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완 보성농협 조합장(농협RPC조합장전국협의회 회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 

지난달 9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개정된 양곡관리법에는 ‘쌀자동시장격리제’의 근거를 담고 있다. 정부가 시장격리곡 매입계획 등 수확기 수급대책을 매년 10월 15일 이전까지 발표하도록 법에 명시된 것이다. 그간 쌀 시장격리는 법제화가 되지 않아 행정 편의적으로 시행하다보니 격리물량 부족, 격리시기 지연 등 많은 문제가 있었다.

양곡관리법 개정은 첫 걸음이다. 앞으로 자동시장격리 세부내용을 양곡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담아야 한다. 쌀자동시장격리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한다.

첫째, 쌀자동시장격리제의 정책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 쌀자동시장격리제는 현재의 쌀값수준(19만원/80kg)을 유지하는데 목표를 두고 세부조건을 설계해야 한다. 쌀값이 현재 수준 이하로 크게 하락하고, 적정 계절진폭이 유지되지 못하면 쌀 사동시장 격리제의 무용론이 대두될 우려도 있다. 따라서 쌀자동시장격리제의 목표를 쌀값지지에 둬야 할 것이다.

둘째, 충분한 격리물량을 확보해야 한다. 쌀자동시장격리가 효과를 거두려면 수요량 대비 초과 공급량 이상을 격리해야 한다. 과거 시장격리가 효과를 거둔 사례를 보면 수요 대비 초과된 공급량 이상으로 격리했을 경우이다. 또한 수확기에 구곡재고가 많이 남아 있을 경우 시장격리 효과가 반감된 사례도 있었다. 따라서 9월말 기준으로 구곡재고를 파악해 별도로 격리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셋째, 통계의 신뢰확보가 필요하다. 생산량과 수요량에 대한 통계의 신뢰와 객관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생산량 조사의 경우 통계청, 농촌진흥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 조사기관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조사대상 샘플농가 확대와 인공위성 활용 등 조사기법의 선진화도 필요하다. 그나마 생산량 조사는 전문조사기관에서 시행했으나, 수요량 조사는 전문조사기관이나 축적된 노하우가 부족하다. 따라서 수요량 조사에 대한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 조사기관 선정 및 선진 조사기법 개발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넷째, 정책 간 상호 일관성 유지가 필요하다. 생산조정, 공익직불제 등과 병행해서 안정적 수급관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올해부터 도입되는 공익직불제로 인해 쌀 생산량이 과도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특히, 논에 재배한 타 작목에 대한 판로확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해 논에 서리태 재배가 늘어나 서리태 가격이 예년의 절반이하로 크게 하락한 바 있다. 이처럼 논에 심은 타 작목에 대한 수급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다시 쌀 공급과잉으로 이어질 것이다.

쌀자동시장격리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정책에 대한 분명한 목표 설정, 격리조건에 대한 심플한 설계, 통계신뢰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필요한 예산의 안정적 확보, 정책 간 상호 일관성 유지가 필요하다. 쌀자동시장격리제의 세부조건이 잘 설계돼 성공적으로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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