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용 서울대학교 교수

2019년 9월 17일 경기도 파주에서 발생한 ASF로 인해 전국의 양돈관련산업 종사자들은 걱정과 초조한 마음으로 생업을 지켜왔다. 민통선 접경지역에 위치한 많은 양돈장의 돼지들은 정부의 초강경 방역정책으로 예방적 안락사의 대상이 되었고, 민통선내의 멧돼지에서는 여전히 ASF바이러스가 발견되고 있다.  다행히 10월 9일 이후에는 양돈장에서의 ASF발생이 없어서 걱정은 줄어들고 있지만, 향후 ASF 이후의 국내 축산업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이미 2018년 8월 ASF가 발생한 중국에서는 전국에서 사육중인 돼지의 약 절반이 ASF로 인해 폐사하거나 안락사되어 국내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돼지고기값은 kg당 7500원을 넘어섰고, 일부 지역은 8000원에까지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중국에서는 돼지고기가격이 급등하므로, 비육돈의 도축체중이 점차 낮아져서 생체중 94kg정도까지 낮아진 실정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내 전체소비량의 약 1/3은 수입산 돼지고기로 충당하고 있으므로, 돼지고기 수출국의 동향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당장 2020년 수입산 돼지고기의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이에 대한 대응책을 정부나 양돈업계에서는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 중국에서도 ASF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환경문제를 이유로 양돈장의 폐쇄하거나 소규모 농장의 자진 폐업을 중국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유도했다.

하지만 ASF의 발생으로 중국의 돼지고기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가격이 폭등하고, 중국과 미국간의 무역전쟁으로 인해 수입산 돼지고기의 수급에도 어려워지면서 폐업했던 양돈장들에게 다시 양돈장을 시작하라고 정부에서 권장까지 하고 있다. 양돈농가당 최대 4억5000만원까지 지원하고, 모돈 1마리당 20만원씩 보조를 하는 적극적인 양돈업 장려정책까지 시도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ASF로 인해 민통선 접경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의 광역자치단체별로 돼지 및 분뇨의 이동제한이 오랫동안 지속됨에 따라 비육돈의 홍수출하로 농가들의 수취가격이 터무니없이 낮아 농가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하지만 내년 상반기부터 수입 돼지고기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다면 국내산 돼지고기로는 현재 우리나라의 돼지고기 소비량조차 충족시킬 수 없게 될 것이다.  돼지고기가 주식인 중국의 경우와는 똑같이 비교할 수 없겠지만, 국내에서 돼지고기의 공급부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전제로 축산정책을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정부나 업체들은 폭락한 국내산 돼지고기를 수매 비축하면서 2020년 수입 돼지고기가 줄어들 때를 대비하는 것도 지혜로운 방법이 될 것이다.  
 

사료산업도 ASF로 인해 차량통제가 현실화 되고 있으므로, 지역별로 차량을 배치하여 가능한 광역자치단체의 경계를 넘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여러 지역에 사료공장을 가지고 있지 못한 업체들은 업체별로 비상시 사료공급의 비상계획을 수립할 뿐만 아니라, 타 업체들과의 협력도 적극 준비하여야 할 것이다. 
 

양돈농가들은 이번 ASF를 겪으면서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질병이 발생하였을 때 가장 문제가 되는 분뇨처리의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외국자료에 따르면 ASF바이러스가 분뇨에 감염되었을 경우 약 45일정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이제는 국내 양돈장들은 갑작스런 질병이 발생하였을 때, 분뇨가 양돈장내에 쌓여 문제가 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일정 규모이상의 농장들은 자체적으로 분뇨의 정화장시설을 반드시 갖추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그리고 양돈장마다 아직 갖추어지지 못한 농장의 울타리설치작업도 빠른 시간내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에서도 양돈농가들에게 생균제, 약품비 지원 등은 한시적으로 중단하고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재원은 양돈장의 정화장 및 울타리 설치에 최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ASF의 발생으로 인해 국내 양돈업계는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고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어려울 때 살아남는 농장이 진정 강한 농장이다’라는 말이 지금이야 말로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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