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호동 기자]

제도 시행 앞두고 혼란 '심각'

낙농가 상당수 퇴비사 미보유
장비구입 비용부담 등
검사 성실히 이행할 여력 없어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시행을 앞두고 낙농가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제도 시행에 제대로 대비할 수 있도록 3년 정도의 유예기간 부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속되고 있다.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 회장은 지난 17일 천안공주낙농농협에서 열린 '2020년 제1차 전국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는 축산농장 악취를 줄이고 가축분뇨 퇴비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낙농가 상당수는 퇴비사 미보유, 장비 구입에 따른 비용 부담 등의 이유로 검사를 성실히 이행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미허가축사 적법화 문제도 완벽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퇴비 부숙도 문제까지 겹쳐버려 현장 농가의 혼란은 심각한 수준”이라며 “제도 도입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농가의 준비가 미흡한 상황에서 무조건적으로 도입을 강행하는 것은 무리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회장은 “농림축산식품부 등에서 퇴비 부숙도 검사에 관한 컨설팅,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낙농의 경우 분뇨 습도 등의 문제로 타축종보다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는 낙농가에 3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부여해 제도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협의회에 참석한 각 지역 조합장들도 이 회장의 의견에 힘을 보태며 정부가 현실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문진섭 서울우유 조합장은 “시대적 변화에 따라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여러 현안을 한 번에 처리하려고 하면 영세한 농가들이 어떻게 따라갈 수 있냐”며 “정부가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제도를 강행하면 낙농가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유예 기간을 부여해 농가가 한 단계씩 차근차근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래수 부산경남우유 조합장은 “퇴비 활용 방안도 찾지 못한 상황에서 부숙도 검사를 실시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며 “정부는 가축분 퇴비를 사용하는 유기질 비료 공장에서도 퇴비를 팔지 못하고 있는 것을 감안해 제도 시행을 무조건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낙육협 낙농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지속가능한 낙농산업발전을 위한 퇴비부숙도 실태조사’ 연구결과에서도 퇴비 부숙도 기준 준수를 위해 필요한 교반기, 콤포스트 등의 퇴비교반장비를 보유한 낙농가는 전체 조사 대상 농가 390호 중 1.6%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돼 제도 도입을 두 달여 앞둔 현재까지 현장의 준비는 매우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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