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규제 강화추세…농약 수입 까다로워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최근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이 사실상 타결된 가운데 환태평양지역 국가들의 농업 현황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베트남 하노이에서 베트남 농업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 뷔 카오 컹 뚜이 컹 사장이 지역 농업인에게 약제 처방을 해주며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 인구 60% 이상 농촌 거주

베트남은 전체 인구 9600만명의 60% 이상이 농촌지역에 거주하며 농업 종사자의 비중 역시 전체 노동인구의 절반에 육박한다. 남북으로 긴 지형 탓에 열대, 아열대, 온대 기후를 두루 갖고 있다. 연 평균 기온은 23도로 겨울철에도 평균 15.5도로 따뜻하다. 남부지역에서는 벼의 4기작까지도 가능하지만 대체로 2~3기작을 하며 북쪽에서는 고랭지작물을 재배하기도 한다. 감소세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농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며 쌀, 커피, 후추 등은 세계 시장에서 1~2위를 다툴 정도의 수출 강국이다.

 

# 근로자 대비 낮은 농업 소득

이번에 방문한 지역은 하노이 시내에서 차로 1시간 가량 떨어진 근교였음에도 불구하고 급속도로 도시화가 진행 중인 하노이 중심지와 달리 농경지가 넓게 자리하고 있었다. 바나나, 자몽, 벼, 옥수수 등을 주로 재배하며 지역 주민의 대다수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1993년 ‘토지 전민소유제’를 전제로 토지 사용권 제도를 입법화했다. 이에 따라 국민들은 토지를 분배받아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됐다.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농업인의 경우 1인당 평균 360㎡(약 110평) 가량의 농지를 소유하고 있으며, 1번의 수확으로 올리는 소득은 2만원 내외로 적다. 농가소득 역시 구성원수와 여러 차례 수확한다는 점을 고려해도 베트남 근로자의 평균인 30만원 수준에도 훨씬 못 미친다.

▲ 저울로 무게를 달아 판매하고 있는 비료.

# 소포장 약제 판매 많아

베트남 농약(작물보호제)을 비롯한 농자재 유통은 최근 정치적인 이유로 환경과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 비해서는 자유로운 편이다.

하노이 인근 단푸엉 현의 가장 큰 시판 중 하나인 ‘뚜이 컹(Thuy Cuong)’에서는 200여종의 농약 제품들과 비료를 판매하고 있었다. 특히 10㎖, 100㎖ 등 소포장 농약 제품이 많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판매가격은 100㎖ 기준 1250원 정도인데 이러한 가격은 시판에서 자유롭게 책정한다고 했다. 비료를 무게를 달아 kg 단위로 판매하는 것도 이색적이었다.

뷔 카오 컹(Bui Cao Cuong) 뚜이 컹 사장은 “지역 특성상 도열병약이나 벌레 등 벼 관련 제품들과 토마토잿빛곰팡이병 제품, 세균성점무늬병 제품 등 곰팡이병 관련 제품이 많이 팔린다”며 “가격은 자율적으로 책정되지만 통상 도매에서 15~20%, 소매에서 10% 정도의 마진율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 구입은 쉽지만 수입은 어려워

실제 베트남에선 습한 기후 탓에 살균제가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 황 민 녹(Hoang Minh Ngoc) 신젠타베트남 영업지점장(Regional Sales Manager)에 따르면 베트남에서는 4500여종의 농약이 유통되고 있으며 살균제, 살충제 등의 순으로 높은 거래 비중을 보이고 있다. 전체 농약시장 규모는 수입액 기준 7억달러 정도로 농가소득대비 적지 않은 규모다.

황 민 녹 지점장은 “베트남에서 농약을 구입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수입 과정이 까다롭다”며 “지역에 따라 기후나 토양이 달라 재배작물이 다양한 만큼 지역별로 판매되는 제품군의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 자유로운 농약 포장 디자인

농약 병뚜껑 색도 제각각이었다. 우리나라는 녹색은 살충제, 분홍색은 살균제, 노란색은 제초제로 색깔만 봐도 어떤 제품인지 한눈에 확인이 가능하다. 반면 베트남에는 이러한 규정이 없어 제조사에서 자유롭게 색을 정해 사용할 수 있다.

또한 포장지나 라벨에 적힌 설명도 많지 않았다. 제품명, 제조사, 용량, 성분, 사용방법 등 비교적 간단하게 돼 있었으며 안전사용과 관련해서는 그림문자가 활용되고 있었다.

농약의 안전성과 관련한 질문에 뷔 카오 컹 사장은 “어린 아이도 쉽게 구입할 수 있지만 농약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며 “음독사고는 어린이나 노인이 아니라 삶을 비관하는 어른들에게서 일어난다”고 답했다.

▲ 비료 등 농자재가 적재된 투안 트랑 시판의 모습. 안쪽에는 자몽 농장과 바 오안 사장의 자택이 있다.

# 아직은 먼 기계화

다음으로 찾은 푹토 현의 시판 ‘투안 트랑(Tuan Trang)’에서는 자몽 농장도 살펴볼 수 있었다. 바 오안(Ba Oanh) 투안 트랑 사장은 농약과 비료를 판매하면서 1700㎡ 규모로 자몽을 25년째 재배하고 있었다. 푹토 지역은 자몽을 재배하는 농가가 많았으며 어른 머리통만한 크기의 자몽이 개당 1500원선에서 판매된다고 전했다.

바 오안 사장은 “농산물 판매는 도매나 소매로 이뤄지고, 소매가 조금 더 비싸게 팔린다”며 “기계화가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아직 농촌에서는 농업인들이 직접 손으로 심고, 방제하고, 수확하는 게 대부분이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