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이며 자선사업가인 빌 게이츠는 기부 누적액이 42조원을 돌파했으며 지금도 지속 가능한 발전(SDG)을 통해 소득의 격차를 줄이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어 전세계인의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

 

지난달 14일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전미과학진흥협회(AAAS)에서 기조연설을 한 빌 게이츠는 인공지능(AI)과 유전자 편집기술에 주목했다.(전미과학진흥협회는 과학 커뮤니케이션, 교육, 과학적 책임, 공공 정책 및 과학 외교 분야를 주제로 전 세계 과학 기술인들이 참석한 연차 총회를 열고 있으며 올해 주제는 ‘내일의 지구를 그리자’였다.) 
 

빌 게이츠는 “인공 지능(AI)과 유전자 편집기술이 전염병 퇴치의 속도를 높이고 이런 성과는 저소득층에 많은 혜택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AI를 이용한 머신런닝은 우리 몸에 살고 있는 박테리아, 균, 바이러스들의 유전 정보와 상호 작용을 이해하는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유용할 것이라고 밝혔다.(마이크로바이옴은 영양실조, 당뇨, 비만등과 관련돼 있다.) 그는 유전자 치료를 언급하며 “CRISPR Cas-9과 같은 유전자 편집 기술은 소개된 지 불과 8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사람의 질병과 관련이 있는 유전자 변이의 89% 이상을 DNA 염기 서열과 유전자의 기능을 바꾸는 것과 같은 유전자 편집을 통해 고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전자 편집기술의 허가 여부는 각 국가마다 차이가 있으나 외부의 DNA를 넣지 않는 기술에 대해서는 대체로 허용하는 추세이다. 유전자 편집기술의 적용범위는 인체 의료분야인 유전자치료, 줄기세포 치료, 배아세포 편집과 유전자 드라이브(특정유전자를 조작해 개체군 전체에 퍼뜨리는 기술로 불임으로 만든 암컷을 퍼뜨려 말라리아 모기의 세대 번식을 억제하는 기술이 한 예이다.)를 비롯해 농업분야인 작물과 가축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원하지 않는 비표적 위치에 대한 유전자 편집의 우려가 적은 작물 분야는 미국, 브라질, 일본, 캐나다, 호주, 아르헨티나, 이스라엘 등이 특별한 규제 없이 기술의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GMO 수준의 규제를 하고 있는 EU도 관련법을 재검토하고 있으며 주요 농업생산국인 이탈리아는 유전자 편집기술의 농업적 이용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현재까지의 유전자 편집 연구분야는 병해충 저항성, 가뭄 저항성 또는 다수확 종자 육종이 중심이었으나 최근에는 트랜스 지방이 낮은 기름을 생산하거나 섬유질 함량이 높은 곡물 생산하는 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전통육종 방법으로는 품질과 시간 싸움에서 도저히 이길 수 없는 분야이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가장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농업 분야에서도 아직 법적인 인프라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로 국내연구기관 특히 민간 연구부문에서의 투자를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개정이 필요한 유전자변형생물체 국가 간 이동 등에 대한 법률(LMO법)에는 농업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의 LMO(혹은 GMO)를 함께 다루고 있어 각 부처의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시급하다. 기술적, 상업적으로는 원천특허에 대한 사용허가를 받아야 하는 문제가 있지만 ‘기술의 민주화’라는 측면에서 큰 장애가 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빌 게이츠가 언급한 것처럼 세상을 바꾸는 파괴적 기술(disruptive technology)에 대해 미래지향적이며 적극적인 수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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