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호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
우리 농업은 세계와의 소통을 바탕으로 시대를 항해하고 있다.
지난 10월 25일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그동안 농업분야에서 인정받았던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지 않기로 발표했다.
앞서 대만이나 브라질, 싱가포르 등도 개도국 지위 유지 변경을 선언했다.
관세나 보조금 지급 등 기존의 조건과는 다른 새로운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국내뿐만이 아닌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농업정책이 더욱 절실히 필요한 시기다.
종자 산업은 ‘미래의 반도체’라고 불릴 만큼 고부가가치가 큰 산업이다. 생물이 번식하는데 필요한 기본인 종자 뒤에 ‘전쟁’이라는 단어가 붙기도 하는데 종자 1g이 금보다 비싼 것도 있기 때문에 무기 없는 전쟁 ‘종자 전쟁’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우리나라 역시 고부가가치가 높은 미래형 종자를 개발해 해외수출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정부는 산학연 공동으로 2012년부터 2021년까지 골든시드프로젝트(이하 GSP)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글로벌 종자 강국 도약을 위해 식량, 원예, 채소, 종축, 수산 5개 분야의 종자개발 연구 프로젝트다.
채소나 원예 종자는 민간에서 수출 사례가 있었지만 식량 분야는 해외시장 개척이 전무하다시피 했다.
이번 GSP 사업을 계기로 우리가 개발한 벼, 감자, 옥수수 3개 작목의 종자를 세계시장에 선보여 사업 종료 연도인 2021년까지 총 2,600만 달러 이상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수출 대상국에 맞는 종자 개발을 위해 현지 품종육성의 노력으로 현재까지 약 26여 품종이 개발됐고 베트남(벼, 옥수수), 카자흐스탄(감자), 인도(옥수수) 등 주요 수출대상 9개국에 품종 출원 및 등록 절차가 진행 중이다.
세계 각국의 신선농산물과 가공 농식품의 소비시장 분석을 통해 각 나라의 식품 트렌드와 연계하여 수출시장을 선제적으로 찾는 연구를 할 필요도 있다. 중국 시장에서 찰진 밥맛을 지닌 자포니카 쌀 ‘도화향2호’가 고가로 판매되는 것에 착안해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밥맛은 차지고 쌀 모양은 기다란 자포니카형 ‘전주625호’ 우수계통 육성에 성공했다. 이 외에도 수출을 겨냥한 다양한 기능성 쌀과 가공용에 적합한 육종 소재를 많이 개발하고 있다. 세계 수출시장을 고려한 차별화 및 다양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앞으로 쌀 수출시장 확대에 기여할 것이다.
앞서 이야기 한 GSP 사업처럼 국가기관과 대학, 민간기관간의 전문 인력이 국가적인 중요한 사업에 공동으로 참여함으로서 연구역량이 강화됐다. 국가기관이 선도하던 농업과학기술이 민간기업과 협력해 시너지를 내고 있어 고무적이다.
이처럼 전문 인력과 기술이 한자리에 결집돼 다양한 기후대에 적응하는 식량자원과 우수품종육성, 농산물 가공품의 개발로 수출확대의 성과로 이어지며 급변하는 환경에 신속히 대응하고, 넓어진 세계 시장에서 당당히 어깨를 겨루는 경쟁력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농업분야에서 개발도상국이 누리던 조건에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더라도 지혜롭게 항해해나갈 힘과 저력이 우리에게 있다. 우리의 농업도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농업관련 모든 기관과 종사자가 하나가 되도록 힘을 모을 때이다.
훌륭한 돛을 가진 배는 바람을 이용해 동력을 얻고 아무리 거센 파도라도 슬기롭게 헤치고 나아갈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이해 우리의 융복합 농업연구가 세계를 항해하는 농업 농촌에 든든한 돛이 될 수 있도록 변화의 물살을 읽고 세계를 향해 매진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