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안 하겠다는 게 아닙니다. 그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는 겁니다.”

지난 1일 닭·오리·계란에 대한 이력제(이하 가금이력제)가 시행됐다. 정부는 유통단계에서의 단속 등을 6개월 유예하고 추이를 지켜보며 미비점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특히 산란계 업계에서는 가금이력제가 현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제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가금이력제 시행에 따라 계란에는 농장별, 산란일자별로 각기 다른 이력번호가 붙게 된다. 농장별로 이력번호가 다른 것은 물론이고 한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이라 할지라도 날짜별로 다양한 이력번호가 생성된다. 이렇게 각기 다르게 형성된 이력번호를 단 계란들은 판매점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추적할 수 있도록 유통 과정이 정확히 기록돼야 한다.

여기에서부터 문제는 불거진다. 계란의 유통 과정을 전산에 입력·기재해야 하는 유통업체나 계란의 판매까지 담당하는 일부 산란계 농가의 경우 번거로움을 넘어서 이력번호 관리를 위한 전담 직원까지 둬야 할 상황이라며 하소연하고 있다.

한 계란 유통업계 관계자는 “농장 5곳에서 계란을 받는 유통상인이 거래처 납품을 위해 이틀치의 계란을 사들였다면 총 10개의 이력번호를 관리해야 하는 셈”이라며 “거래처별로도 이력번호가 달라져야 하는데 이 경우 수십 개의 이력번호가 생길 수 있어 현재의 인원으로는 업무를 처리할 수 없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력제 시행으로 업계를 떠나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며 “안 그래도 계란 가격도 좋지 않아 산업이 위기에 서 있는데 이력제까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심리적 압박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일단 시행해보자’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고, 그렇게 지난 1일부터 이력제는 시행됐다. ‘어떻게든 따라올 수 있도록 돕겠다’던 정부 관계자의 말대로 현실에서 직접 이력번호를 다뤄야 하는 이들이 큰 부담없이 실행할 수 있도록 변화가 일어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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