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지 누가 읽나...'농약' 핵심정보만 강조해야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 (上) 근본해결 없는 겉핥기 대책
- (下) 시대변화와 요구에 부응해야

 

농약 오남용 해결 위해 
쓰다남은 농약·빈병 회수 
문제부터 해결을

 

농촌진흥청에서 추진 중인 농약(작물보호제) 포장지 변경과 관련해 필요성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실효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변경의 목적이 불분명하고, 2년에 한번 꼴로 농약 포장지가 수차례 변경됐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만큼 향후 변경을 할 경우에는 잦은 변경이 이뤄지지 않도록 현장의 문제를 최대한 보완해 신중히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어차피 안 읽는데 글자 크기가 무슨 소용

이번 농약 포장지 변경과 관련해 농진청에서는 오남용 방지를 통한 안전한 사용과 PLS(농약허용기준강화제도) 시행에 따른 정보제공을 강조했다. 전달해야 할 정보가 많아지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글자 크기를 확대하겠다는 일관된 입장이었다. 이에 따라 농진청은 최근 열린 공청회에서도 소위 최종(안)에 대해 ‘글자 크기를 크게 하되 업계의 부담을 최소화 했다’고 설명했다. 다중라벨이나 북라벨 등으로 바뀌는 부분에 대해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글자 크기를 크게 해 가독성을 높이고, PLS 전면시행에 따른 등록사항 등 다양한 정보를 모두 포장지에 담아 농업인이 알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러한 농진청의 주장에 많은 의구심을 전한다. ‘지금도 안 보는 포장지 설명서인데 내용이 더 많아지면 누가 보겠느냐’는 것이다.

공청회에 참석한 한 농업인은 “김제 농업인의 평균 연령은 75세로 대부분 상표이름조차 관심이 없는데 그 설명을 누가 읽겠느냐”며 “약국에서 약을 살 때처럼 봉투에 매직으로 ‘무슨 약’이라고 적어주는 게 보다 효과적이다”고 꼬집었다.

 

농약병 관리·회수 시스템 체계화가 우선

농약 오남용 문제의 경우 포장지에 무엇을 적느냐 보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농약 오남용이 문제가 되는 근본 원인 가운데 하나는 ‘농촌에 사용하고 남은 농약병이 있다’는 것으로 이로 인한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은 농약병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교육하고, 빈병 회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정책연구실장은 “농약병은 별도의 함을 갖춰 관리하도록 돼 있는데 현장에서 이러한 부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창고 등에서 보관되는 경우가 많다”며 “빈병 역시도 논·밭에서 굴러다니고 있는 만큼 향후 안전 문제뿐만 아니라 토양오염 문제도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농약 빈병 회수를 위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 ‘쌓아두면 처리한다’는 식인데 비라도 오면 어쩌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수거 역시 농협에 맡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안전한 관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필수 정보는 확실하게 추가정보는 다양한 경로로

정보 전달에 대해서도 ‘농약’이라는 점 등 핵심적인 부분만 강조하고, 세부적인 정보제공은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요구된다는 의견이 많은 상황이다. 특히 고령, 무관심, 관행사용 등 다양한 이유로 농업인들이 포장지 설명을 적극적으로 읽는 경우가 많지 않으며 적극적으로 정보를 원하는 이들은 한국작물보호협회에서 발간해 시판, 농협 등에 비치된 지침서나 최신 기술이 접목된 다양한 방법으로 확인이 가능하는 것이다.

농업계 한 관계자는 “국회에서 음료수병(물병)과의 혼동 문제를 제기한 것은 ‘농약’이라는 표시를 확실히 하라는 메시지로 해석되는데 왜 일이 이렇게 복잡해졌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정작 중요한 ‘농약’이라는 메시지만 제대로 전달되게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신원택 전국작물보호제유통협회 중앙회장은 “전달하는 내용이 많아 지다보니 별지 얘기가 나오는데 별지를 나눠줘봐야 농업인이 읽지는 않는다”며 “보다 구체적인 정보는 바코드나 QR코드 등을 통해서 전달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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