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장어 위판의무화, 어업인 옥죄는 규제로 변질

[초점] 뱀장어위판의무화, 성과와 한계는
신속한 대금결제 '만족' 사매매는 '여전'
직거래판로개척·브랜드화 등 어가들의 다양시도에도 가격에 미반영…차별화 전략 '무용지물'
김동호 기자l승인2019.11.1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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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뱀장어가 위판의무화 품목으로 지정된 지 1년 반이 돼가고 있다.

위판의무화는 거래정보의 부족문제를 해소하고 어업인에게 불리한 거래관행을 근절하고자 시행됐다. 하지만 시행기간 내내 ‘사매매’가 이어지고 있으며 제도 시행 초기부터 제기됐던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이에 뱀장어위판의무화의 성과와 한계에 대해 살펴본다.

 

# 신속한 대금결제는 ‘만족’

어업인들은 뱀장어위판의무화의 취지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며 신속한 대금결제에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

2016년 개정된 수산물 유통의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거래정보의 부족으로 가격교란이 심한 수산물로서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수산물은 위판장 외의 장소에서 매매 또는 거래해서는 안된다. 법률개정 당시 민물장어양식수협에서는 위판의무화를 통해 중간 유통인들의 가격 교란행위와 ‘미수접기’로 불리는 잘못된 유통관행을 근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민물장어양식수협은 위판의무화가 시행될 경우 자체적으로 안전성 검사를 실시, 소비자들에게 안전하고 품질좋은 뱀장어를 공급하게 될 것이라며 위판의무화에 찬성 입장을 보였다.

특히 어업인들은 위판장에서 거래할 경우 판매대금을 조속한 시일 내에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만족을 표하고 있다. 기존의 거래관행에서는 출하 이후 보름이상 지나야 물품대금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 경매 없는 위판…생산자 옥죄는 도구로

뱀장어 위판이 의무화됐지만 정작 위판과정에서는 제대로 된 경매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질적인 경매가 있을 경우 가격이 위판과정에서 결정돼야 하지만 뱀장어 가격은 중도매인과 생산자의 협의로 결정된다. 가격결정구조는 위판의무화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셈이다.

이와 함께 당시 민물장어양식수협에서는 위판을 하게 되면 조합이 안전성검사를 실시, 더욱 안전하고 질좋은 뱀장어를 소비자에게 공급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민물장어양식수협에서는 위판과정에서 별도의 안전성검사를 실시하지 않으며 국립수산과학원이 정례적으로 실시하는 안전성검사 등의 자료를 받는 수준으로 대체하고 있다.

반면 뱀장어 위판의무화가 오히려 어업인을 옥죄고 있다.

민물장어유통위원회는 이달 들어 출하중지를 결의했다. 표면적으로 ‘미수접기’로 불리는 유통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장외거래 처벌’이라는 구호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유통위원회는 출하중지 중 위판을 할 경우 위판을 한 어가의 정보를 전면 공개하겠다며 엄포를 놨다. 또한 사매매를 하거나, 직계가족이 운영하는 식당 이외에 납품하는 양식어가는 처벌대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민물장어유통위원회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위판중지가 시행되는 11월 1일부터 위판을 진행한 어가들의 정보를 전면 공개하겠다”며 “또한 불법장외거래자에 대한 처벌 또한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산물 유통법 개정안의 취지는 가격정보의 부족으로 가격교란이 심각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지만 오히려 사매매가 더욱 음성화되고 실질적인 거래가격역시 가려지게 된 것이다. 이 가운데 위판을 하지 않을 경우 이는 처벌대상이라는 점을 공공연하게 밝히면서 위판의무화가 생산자를 옥죄는 도구가 되고 있다.

민물장어양식수협의 한 조합원은 “출하를 하면 망신주기 식으로 정보를 공개한다, 사매매를 하면 처벌한다고 그러는데 이건 칼만 안들었지 협박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라며 “사료대금이나 전기세 등 내야 하는 돈은 꼬박꼬박 시일이 돌아오는데 출하를 못하면 자금력이 약한 소규모 양만장이 가장 먼저 나가떨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 망가지는 ‘브랜드’

뱀장어 위판의무화의 유탄을 맞은 것은 브랜드화를 이룬 경영체들이다.

양식어업인들 중 일부는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독특한 사육방식 등으로 브랜드를 만들거나 직거래를 추진하고 있다. 브랜드화에 성공한 경영체는 직접 운영하는 식당에서 판매하거나 장기간 거래를 이어온 식당 등에 직접 납품하고 있다. 이중 직접 운영하는 식당 또는 직계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에 납품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타인의 식당에 납품하는 것은 처벌대상이 된다.

반면 위판을 할 경우 브랜드를 만들고 차별화했다하더라도 다른 양만장들과 동일한 가격을 받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장 브랜드를 갖췄거나 차별화에 성공한 어업인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전남의 한 뱀장어 양식어업인은 “규모가 작은 어가들은 살아남기 위해 직접 식당을 운영하거나 직거래 판로 개척, 브랜드화 등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위판가격에서는 소규모 어가들의 이런 노력들이 가격에 전혀 반영되지 않으며 식당에 납품하는 것도 제한을 받고 있어 브랜드나 차별화 전략 같은 게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어업인은 “유통위원회 등에서는 덤핑으로 거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식당으로의 납품도 처벌대상이라고 겁박을 하는데 덤핑을 하기 위해 대금결제도 훨씬 느리게 이뤄지는 식당에 납품하는 사람이 어딨겠나”라며 “위판의무화라는 이름으로 차별화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더불어 생산자 중 일부는 식당에 직접 납품하거나 알음알음 판매하면서 주위의 이웃 양식어가의 물량도 대신 팔아주고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위판의무화로 이 역시 금지됐다”며 “모세혈관과 같은 역할을 해주던 사람들이 없어지니 소비에도 당연히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해수부, 내년 7월에 규제 재검토

뱀장어 위판의무화에 대한 만족과 불만이 동시에 나오는 가운데 해수부는 내년 7월 이뤄질 규제 재검토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규제개혁위원회에서는 뱀장어를 위판의무화 품목으로 지정하도록 하는 해수부령에 대해 2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고 추후 성과 등을 다시 평가해 연장여부를 결정토록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해수부는 규제재검토와 관련한 연구용역을 발주, 이달 하순부터 관련 연구에 본격나서기로 했다.

해수부 유통정책과 관계자는 “뱀장어 위판의무화는 도입당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어업인간 의견차가 매우 크다”며 “이번에 실시되는 연구용역에서는 내년에 예정된 규제 재검토에 앞서 이제까지 제도 운영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수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어업인들이 단순히 신속하게 대금결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에만 만족하는 것이라면 제도를 운영할 실익이 없을 것”이라며 “이번에 실시되는 연구에서는 제도 시행이후 양만산업의 전체 매출액, 출하량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연장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호 기자  kdh0529@af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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