝나는 순간이다. 농업인으로서는 생명선이 무너지는 형국이다. 그래서 두렵고 슬프다. 그러니 또 행동하려는 거다
  지금은 막바지 가을걷이 시간으로 다수의 농업인이 참여하지 못하고 있지만 벼 수매와 저장이 끝나는 12월 한 겨울이 오면 성난 농업인들이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농업인들은 단순하다. 구구한 이론을 대려하지 않는다. 아닌 것은 아니고, 그른 것은 그르다며 몸으로 맞선다.
 

1993년 12월 수십년 간 수십 번의 협상 끝에 우르과이에서 합의를 도출한 UR(우루과이라운드). 그러나 세계 농업인들은 반대했다. 반대 표현의 최 정점은 2003년 멕시코 칸쿤 광장에서 열린 ‘국제농민 행동의 날’ 행사에서다. 우리나라 이경해 열사가 “WTO가 전체 농업인을 다 죽인다”며 할복자살했다. 우리민족 최대명절인 추석을 하루 앞둔 날이였다. 차례상을 차려놓고 맞은 열사의 비보는 그야말로 농업인의 크나 큰 슬픔이며 아픔이었다.
 

그 시절 도하 신문은 연일 UR타결 사실과 향후 대책 등을 대서특필했다. 당시 국회는 제 14대 국회, 김종기 위원장이 이끄는 농림수산위 상임위도 심각햇다. 국회 앞 여의도에서는 농업인 시위가 연일 계속됐다. 그 와중에 속개된 국회 농림수산위. 무주진안장수출신 초선의원 이 아무개가 “천만 농어민이 울고 있는 이때 우리 농림수산위원회가 일요일이라고 쉬어서야 되겠는냐. 일요일에도 상임위를 계속하자”고 우기다가 위원장의 심한 힐난을 받자 머리띠를 두르고 항의하던 해프닝. 그만큼 모든 분야에서 진지하고 심각함이 있었던 때다.
 

그 후 국민여론과 정부, 국회의 힘으로 20년간 150조원이 넘는 돈이 농촌에 수혈되며 우리 농수축산업은 오늘의 모습과 틀을 이만큼 잡아 줬지만 개도국 지위박탈과 해지는 농업인 입장에서는 또 다시 방성대곡하지 않을 수 없는 대 충격이다. 
 

내년 4월 총선에 농심이 어디로 틜지 모른다. 정치권은 뒷북행정이나마 어르기 작전을 구사하는 모습이다. 충남도는 발 빠른 자구책과 지원대책을 내놨다. 농심 달래기에는 중앙정부, 지자체, 여야 구분이 없다. 아스팔트 위 농심, 그 농심이 들끓는다. 표심이 뒤엉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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