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개정…비례대표 의석 수 감소에 농어촌지역 선거구 까지 통합
농어촌지역 선거구까지 통합 지역구 국회의원마저 줄어드나
총선 앞두고 농업계 '비상'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오는 4월 15일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신경전이 한창인 가운데 농업계에 또 한 번 비상이 걸렸다.

선거법 개정으로 거대 정당의 비례대표 의석수가 줄어 농어촌지역을 대변할 비례대표가 선출될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농어촌지역 선거구가 통합돼 지역구 국회의원수 마저 줄어들 것이란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국회, 농업인단체 등 다수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의석수는 8석 가량, 자유한국당 역시 10석 이내로 예상되고 있다. 비례대표 의석수가 줄다보니 거대 정당에서는 농업계를 대변할 인물을 비례대표로 선정하기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정의당을 비롯한 소수 정당은 비례대표 의석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농업계와 접점이 크지 않았던 만큼 이들 정당의 비례대표가 되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농어촌 지역구를 통합하는 내용을 담보로 여·야의 선거구 획정 문제가 불거지면서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지역별 인구가 4년 전과 달라져 3곳이 분구되고, 3곳은 통폐합 돼야 하는데 대상 지역을 두고 줄다리기가 지속되고 있는 까닭이다. 분구가 되면 지역구 의석이 늘어나지만 인구가 감소해 통폐합 될 경우 지역구 의석수가 줄어든다.

4+1 협의체는 농산어촌 대표성 확보를 이유로 분구 대상 지역을 서울 강남구와 경기 군포, 안산 등 서울·경기지역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에서는 인구비례 원칙을 내세워 광주, 전북, 전남, 부산 등의 순으로 통폐합할 것을 주장하며 맞섰다. 최근에는 4+1 협의체의 농산어촌의 기준이 호남에 맞춰져 강원지역에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더해지면서 어지러운 모양새를 더하고 있다.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정책연구실장은 “선거구를 단순히 인구로만 나눈다면 전체 국토면적의 80%를 차지하는 농산어촌은 8개 시·군에 국회의원 1명이 선출되는 등 제대로 된 지역민심이 반영되지 않을 것이다”며 “이러한 문제는 농어촌 지역의 소외를 확대하고, 다시 4년 뒤에 반복될 것이 분명한 만큼 농촌지역 비례대표 지분을 선제조건으로 하는 등 농산어촌지역을 위한 장치가 우선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용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부총장도 “과거 3개 또는 4개 시·군 이상을 하나의 지역구로 만들지 못하도록 하거나 고향투표 등의 지역 특성을 배려한 법안에 대한 요구가 있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며 “단순히 인구기준으로만 한다면 갑, 을, 병까지 나오는 서울 한 구의 몇 배나 되는 지역을 국회의원 1명이 감당하는 상황이 발생할텐데 농어촌지역의 정책이나 예산은 누가, 어떻게 신경 쓸 것이냐”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두고 농업계의 자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농업인단체 대표들이 스스로를 ‘농업계를 대변할 인물’로 자처하며 사분오열한 결과 농업계의 의사나 표심을 하나로 묶지 못해 정치권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업계 한 관계자는 “농업계에서 하나된 목소리로 대표를 추대한다면 정치권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농업인단체장들이 앞다퉈 본인을 추천하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반복되니 농업계의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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