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 수급정책 한계…생산자 주도 자율적 수급조절체계로 전환
오는 7월 관리위원회 발족
거출창구, 도매시장·공판장 등
거출금, 연2만원 내외 예상
의무자조금 납부자 우선 지원

[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오는 7월 관리위원회 발족을 목표로 양파·마늘 의무자조금 설치를 위한 준비작업이 한창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월부터 지자체와 지역농협, 농업인을 대상으로 양파·마늘 의무자조금 설치와 관련한 지역별 설명회를 추진 중인 가운데 오는 28일까지 시·군을 통해 회원가입 신청을 받고 있다.

특히 이번 양파·마늘 의무자조금 설치는 농산물 수급조절과 관련해 기존 정부 주도의 채소가격안정제 프로그램 중심의 수급안정 정책체계가 생산자조직을 기반으로 한 자율적인 수급조절체계와 연계하는 방식으로 전환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양파·마늘 의무자조금 설치의 추진배경과 향후 추진과제에 대해 살펴봤다.

 

<上> 어떻게 추진하나

<下> 향후 추진과제는

 

# 생산자 주도의 수급조절체계 구축 필요성 커져

농수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이하 농수산자조금법)에 따르면 농수산자조금은 자조금단체가 농수산물의 소비촉진, 품질향상, 자율적 수급조절 등을 도모하기 위해 농수산업자가 납부하는 금액을 주요 재원으로 해 조성·운용하는 자금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시장개방에 대응해 생산자조직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2000년 농수산자조금제도가 정책사업으로 추진된 이후 2013년 농수산자조금법 제정으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특히 2018년 5월 개정 시행된 농수산자조금법 제21조에 따르면 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는 소비촉진 홍보 이외에 경작·출하신고, 품질·중량 등 시장출하규격 설정, 수출 등 단일 유통조직 지정 등 생산·유통 자율조정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이번 양파·마늘 의무자조금 설치는 기존 정부 주도의 수급관리에서 벗어나 생산자가 중심이 된 수급조절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하게 됐다. 제도적으로 권한과 책임을 가질 수 있는 양파·마늘 의무자조금을 설치, 생산자 중심으로 소비확대, 수급조절, 거래교섭력 제고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아래 추진하게 됐다.

 

# 농업인 참여 전국단위 조직 없어 수급조절 한계

양파·마늘 의무자조금 설치는 지난해 벌어진 양파·마늘 파동이 발로가 됐다. 농식품부와 지자체, 농협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양파와 마늘 가격이 폭락해 산업자체가 위기에 직면하면서 정부 주도의 수급정책에 한계를 보였기 때문이다.

앞서 2010년 임의자조금 단체로 한국양파산업연합회와 한국마늘산업연합회가 구성돼 2011년부터 운영돼 오고 있지만 임의자조금이다 보니 농업인보다는 지역농협이나 유통법인 등의 참여가 대부분이다. 실제 양파산업연합회는 87개 농협, 15개 법인이, 마늘산업연합회는 54개 농협, 5개 유통법인으로 구성돼 있다. 농업인이나 농업경영체로 구성된 전국단위 조직이 없는 상황인 것이다. 농업인 참여가 없다보니 이들 임의자조금 단체들로서는 수급조절이나 품질향상, 생산성 제고 등을 위한 사업보다는 주로 소비촉진·홍보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간접적인 소비확대 노력만 있을 뿐 실질적으로 생산현장의 수급조절을 통해 유통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력이 미흡하다.

이에 임의자조금 형태를 의무자조금으로 전환해 수급불안 상황이 발생할 경우 생산자 스스로 저품위 상품 자율폐기, 출하규격·출하시기 조절 등 보다 적극적으로 수급조절에 나서게 하고 그럼에도 수급불안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유통조정명령제를 활용해 정부가 좀 더 강력한 대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 재정적·정책적 인센티브 통해 의무자조금 설치 독려

농수산자조금법에 따르면 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를 설립하려면 가입한 농업인 수가 가입대상 전체의 과반수이거나 재배면적 등 생산규모가 전국의 50%를 초과해야 한다.

농식품부의 양파·마늘 농업경영체 등록정보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양파는 농업경영체 5만7012호, 1만6123ha이며, 마늘은 농업경영체 13만6230호, 1만9958ha다. 농식품부는 농업인 수 보다는 재배면적 기준을 충족하는 방향으로 지자체를 통해 회원을 모집중이다. 모집 대상은 영세농을 제외한 0.1ha 이상 농업경영체를 우선 포함시키기로 했으며, 이들 양파·마늘 농업경영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전체면적의 70%, 69%다.

지난 11일 기준 면적기준으로 양파 8.7%, 마늘 6.3%가 회원가입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는 현재 주산지 시·군, 지역농협 순회 설명회를 통해 가입을 독려하고 지자체 주도로 회원가입 제고대책을 마련해 추진해 줄 것을 요청한 상황이다.

회원가입을 마친 후 5~6월 대의원 선거와 설치계획 찬반투표를 진행, 7월에는 양파·마늘 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는 설립초기 자조금지원 사업비 매칭비율을 70%까지 확대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하는 각종 정책사업을 의무자조금 납부자에 대해 우선 지원하는 등 재정적·정책적 인센티브를 통해 의무자조금 설치를 독려할 계획이다.

이밖에 자조금 운영과 관련해 의무자조금 거출기준이나 한도, 운영계획 등은 각 지역을 대표하는 대의원들이 선출되면 대의원회를 통해 최종의결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도매시장, 농협공판장, 대형벤더 등을 거출창구로 해 타 농산물과 비슷한 연간 2만원 내외의 자조금을 거출하되 0.1ha 이하 영세농가에는 자조금 납부를 면제해 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ini Interview] 이정삼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과장

“현행 채소가격안정제 프로그램 중심의 수급안정 정책으로는 농산물 수급관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의무자조금단체를 중심으로 품목별 생산자단체를 조직화하고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 수급조절의 주체로 육성하는 게 필요합니다. 정부의 수급정책과 생산자조직의 자율적 수급조절이 연계될 때 시장에서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정삼 농식품부 유통정책과장은 양파·마늘 의무자조금 추진에 대한 배경을 이같이 설명하며 “생산자가 유통·소비시장에 시그널을 줄 수 있는 제도로 정착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 주도의 예산 중심, 정책 중심의 수급대책에서 벗어나 제도적으로 수급불안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 과장은 “지난해 계속된 가격 폭락으로 양파·마늘산업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바 있다”며 “양파·마늘 소비 확대, 수급사업 추진, 목표가격 유지, 생산자 조직화를 통한 농가소득 증가 등을 위해 다 같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의무자조금 설치는 결코 생산자에게 수급관리문제를 떠넘기거나 부담을 주려는 게 아니다”며 “전체적인 수급관리는 정부가 하겠지만 다만 그 추진 과정에서 생산자의 참여를 확대해 권익을 보호하고 정부와 지자체, 농업인·유통조직 간 사업연계를 통한 통합적인 관리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선 반드시 의무자조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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