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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시행하는 닭·오리·계란 등 가금류에 대한 이력제(이하 가금이력제)가 현장에서 대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력제 도입 취지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장업무가 과다하게 발생되는 등 산업의 특성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가금이력제는 거래 단계별 정보를 기록, 관리해 문제가 발생할 시 이동경로를 역추적하고 신속한 조치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도입됐다. 또 원산지 허위표시, 둔갑판매 등 유통과정에서의 문제 발생을 방지하고 소비자에게 닭·오리·계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 도축장이나 식육포장처리업장, 식용란선별포장업장 등에서는 이력번호를 발급표시해야 한다.

그러나 가금업계, 특히 산란업계에서는 농장별, 산란일자별로 각기 다른 이력번호가 부여되고 같은 농장에서 생산됐다 하더라도 산란일자별로 이력번호가 달리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한 계란 유통상인이 농장 5곳과 거래한다고 할 때 농장별로 산란일자가 다르고 여기에 거래처별로도 다른 이력번호가 생겨, 수십개의 이력번호를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전담인력을 두더라도 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한다는 게 사실상 어렵다는 게 현장의 하소연이다.

실제 시범사업에 참여했던 대형 계란 유통업체 이력제 담당 관리자들은 업무 과다를 호소하며 진행불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또 선별포장시스템이 완전히 가동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력제가 추진돼 또 다른 비용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이와 함께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난각 산란일자 표시제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미 난각에 산란일자뿐만 아니라 농장번호가 적혀있는 만큼 이를 이력제와 연계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어느 농장에서 출하한 계란인지를 이미 난각표시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별도의 이력제를 시행하는 것은 업무를 중복해서 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업계에서도 계란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실현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행정편의나 실적 쌓기로 제도가 운영돼서는 안될 것이다.

그동안의 시범사업을 통해 산란업계의 현실적인 애로사항은 다 드러나 있다. ‘무조건 따르라’는 식의 규제행정은 그만하고 드러난 문제점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강구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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