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개편에 따른 비용부담과 현장선 혼선
포장지만 바꾼다고 개선 안돼

▲ 라벨에 너무 많은 정보를 담으려다보니 다중라벨로 변할 수밖에 없게 된 농약 포장지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 (上) 근본해결 없는 겉핥기 대책
- (下) 시대변화와 요구에 부응해야

농촌진흥청은 지난 22일 농진청 본관 국제회의실에서 ‘농약 포장지 표시기준 개선 공청회’를 개최했다.

농진청은 PLS(농약허용기준강화제도) 전면시행에 맞춰 농약(작물보호제) 포장지를 변경해 올바른 농약사용과 안전사고 예방 등에 대한 인식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농약사용과 관련한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에 접근하지 않은 채 단순히 포장지만을 바꿔서는 농약 관련 문제제기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 우려했다.

농약 포장지 표시기준 변경과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을 정리해봤다.

# 왜 변경하는가?

공청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진청은 이번 농약 포장지 표시기준은 PLS 시행에 따라 농업인이 올바르게 농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전달을 위한 개선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변경 취지를 설명했다. ‘농약병과 물병(음료수병)을 혼동해 음독하는 사고를 방지해야 한다’는 국회의 요구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농진청이 이번 포장지 변경을 위해 연구용역을 맡긴 아주대 산학협력단은 지난 7월 최종보고서에서 연구배경으로 농약 오남용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그 발생 원인으로 농약 포장지 표시를 지목했다.

농약의 올바른 사용도 중요하고, 오남용과 관련한 안전사용도 중요한 이슈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불과 몇 달 사이에 별도의 연구용역도 없이 고시가 바뀐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만큼 국회의 요구 때문에 변경된다는 지적을 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효과는 있는가?

2007년 정부가 관리를 시작하면서부터 농약 포장지는 거의 2년에 한 번 꼴로 변경됐다. 잦은 개편에 따른 비용부담과 함께 현장에서의 혼선은 피할 수 없었다. 아주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포장지 표시정보를 읽지 않는다는 응답이 10.1%였다.

또한 대표적인 포장지 디자인 변경 내용으로 독성정도를 나타내는 색띠에 대해 모른다는 응답자는 42.9%였으며, 약제종류별로 다르게 사용되는 용기마개색에 대해서도 25.6%가 모른다고 답했다.

농약 포장지 변경은 다수의 편의를 위함이 아니라 관련 정보에 소외되거나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정책적 배려 성격이 강하다. 때문에 이번 농약 포장 변경을 통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관련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되느냐가 아니라 그동안 정보에서 소외됐던 이들의 활용도를 어떻게 높일 수 있느냐에 보다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이에 많은 관계자들은 농촌의 고령 농업인들의 정보 접근성과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방향으로의 개선을 강조하고 있다.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정책연구실장은 “농업 현장에 대한 이해 없이 포장지만을 바꾼다면 앞으로도 개선요구는 지속될 것이다”며 “왜 농약 관련 오남용 문제가 지속되는지,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시스템적인 개선 등 근본적인 해결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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