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토불이 설 곳 잃어

[농수축산신문=안희경·김동호 기자] 

FTA 체결국과의 교역액
344억 달러...전체의 84.1% 해당

가공식품·임산물·축산물
수입액 가파른 증가세

피해보전직불금·폐업지원금
꾸준히 지급
농가 경영난 심각성 증명

 

지난해 기준 농산물 교역액은 418.8억달러다. 이중 FTA(자유무역협정) 체결국과의 교역은 344억달러로 비중은 전체의 82.1%에 달한다. FTA 체결국과의 농산물 수입비중은 86.1%이고 수출비중은 60.8%다.   

FTA(자유무역협정)로 한국농업은 세계의 농업 대국들과 직접 경쟁을 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 가운데 2004년 4월 발효된 한-칠레 FTA를 시작으로 FTA 체결국은 꾸준히 확대, 지난해 10월 한-중미 FTA까지 발효된 상황이다.  

국가 간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모든 무역 장벽을 완화하거나 제거하는 협정 FTA, 국가 간 자유로운 상품의 이동을 위한 FTA로 인해 우리 농업은 얼마나 잃었고 얼마나 내줘야 했을까. 

 

57개국과 FTA 발효

우리나라는 2004년 이후 16건의 FTA를 체결, 57개국과의 FTA가 발효됐다.

관세청에 따르면 2004년 한-칠레 FTA가 발효된 이후 전 세계 각국과의 FTA 협상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이중 농축산업의 규모가 큰 국가들과의 FTA를 살펴보면 △2004년 4월 한-칠레 FTA △2006년 9월 한-EU(유럽연합) FTA △한-아세안 FTA △2011년 7월 한-EU FTA △2012년 3월 한-미 FTA △2014년 12월 한-호주 FTA △2015년 1월 한-캐나다 FTA △2015년 12월 한-중 FTA 등이다.

또한 지난해 8월에는 한-영 FTA가 타결, 정식서명을 마쳤으며 한-이스라엘 FTA도 타결됐다. 더불어 한-중-일 FTA를 비롯한 10개국과의 FTA는 협상이 진행중이다.

 

농축산물 수입액, 꾸준히 증가

우리나라의 농축산물 수입액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FTA 이행에 따른 농업인 등 지원센터에 따르면 2014년 320억2000만달러였던 연간 농축산물 수입액은 증감을 반복하며 꾸준히 증가, 2018년 말 기준 352억7000만달러로 증가했다. 이 중 FTA 체결국으로부터의 연간 농축산물 수입액은 2014년 175억9000만달러에서 2018년 303억7000만달러로 늘었다.

부류별로 살펴보면 가공식품과 임산물, 축산물의 수입액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평년기준 84억6000만달러였던 가공식품 수입액은 2017년 96억5000만달러로 증가한데 이어 2018년에는 100억300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평년 57억2000만달러였던 축산물 수입액은 2017년 66억달러로 늘어난데 이어 2018년 75억2000만달러로 증가했다.

 

이어지는 FTA 피해

FTA가 확대되면서 농업계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FTA에 따른 직접피해보전대책은 피해보전직불금과 폐업지원금 등 2가지다. 피해보전직불금은 FTA 이행으로 수입량이 급증, 가격하락의 피해를 입은 생산자들에게 가격하락분의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이며 폐업지원금은 FTA로 과수·원예·축산 등 지속적인 재배 또는 사육이 불가능할 경우 농가에 지원하는 제도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FTA 피해보전직불금은 △2014년 324억원(수수·감자·고구마·송아지) △2015년 471억원(대두·체리·멜론·닭고기 등 9개 품목) △2016년 385억원(당근·블루베리·포도) △2017년 14억5000만원(도라지) △2018년 32억원(호두·도라지·귀리·양송이·염소) 등으로 꾸준히 지급되고 있다.

같은 기간 지급된 폐업지원금은 △2014년 196억원 △2015년 1150억원 △2016년 1967억원 △2017년 0원 △2018년 368억원 등으로 농가의 폐업도 이어지고 있다.

한·EU FTA, 국내 축산업계 직격타

한때 ‘대한민국 축산업계의 사형선고’라고 불렸던 한-EU FTA는 실제로 대한민국 축산업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축산물의 수입 증가 상대기여도는 2011년 국내 구제역 발생과 한-EU FTA 발효를 계기로 크게 상승하며 이를 입증한 바 있다. 

농경연에 따르면 이행 8년차에 접어든 한-EU FTA로 지난해 국내 돼지고기 총공급량에서 EU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돼지고기 19.6%, 치즈 24.1%를 차지한다.

수입가격을 살펴보면 FTA 이행에 따른 협정관세율 인하로 돼지고기는 FTA 미발효를 가정으로 대비할 때 13.4~20.0%, 유제품은 9.6~29.6% 하락하면서 각각 20%에 가깝게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추정됐다.

대한민국 소비자는 한-EU FTA로 유럽 축산물을 20% 싸게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최근 3년 기준 EU산 농식품 수입액에서 가공식품의 비중이 40.3%로 가장 크고 그 다음으로 축산물이 39.5%를 차지하며 한-EU FTA의 최대 피해를 축산업계가 고스란히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냉동돼지고기 수입량 폭발적으로 증가해

2007년 9월 20일 오전 한-EU FTA 3차 협상이 진행되던 벨기에 브뤼셀의 쉐라톤 호텔앞에서는 한국낙농육우협회 대표자와 당시 대한양돈협회 대표자로 구성된 ‘한-EU FTA 저지 한국농민 원정투쟁단’이 꽃상여를 매고 ‘FTA 장례식’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브뤼셀 시내를 관통하며 삼보일배를 한 원정투쟁단은 한-EU FTA가 대한민국 축산업의 사형선고와도 같다며 협상타결을 반대했다.

이렇듯 격렬한 반대속에서 진행된 한-EU FTA, 이행 8년차를 맞은 2018년 실제 돼지고기 수입량은 얼마나 늘었을까. 한-EU FTA 발효 전 평년과 비교할 때 냉동 돼지고기 수입량은 18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EU산 돼지고기 전체 수입량이 발효 전 평년 대비 114.9%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EU산 돼지고기 수입량의 증가에는 냉동 돼지고기가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EU FTA 이행 7년차에 접어든 2017년부터 냉동 돼지고기 수입량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다. 이는 FTA 발효 전 대비 수입가격 자체가 상승하면서 관세율 인하 효과가 상쇄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향후 소비자의 구매패턴 변화와 함께 추이를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TA로 인한 수혜를 EU산 돼지고기가 받은 것은 자명해 보인다. 

국내 돼지고기 총공급량 중 EU 산 수입 비중은 한-EU FTA 이행 발효 전 평년과 비교할 때 6.7%포인트 증가했고 캐나다산과 기타국가는 감소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낙농자급률, 50%대 붕괴

한국낙농정책연구소의 ‘FTA가 낙농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 분석’에 따르면 FTA 관세철폐로 인한 낙농가의 소득 감소액은 664억원에서 최대 224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관세철폐로 인한 원유생산량감소에 따른 쿼터삭감 피해액은 196억원에서 최대 662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미국, EU, 호주, 뉴질랜드 등 낙농선진국과의 잇따른 FTA 체결·발효에 따라 2016년 원유로 환산한 유제품 수입량은 183만톤으로 FTA 발효 전인 2010년 113만톤보다 62%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산 원유자급률은 65.4%에서 52.9%로 급감했다. 

특히 한-미 FTA 발효로 분유와 치즈 수입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발효 전 평균 수입량과 2015년 수입량을 비교해 보면 분유는 1874%, 치즈는 324%로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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