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농약(작물보호제) 유통 선진화의 과제 (3) 관행인가? 편법인가?

정상적 유통경로 거치지 않거나 가격 투명하지 않아
공급받은 가격과 시중가 중간에 다른 제품으로 바뀌기도
근본적 재고 관리 제대로 안돼
도난·분실 등 이유로 결손 발생
편법유통 만연
이한태 기자l승인2020.01.28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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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농약(작물보호제)은 그동안 유통과정에서 소위 ‘빠다’라고 불리는 행위나 덤핑판매, 월도판매 등 관행적으로 가격을 교란시키는 편법들이 많았다. 정상적인 유통경로를 거치지 않거나 거치더라도 가격이 투명하지 않아 시장을 교란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농약 유통시장에서 만연한 편법들을 들여다 봤다.

# 편법 관행, 농약 가격 교란

‘빠다 친다.’ 매우 생소하게 들리는 이 표현은 농약 유통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흔하게 쓰이는 은어다. 쉽게 설명하면 금액에 맞춰서 물건을 바꿔치는 행위다. 이는 주로 덤핑으로 정상 공급가보다 낮은 가격에 제품을 공급받거나 조합 환원사업 또는 정부나 지자체 지원사업 등의 대상이 되는 품목에서 주로 발생한다. 유통인들이나 조합 관계자들은 이 과정에서 정상가격과의 차액만큼 부당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종종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A조합에서 1만원선에 거래되는 제품 B가 환원사업 대상 품목으로 선정돼 50%를 지원받게 된 경우 A조합 농약 담당자는 평소 친분이 있던 도매상에게 5000원에 제품 B를 판매하는 것이다. 물론 도매상 판매가 아니라 농업인이 구매한 것으로 처리된다. 대금은 현금으로 지급될 수도 있지만 이에 상당하는 다른 제품으로 교환되기도 한다.

농업인이 빠다를 치는 사례도 있다. 농업인 C씨는 조합 환원이나 지자체 보조로 10만원 상당의 친환경농자재를 받았지만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친분이 있는 시판상을 찾았다. 10만원 상당의 제품이지만 6만원어치의 필요한 농약과 맞바꿀 수 있었다.

낮은 가격에 덤핑으로 시장에 나온 물량도 빠다가 이뤄진다. 시중가보다 낮은 가격에 들어온 물량이기 때문에 공급받은 가격과 시중가의 중간 정도에서 다른 제품으로 바뀌거나 거래돼 유통되는 것이다. 이러한 덤핑 물량은 주로 도매상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강원도 지역의 농약 가격은 다른 지역보다 낮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은데 업계 관계자들은 그 원인을 도 경계를 넘는 월도(越道) 판매와 빠다로 추정하고 있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빠다, 덤핑, 월도판매 등의 단적인 예가 바스타인데 당시에 바이엘에서 덤핑으로 넘기고 빠다와 월도판매까지 이뤄져 1만원에 팔리던 게 보통 8000원에 거래되고, 강원도에서는 6000원대 가격대를 기록하기도 했다”며 “현장에서는 농약 담당을 하면서도 집이 없으면 무능한 거라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고 말했다.

# 거래 투명성 제고해야

덤핑이나 빠다, 월도 판매를 통해 특정 농약이 낮은 가격에 거래되기 때문에 농가의 농약 구입가격을 낮추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농업인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이 줄어든 채 일정 부분만 다른 형태로 바뀐 것이기 때문이다. 농가에서는 불필요한 제품 대신 필요한 제품을 싸게 구매했다고 느낄 수 있지만 실제 농가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을 유통인과 나눈 것에 불과하다. 위의 예에서도 A조합 조합원들은 환원에 따른 혜택을 제대로 누릴 수 없었으며 농업인 C씨는 4만원의 손해를 보았다.

이러한 편법유통이 만연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재고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농협 일선조합에서 재물조사를 하더라도 총 금액만 맞으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이다. 총 자산이 맞기 때문에 재고자료를 보정하면 그만인 것이다. 게다가 분실 등 결손을 이유로 제조사에 시료를 요청해 재고를 충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제조사의 한 관계자는 “일선 조합에서 재고를 관리하는 동안 판매내역을 장부에 제 때 기재하지 못해 누락되거나 도난, 분실 등의 이유로 결손이 발생해 시료를 보내줄 것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완제품 시료의 경우 별도의 표시가 없어 결손을 보전하는 용도로 일부 지원이 되곤 했다”고 말했다.

농약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빠다나 덤핑판매가 발생하는 원인은 실수요처가 아닌데 공급이 이뤄지기 때문”이라며 “빠다, 월도, 덤핑판매는 모두 연계가 된 것으로 최근에는 판매기록관리제 도입 등을 통해 많이 개선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한태 기자  lht0203@af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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