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인식·퇴비사 공간 부족… 유예기간 필요

[농수축산신문=송형근 기자]

미허가축사 적법화 이행기간 중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까지 겹쳐
공간
·장비 부족으로
부숙 가능한 농가 적어

개별농가 퇴비사 마련에 어려움
마을 단위의 공동 퇴비사
마련 고민해야

 

제대로 부숙이 되지 않은 퇴비를 농경지에 살포하면 암모니아 가스로 인한 작물 손상과 악취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오는 3월 25일부터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제도가 시행된다.

환경부는 2015년 농가의 자가 퇴비와 액비의 품질을 관리하기 위한 방침을 밝히면서 ‘퇴비·액비화 기준' 중 부숙도 기준 등에 관한 고시’에 근거해 오는 3월 25일부터 가축을 사육하는 모든 축산농가와 재활용 신고자가 퇴비나 액비의 부숙도 검사를 받도록 했다.

하지만 2개월도 채 남지 않은 이 제도에 대해 축산농가의 준비상황이 미흡하자 정부와 농가는 큰 고심에 빠진 상황이다.

 

농가, 여전히 잘 몰라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제도가 목전에 다가왔지만 많은 축산농가는 여전히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제도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최근 천안공주낙협에서 열린 ‘2020년 제1차 전국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에 참석한 조합장들은 농가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부여할 것과 정부의 합리적인 지원 등을 요구했다.

맹광렬 천안공주낙협 조합장은 “농가들이 제도 시행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며 “정부가 현장 준비 상황을 충분히 파악하지 않은 채 축산농가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에 대해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을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한국낙농육우협회 낙농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지속가능한 낙농산업 발전을 위한 퇴비부숙도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390호 낙농가 중 퇴비 부숙도 검사 시행에 대해 18.8%가 모른다고 응답했다. 또한 허가·신고대상 농가의 검사 횟수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63.3%는 모른다고 답했고, 검사시료 채취방법을 모르는 농가는 60.7%, 부숙도 검사기관을 알지 못하는 농가도 40.7%에 달했다.

 

퇴비사 공간 부족

문제는 축산농가들이 제도에 대해 알고 있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퇴비를 부숙할 공간인 퇴비사를 마련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정한 가축사육제한거리 지방조례는 퇴비사와 같은 처리시설의 증축과 개축을 제한하는 곳이 많고, 퇴비사를 개조하지 못하도록 규제한 지역도 많아 추가 퇴비사 건립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태환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대표이사는 “미허가축사 적법화 이행기간 중에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까지 겹쳐 축산농가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퇴비사를 보유하지 않고 있는 농가가 있고, 퇴비사가 있다해도 공간이 부족하거나 장비가 부족해 실질적으로 부숙이 가능한 농가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농협 축산경제가 자체적으로 한육우와 젖소를 사육하는 2만3017농가를 대상으로 부숙도 준비 상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 퇴비사를 보유하고 있는 농가는 조사대상 농가 중 71%에 달했지만, 이중 14%의 농가는 공간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장비를 보유하지 못한 농가는 32%였으며 실질적으로 부숙이 가능한 농가는 25%에 불과했다.

 

공동 퇴비사 마련 필요

이처럼 농가들이 개별적으로 퇴비사를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일선 축협 조합장들은 마을 단위의 공동 퇴비사를 만드는 계획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다. 

김명국 농협 친환경방역부 친환경축산단장은 “지자체와 조합이 마을 단위의 공동 퇴비사 건립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할 것”이라며 “충남 서천군 기산면에 위치한 자원순환농업단지와 같은 사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천군 자원순환농업단지는 축산농가의 가축분뇨를 제대로 된 교반장치와 악취 저감시설을 갖춘 퇴비장에서 자원화해 경종농가에 보급하면 경종농가에서는 퇴비를 살포하고 조사료 등의 사료 자원을 생산, 축산농가에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자원 이용을 극대화했다.

또한 서천군 농업기술센터가 농가에 보급한 자원순환 농업기술과 재배 매뉴얼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경축순환농업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공동 퇴비사를 운영하는 지자체 중 우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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