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해남 제주대 생물산업학부 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 

20여년 전에는 무기질비료가 농업의 중심이었다. 지금은 퇴비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 동안 사용량이 40배 가까이 늘면서 현재는 연간 500만톤 정도 사용된다. 그래서 토양을 건강하게 유지하느냐 못하느냐가 퇴비 품질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퇴비 품질은 어떤 비료보다도 중요하게 관리해야 한다. 만약 퇴비에 토양을 악화시키는 성분이 들어간다면 미래의 농토가 어떻게 변할 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가축사료는 위에서 미생물에 분해되면서 소화되고 창자를 지나면서 여러 효소가 섞여서 배설된다. 배설된 가축분은 곧바로 부숙된다. 인류는 가축을 키우기 시작한 오래 전부터 가축분을 작물을 키우는 비료로 사용했다.
 

부숙이 잘 되려면 부자재도 중요하다. 톱밥을 넣으면 공기가 잘 통해 미생물이 잘 자라는 조건이 된다. 톱밥 대신에 팽연왕겨, 수피 등의 탄질비가 높은 재료가 사용하기도 하고 버섯배지 등을 넣기도 한다. 부숙이 더 잘 되게 하려고 석회질비료도 넣는다. 부숙되면서 나오는 유기산을 중화시키고 산성 토양 개량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미생물을 넣으면 부숙이 더 잘 된다. 흙에도 미생물이 많기 때문에 스스로 퇴비를 만들 때는 흙을 넣으라고 조언한다. 미생물이 좋아하는 쌀겨와 같은 유기질을 첨가하면 부숙 속도는 더 빨라진다.
 

그래서 비료생산업자보증표의 원료명과 배합비율만 보면 부숙이 잘 될 수 있는 퇴비인지 아닌 지를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다. 보통 가축분과 부자재의 비율이 50:50 정도면 무난하게 부숙된다.
 

퇴비 원료명과 배합비율만 보면 작물재배와 토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알 수 있다. 계분이 많으면 양분은 많지만 부숙이 느리고 가스피해를 주의해야 한다. 우분이 많으면 부숙은 잘 되지만 소를 키울 때 먹이는 소금 때문에 시설재배 염류 집적을 주의해야 한다. 
 

다른 비료는 반드시 질소, 인산, 칼리 등 식물양분을 표기한다. 퇴비는 표기하지 않는다. 퇴비마다 계분, 동분, 우분을 혼합하는 비율이 달라 특정한 수치의 양분함량을 표기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도 있지만 퇴비는 부숙과정에서 나오는 미생물 대사물질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가축분이 아닌 다른 원료로 퇴비를 만들면 문제가 달라진다. 가장 이슈가 되는 것이 음식물류 폐기물이다. 식물을 키우는 영양분과 염류는 가축분과 음식물류 폐기물 중에 우열을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가축분은 배설하자마자 부숙되기 시작하지만 음식물류 폐기물은 발효보다 부패되기 시작한다. 가축분에는 이물질이 적지만 음식물류 폐기물은 여러 이물질이 섞일 수 있다. 만약 플라스틱, 비닐, 세제와 같은 이물질이 섞이고 눈에 보이지 않게 갈아버리면 우리 토양은 서서히 악화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퇴비 원료명과 배합비율은 중요하다. 농업인은 어떤 가축분, 어떤 음식물류 폐기물, 어떤 부자재를 얼마 넣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농업인들이 쉽고 정확하게 퇴비 원료와 배합비율을 확인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강화하고 관리해야 하는 것은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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