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수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그 해의 운세를 알아보는 경우가 많다. 이는 긍정적 말에 위로받고자 하는 마음과 부정적 충고에 미리 조심하기 위함이다. 매년 초 개최되는 ‘전망대회’도 제한적이지만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함으로써 그에 대한 준비를 하기 위한 것이다. 크게는 국가경제, 작게는 수산업에서도 1년, 5년 또는 10년 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주로 전망치는 숫자로 제시되는데, 단순히 그 수치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전망치가 가지는 의미와 그에 따른 업계, 정부의 대응방안 모색이 더욱 중요하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양식산업은 양적으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천해양식 생산량은 10년 전 130만 톤에서 230만 톤 수준으로 70% 이상 증가했고, 생산액도 같은 기간 60% 이상 성장한 2조8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이러한 양식산업의 성장세를 견인한 것은 전통적 양식 품목인 김이나 굴 등을 제외하더라도 1990년대부터 양식이 본격화 된 ‘광어’, 2000년대부터 대량 생산체제 반열에 들어 선 ‘전복’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품목들을 중심으로 지난 30년간 국내 양식산업은 양적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최근 3년간의 성적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성장은커녕 정체 또는 감소세에 직면했다. 다소 주관적이고 과잉반응일 수 있지만, 성장률 측면에서 우리나라 양식산업은 ‘적신호’라고 본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생명체나 산업의 성장과정에서 경험하는 일종의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내부적으로 시각을 돌려보면, 그렇게 희망적으로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2017년을 정점으로 우리나라 천해양식 생산량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됐고 생산금액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부류별로 보면 2010년대에 들어 수출 증가세에 힘입어 김 생산이, 전복 양식의 성장세에 힘입어 미역·다시마 생산이 급증했으나 2017년 이후 그러한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 
 

어류는 더욱 심각하다. 연어나 방어 등 수입산 횟감용 수요증가에 따른 반대급부로 국내 횟감용 어류 양식 생산량은 감소세가 뚜렷하다. 반면 패류는 상황이 비교적 긍정적이다. 대표적 패류 양식 품목인 굴은 다소 감소했지만, 가리비 등으로 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양식산업을 둘러싼 여건을 감안하면, 지난 2017년부터 시작된 양식산업 성장 둔화세는 장기화되고 심화될 개연성이 크다. 세부 품목별 현황을 보면 더욱 뚜렷하다. 우선 지난 몇 년간 지속적 성장세를 보이던 김은 올해 전년 대비 7% 감소할 것으로 됐다. 그러나 올해 1월말 기준 누적 김 생산량을 추정한 결과, 전년 동기간 대비 2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어기 초강풍에 인한 엽체 탈락이 많았으며, 높은 수온으로 인한 작황부진이 주요인이다. 또한 미역 생산량은 전년 동기간 대비 14% 감소했다. 미역의 경우도 어기 초 잦은 태풍으로 시설의 상당수가 유실되었고, 높은 수온으로 싹녹음 피해, 이물질 부착 등으로 생산이 부진했다.

특히 전복 먹이용 미역의 줄당 생산량이 850kg으로 작년 동월 대비 25% 이상 감소했다. 이러한 미역 생산 부진은 미역 양식업뿐만 아니라, 전복 양식업에도 악영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다시마도 예년보다 2~3℃ 높은 수온으로 본 양성 시설에서 싹녹음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복 먹이용 공급부족이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와 더불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출하가능 물량이 많아 이른 시기에 전복을 출하하려는 의향이 강하다

그에 반해 국내외 전복 소비는 위축될 것으로 보여, 전복 출하여건은 녹록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보면, 전복 산지가격은 향후 큰 폭의 하락세가 예상된다.
그 간의 우리나라 양식업은 연근해 및 원양어업을 뛰어 넘어 미래산업으로 주목되고 있다. 지금도 필자는 이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본고에서 본의 아니게 양식업의 어두운 전망에 관해 언급했다. 
 

이는 그동안 양식산업의 급격한 성장세 속에 혹여나 ‘중요한 요인을 간과하지는 않았는지?’를 되짚어보고, 현재의 아픈 성장통이 제2의 성장기에 밑거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즉 현재의 양식산업은 ‘침체기’가 아닌 ‘성숙기’로서, 단백질 공급원으로서의 양식산업을 넘어 부가가치 산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논의가 시작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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