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 

최농훈 건국대 교수

2020년 1월 말 현재 국내에서 구제역이나 AI(조류인플루엔자)같은 경제적 피해가 큰 악성 가축전염병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 중순부터 인천 강화지역과 경기도북부지역에서 발생한 ASF(아프리카돼지열병)에 따른 더욱 강화된 방역활동의 효과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참으로 불행 중 다행이다. 그러나 아직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철원과 화천지역에서 발견되는 야생 돼지의 사체에서는 ASF의 원인체 바이러스가 계속 분리되고 있고, 구제역과 AI 바이러스가 활성을 띠기에 적합한 낮은 기온이 오는 3월 말까지는 계속 유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국내의 다양한 축산시설을 출입하며 방역 관련 요인들을 주의 깊게 관찰, 조사한 경험이 있다. 국내 축산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방역활동에도 불구하고 구제역이나 AI가 한 농장에서 발생하면 어떻게 그렇게도 빠르고 광범위하게 다른 농장이나 지역으로 수평 전파되는지에 대한 기본적 의문이 있어왔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관찰과 조사를 통해 국내 축산현장 방역활동이 성공하지 못하는, 실패와 관계된, 세부적 사항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핵심은 방역현장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적 사항들을 지키거나 이행하지 못한 것을 지목한다. 지목하고자 하는 부분은 국내 축산현장에서의 방역 실패 세부 요인들이다.   

소독액을 제대로 살포하지 못하는 자동화된 방역기, 파손된 방역기 방치에 의한 소독 공백, 소독약의 지나친 희석과 맹물 살포, 한꺼번에 대량으로 희석한 후 오랫동안 사용하는 소독액, 유기물을 제거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소독약 살포, 소독효력이 없는 소독방법의 활용, 혹은 꼭 필요한 곳이 아닌 불필요한 장소나 대상에 소독약을 살포하는 행위 등이다. 위 사항들은 소독효력 발휘, 혹은 차단 방역에 있어 아주 기본적인 사항들로 모든 사항에서 동시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병원체의 사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축산현장 방역활동 기본부터 다시 보완하자. 우리 옛 속담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란 말이 있다. 작은 힘으로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일에 쓸데없이 많은 힘을 들이는 경우나, 커지기 전에 처리했으면 쉽게 해결되었을 일을 방치해 두었다가 나중에 큰 힘을 들이게 된 경우를 비유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현재 국내 축산분야에서 적용되는 정부 차원의 큰 정책이나 일부 방역활동이 위의 비유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말 경기도와 강원도 북부지역에서 ASF 발생으로 취해진 사육 돼지에 대한 수매 및 살처분 정책, 현재 구제역에 취해지고 있는 백신 정책, AI 발생 예방을 위한 위험지역에서의 계절적 오리사육 휴지기 정책이 그 실무 사례라고 생각한다.

우리네 축산현장에서의 방역 관련 핵심적 문제점은 아주 기본적인 것들, 호미로 막아야 할 사항들에 해당한다.

이런 기본적인 문제점들은 축산현장에 종사하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정확한 방역교육을 제공하고, 비록 수차례 반복이 되더라도, 교육된 내용이 현장에서 철저히 이행될 수 있도록 도와주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나 가축에서의 감염병 발생 예방과 전파차단은 예방조치에 대한 정확성과 신속성이 생명이다. 그동안 우리네 축산현장에서 취해진 방역활동들, 혹여나 정확성은 잊고 형식에만 치우치지 않았었는지, 기본적인 사항들은 작아 보이고 관리도 어렵다고 포기한 채 상위차원에서의 정책으로만 바로 잡아보려 노력하지는 않았었는지 묻고 싶다. 
 

2020년 지금부터의 우리네 축산분야 방역활동, 처음으로 돌아가서 기본부터 보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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