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세계 최초 시행' 가금이력제 <2>가금이력제, 현장 목소리 반영한 보완책 마련돼야

선별포장업장도 확보 안돼…행정처분 불가피 이호동 기자l승인2020.01.14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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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축산신문=이호동 기자] 

닭·오리·계란 이력제(이하 가금이력제)가 ‘축산물 안전성 제고’, ‘원활한 이력추적’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충족하도록 하려면 다양한 각도에서 제도를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가금이력제를 둘러싼 문제점을 짚어보고 개선방향에 대해 살펴본다.

#이력제의 핵심 ‘선별포장업장’, 여전히 ‘부족’

가금이력제에 대해 유독 반발이 거센 쪽은 산란계 업계다. 이력번호 발급·관리 등에서의 번거로움도 이력제 시행을 어렵게 하고 있지만 제도 시행을 위한 준비가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제도를 밀어붙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계란의 경우 식용란선별포장업장에서 이력번호를 부여해야 하지만 이력제가 이미 시행된 지금까지도 선별포장업장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는 등 여전히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도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행정처분까지 받게 되는 엄중한 사안인데 정부는 이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이미 제도가 시행됐음에도 여전히 선별포장업장 확보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토로했다.

#가정용 유통 처리도 어려워

지난 13일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나라 홈페이지에 공개된 전국의 식용란선별포장업장은 총 138개소다. 이는 가정용으로 유통되는 계란조차도 100% 처리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일단 유통단계에서의 단속 등이 유예된 상태이고, 오는 7월 1일 본격적으로 제도가 시행되기 전까지는 식용란선별포장업장이 충분히 확보돼 제도 시행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선별포장업장의 개수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많은 농가의 계란을 처리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농장 내에 허가를 낸 소규모 선별포장업장의 경우 질병 등의 이유로 다른 농장의 계란을 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현재 138개소의 선별포장업장이 있다고는 하지만 다른 농장의 계란을 처리할 수 있는 여유나 여건이 되는 곳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지역 안배 없이 선별포장업장이 특정 지역에 밀집된 현재의 상태에서 성급하게 제도가 시행된다면 대한민국 양계농가 중 85%는 폐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란일자 표시제 활용 등 다양한 방법 강구해야

이에 일각에서는 가금이력제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대구에서 양계장을 운영하며 직접 계란 유통까지 하고 있다는 한 관계자는 “지킬 수 없는 법을 만들어 놓고 지키기를 강요하면 그 누가 버틸 수 있겠냐”며 “정부는 문제가 터졌을 때 회수를 쉽게 하기 위한 법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생산단계에서부터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맥락에서 현재 시행 중인 난각 산란일자 표시제를 활용해 제도 이행의 편의성을 도모하고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난각에 표시하는 10자리 번호를 기본 이력번호로 삼고, 이후 계란의 유통 과정에서 누가 언제 수취했는지 상세히 기록하면 유통경로를 추적하는데 무리가 없다는 주장이다.

한 계란 유통업자는 “생산단계에서 안전한 계란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고 이후 유통과정에서는 효율성을 높여 최대한 빨리 신선하게 유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현재도 계란 포장지, 거래내역서 등에 가금이력제에 포함되는 많은 정보가 기록되고 있기 때문에 ‘무조건 지금의 이력제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큰 틀에서 문제점을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금이력제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도 현장의 목소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김정주 건국대 명예 교수는 “가금이력제 이전에 시행된 소나 돼지 등 대형 축종을 대상으로 한 이력제를 보더라도 실제로 소비자들이 세부 내용을 확인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난각 산란일자 표시제 등으로 이미 피로감이 극도에 달해 있는 산란업계를 지속적으로 흔든다면 생산에만 집중해야 할 농가들의 고충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농식품부와 식약처 등 관련 부처는 밀어붙이기 식 한건주의로 정책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업계나 현장에서 나오는 의견들을 적극적으로 청취해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농업인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농식품부가 적극 나서 산란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끝>

 


이호동 기자  lhd0408@af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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