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구 동국대 식품산업관리학과 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속담만큼 도매시장의 현실을 잘 나타내고 있는 속담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공영농수산물도매시장은 분명 생산자와 소비자 보호라는 고유의 임무를 띠고 출범했으며 그러한 정당성 때문에 천문학적인 세금이 투자된 공영도매시장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매시장을 바라보는 눈은 차갑기만 하다. 과연 무엇이 문제인 것인가? 

이는 소비지시장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도매시장 내부나 도매시장 시스템의 문제일 수 있지만 도매시장에 대한 오해와 왜곡이 합리적인 발전과 활성화의 길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이 아닌가 싶다.

도매시장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은 농업에 대한 일반적인 현실과 한국의 농업 특성에 기인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일부 국가의 농업인들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적으로 농업경영규모가 매우 영세할 뿐만 아니라 시장에 대한 대응력도 매우 취약하다. 

또한 농산물가격은 공산품과 같이 생산비용 수준에서 결정되는 사전결정가격이 아니라 수많은 농업인들과 소비자들의 수급상황에 따라 사후적으로 결정되는 시세 가격이기 때문에 농산물 가격결정구조는 생산자와 소비자 특히 생산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현실적으로 도매시장이 존재하는 이유 그리고 도매시장에서의 가격결정과정 및 유통과정에서 투명성·공정성이 다른 어떤 요인보다도 중요하게 취급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업·농업인이 처해 있는 어려운 현실 구조 하에서 소비지시장의 유통환경변화에 따른 시장 내 유통주체의 변화와 대응노력이 매우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시장도매인제의 도입이 도매시장의 개혁과 활성화의 전부인양 해석되는 다양한 형태의 오해와 왜곡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적으로 도매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이 너무 크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농산물 유통에 있어서 수집주체와 분산주체로 나뉘어져 있는 모습은 전 세계적으로 대동소이하다고 볼 수 있다. 선진국의 경우에는 생산자조직이 수집기능을, 도매상이 분산기능을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다는 게 우리와 다를 뿐 수집과 분산 기능의 역할 분담을 통해 생산자 농업인을 보호하고 있다는 점은 동일하다. 

즉 수집주체와 분산주체가 누구인가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또한 수집주체는 농산물의 판매 대가로 수수료를 받고 있다는 점도 동일하다.

유통경로의 단축 여부 문제도 현실의 유통 구조를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다. 수집과 분산기능을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으로 나눠 놓은 것이냐 아니면 동일한 유통주체가 두 가지 기능을 모두 수행하느냐의 형식적 차이만 있을 뿐 실제로는 두 가지 기능 수행에 따라 각각의 유통비용과 단계가 발생하는 것은 차이가 없다. 기능이 통합돼 있다고 해서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 게 아니기 때문에 유통비용과 유통단계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오해가 빚어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1996년 유통시장 개방 이후 소매업태의 규모화·다양화·전문화·세분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산지의 생산자를 대변하고 도매시장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소비지시장의 변화에 대한 도매시장 내 유통주체의 경쟁력 강화 및 적극적인 대응 노력이 무엇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다. 언제까지 소모성 논란만을 되풀이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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