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딱 1년 전쯤이다. 농협중앙회 농업경제지주는 농약(작물보호제) 제조사들과 2019년 농약 계통구매 협의를 진행하면서 ‘진짜 농약가격’을 인하하겠다고 공언(公言)했다.

이에 12개사 1224개 품목(약 6100억원 규모)에 대해 5% 이상의 구매가격을 인하할 수 있었다. 이는 회원조합에 지급되던 판매장려금을 가격인하로 대체한다는 계획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한 회원조합은 조합원의 이용고 배당을 농약가격으로 선할인해 추가 가격인하를 유도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제조사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실제 농업인이 이용하는 농약가격은 낮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약속들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회원조합들은 지급받지 않기로 했던 판매장려금을 농협중앙회 농업경제지주가 아닌 제조사에 요구하기 시작했다. 농협을 믿었던 제조사들은 크게 당황했다. 수년째 가격을 인하해왔으며 올해의 경우 매출마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회원조합의 이러한 요구는 여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 농업경제지주는 이러한 사정을 알고도 해결방안을 제시하거나 중재에 나서지 않았다. 제조사와 회원조합 간의 문제라고만 답했다. 이를 두고 어떤 이는 ‘농협의 갑질’이라고 분노했고, 또 다른 어떤 이는 ‘예정된 결과’라고 자조했다. 농업인을 위한 상생을 강조했지만 정작 농협은 하나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비난도 일었다. 공언(公言)이 공언(空言)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다시 2020년 농약 계통구매 협의를 진행하는 시기가 됐다.

농협중앙회 농업경제지주가 제조사들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는 가운데 올해는 농약 계통구매단가 인하를 위해 어떠한 제안을 해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농업인을 위한 농자재 가격 인하는 필요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해서는 안 된다. 농협은 농업인의 대표 조직으로서의 명예와 신의를 지켜나가는 가운데 농업인을 위한 활동을 수행함은 물론 전·후방 산업의 우산이 돼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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