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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발 마스크 전쟁이 벌어졌다. 급기야 정부는 지난달 27일부터 농협을 비롯한 공적판매처를 통해 마스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농협은 마스크 판매에 추가 인력과 시간을 투입하면서도 제조업체 공급가 그대로, 마진 없이 판매 중이다.

 

이러한 농협의 이상한 ‘노마진’ 마스크 판매에도 ‘왜?’라고 의문을 던지는 사람은 거의 없다. 농협의 공익적 기능 수행에 대한 국민적 공감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1960~1970년대 농협의 역할은 농업인의 고리채 해소에 있었다. 1980년대 들어서는 농기계 보급 등을 통한 농업기계화 기반을 구축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다 1990년대에는 농산물 유통 구조 개혁, 2000년 이후에는 농산물 시장개방 대응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시대에 따라 농협에 새로운 역할이 부여됐지만 매번 공익적 기능이 강조됐다.  
 

그렇다면 2020년대를 맞이한 농협은 어떤 역할을 수행해 나가야 할까. ‘농업·농촌·농업인’에서 ‘국민’으로 공익적 기능의 객체를 확대하는 일이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농협의 공익성 재정의(再定義)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농협의 설립 목적은 농업인의 실익 제고이지만, 결국 농업인이 생산한 농산물의 소비주체는 국민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농협의 광범위하고 촘촘한 전국 단위 조직망은 공익적 역할을 극대화할 수 있는 좋은 무기다. 시·군·읍·면 단위까지 뿌리 내린 농협 조직망을 통해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질병뿐만 아니라 재난 등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정부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밖에도 케이멜론(K-멜론) 장학금과 같은 시민들에 대한 복지사업 확대나 문화 서비스 등 다양한 방면에서 공익적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더 이상 국민들이 ‘덩치만 불리는 농협’이 아닌 ‘덩치값 하는 농협’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역할 변신을 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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