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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환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 교수

‘CES 2020’이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가스에서 열렸다. 전세계에서 약 18만명이 참관한 것으로 추산되는 이번 국제전자 박람회에는 약 4500개의 회사가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였다. 1967년 처음 시작된 CES는 주로 가전제품 중심의 전시회이었으나 최근에는 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5G 이동통신, 8K(고해상도) 디스플레이, 자율주행차, 스마트 시티 등 4차 산업혁명(4IR)과 관련된 기술들이 경쟁하는 장소로 탈바꿈했다. 
 

경제전문지 포츈이 선정한 500대 기업 중 절반이 넘게 참가하고 있으며(2019년 기준) 지난 50년간 혁신적 첨단기술의 실험장으로 차세대 혁신기술을 시장에 소개하는 역할을 해 온 CES는 참가국 수도 2017년 53개국에서 작년에는 161개국으로 급격하게 증가해 CES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 주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파급은 농업분야에도 예외 없이 많은 영향을 주고 있으며 지구온난화와 인구증가에 대처하기 위한 디지털 농업기술 등 애그테크(AgTech) 생태계의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번에 소개된 대표적인 농업기술을 살펴보자. 우선 작년에 이어 참가한 세계 최대의 농기계 업체인 존 디어는 “첨단의 기술을 융합해 농가생산성, 수익성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농업의 과제”라고 CES 참가의 의미를 부여했다.

존 디어는 토양관리에서 수확까지 모든 과정을 IoT와 센서기술을 융합해 만든 ‘트랙 위의 사무실’ 트랙터를 선보여 ‘더 좋은 세상을 위한 기술(Tech for a Better World)‘ 상을 수상했다.

스마트 시티(Smart City)’분야 혁신상을 수상한 우리나라 스타트업 엔씽(nthing)의 프랜티 큐브(Plenty Cube)는 온도, 습도, 빛 등 식물재배환경을 생육단계별로 최적화할 수 있는 40피트 컨테이너 형태의 온실로 고부가가치 채소를 기존 방식보다 수 십 배까지 많게 생산할 수 있으며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아 확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됐다.

또한 재배현장에서 얻어지는 생육재배 데이터를 통합 관리해 지속적으로 재배환경을 최적화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4차산업혁명과 접목된 농업 기술로 주목을 받았다.

또 다른 우리나라 스타트업인 쉘파스페이스(Sherpa Space)는 여러 파장의 빛이 일정하게 조사되는 태양광과는 다르게 작물 별, 생육단계별로 식물에게 필요한 광을 공급해 시설원예 작물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맞춤형 광원 솔루션 쉘파라이트(Sherpa Lights)을 선보여 ‘지속가능, 에코디자인 및 스마트에너지 (Sustainability, Eco-design, Smart Energy)’ 부문에서 입상했다.

소와 같은 되새김동물은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인 메탄가스를 발생시킨다(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에 비해 20배이상 강한 온실가스이다). 미국의 임파시블 푸드(Impossible Foods)는 식물에서 유래한 재료를 이용한 소고기와 돼지고기 대체식품을 선보였다.

식물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콜레스테롤이 없는 장점이 있고 맛과 영양가는 돼지고기와 같은 수준으로 만들어 온실가스 발생을 절감할 수 있다는 지속가능성에서 높은 주목을 받았다.

프랑스의 마이푸드(myfood France SAS)는 발코니나 정원, 옥상 등 가정에서 연중으로 신선한 채소를 재배할 수 있는 경량 스마트그린하우스를 선보여 단순히 도시 농업을 통해 생산하는 것뿐만 아니라 온실가스를 줄이는 사회운동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또 다른 프랑스 회사인 아그로브(Agrove)는 센서를 이용해 가정 맞춤형 스마트 가든 키트를 선보여 가정에서 큰 공간 없이 채소를 재배하며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상호 교감할 수 있는 솔루션을 선보였다. 
 

농업은 가장 디지털화가 늦은 산업이지만 그 만큼 기회도 많은 산업이다. 단순히 생산성뿐만 아니라 농업의 지속가능성 그리고 식물이 우리에게 주는 정서적 혜택이 디지털 기술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휴머니즘을 강조하는 농업기술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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