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해남 제주대 생물산업학부 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 

모든 음식은 소화기관을 통과하면 부숙되기 좋은 조건으로 변한다. 부숙이 잘 되면 토양과 작물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래서 인류는 수 천 년 전부터 동물의 배설물을 퇴비 원료로 사용해왔다. 이 원칙은 앞으로도 지켜져야 한다.

지렁이 배설물인 분변토가 좋은 것은 누구나 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지렁이를 “땅의 창자”라고 했다. 찰스 다윈은 세계 역사에서 가장 큰 역할은 지렁이라고 했다.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는 징그럽게 보이는 지렁이를 신성하다고 했다. 지렁이를 칭찬한 이유는 단순하다.

지렁이가 음식을 먹고 소화기관을 통과하면서 나온 배설물이 토양과 작물에 이롭기 때문이다. 
 

모든 음식은 동물의 소화기관을 통과하고 배설하면서 미생물에 의해 부숙이 잘 되는 조건으로 바뀌고 토양과 작물에 도움을 준다.

그래서 인류는 가축을 기르면서부터 배설물을 부숙시켜 작물을 재배하는데 사용했다. 그 것이 퇴비다.
 

가축의 소화기관을 통과했다고 같은 배설물이 아니다.

소화기관은 구강-이-혀-인두-식도-위-장(소장, 대장, 맹장, 직장) 등으로 나뉘고 여기에 침샘-간-이자-위샘 등에서 소화액이 나오는데, 가축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소화기관을 통과하느냐에 따라 토양과 작물에 미치는 효과가 다르다.
 

소와 같은 초식동물은 풀에서 최대의 영양분을 얻어낼 수 있다.

소는 위가 네 개다. 맷돌 같은 이빨로 반쯤 씹어서 첫 번째 위에 저장해두면 박테리아와 같은 미생물들이 섬유소를 분해해서 소화시킨다.

그걸 다시 토해내 씹고 삼키는 것을 몇 번 반복해 되새김질을 한다. 그래서 반추동물이라고 한다. 초식동물은 소화기관의 길이도 길고 소화액도 많이 분비돼 섞이기 때문에 소와 같은 가축의 배설물은 퇴비 원료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닭은 곡류도 먹지만 육식동물에 속한다. 부리는 있지만 이가 없는 닭은 모이를 저장하는 모이주머니와 먹이를 부수는 모래주머니가 있다.

육식동물은 소화액도 다른 동물보다 강한 산을 분비하고 초식동물처럼 오래 씹지 않고 빨리 위장으로 넘긴다. 닭은 단백질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먹기 때문에 배설물의 영양성분은 초식동물보다 많지만 더 구린 냄새가 난다. 돼지의 배설물은 초식과 육식의 중간 성질을 갖고 있다. 
 

이렇게 가축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가축의 배설물은 소화기관을 통과하면서 발효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는다. 그래서 인류의 조상들은 가축분을 잘 부숙시켜 퇴비라는 비료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음식물류 폐기물은 다르다. 동물의 소화기관을 통과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양 가치는 가축분과 비슷해도 통에 넣어두면 부패가 시작된다.

가축 배설물은 발효되기 위한 모든 조건을 갖췄지만 음식물류 폐기물은 발효보다는 부패가 잘 되는 재료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에 음식물류폐기물을 가축분과 같은 품질의 퇴비 재료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이에 음식물류폐기물 등 다른 재료보다 가축분의 사용을 늘리는 퇴비지원 정책이 요구된다. 동물의 소화기관과 음식물류 폐기물을 보관하는 통의 차이를 알고 관련 정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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