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수입의존도 97%…공급물량·시기구체화 '불투명'
원자재 공급기지 다변화와 생산량 안정대책 마련 시급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작물보호제(농약) 생산·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작물보호제 업계가 원제, 중간체, 부재 등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은 물류와 수출입 등에 문제를 일으켜 국내 작물보호제 생산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는 현지시각으로 지난 11일 코로나19에 대해 최고 경고 등급인 ‘펜데믹(Pandemic)’을 선언했다. 코로나19가 대륙을 뛰어넘어 세계적 전염병으로 대유행하고 있는 상태라는 의미다. 일부 국가들은 이미 봉쇄 수준의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이에 원제 의존도가 높은 작물보호제 업계에서는 생산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원제 수입의존도는 2018년 기준 97%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 중간체, 부재 등의 수입 물량까지 감안하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국내 작물보호제 생산과 공급에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세계 제네릭 원제 생산 공장으로 불리고 있는 중국 내 공장들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아직도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예상돼 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에서 제조공장들이 가동 가능한 상태가 됐지만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으로 생산인력 확보와 내륙 운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내 제조사들의 경우 올해 생산에 쓰일 원자재 물량 가운데 80% 가량을 비축해놨지만 20%에 대해서는 아직 수입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가능성은 낮지만 최악의 경우 계획된 생산량의 80%만 생산이 진행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은 계획된 생산량에 준하는 물량을 생산하되 가격 인상이 고려되는 경우다. 실제로 이달 들어 작물보호제 국제 원자재가격이 상승세인 가운데 수급도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내 업계 특성상 가격 인상이 쉽게 이뤄지기는 어렵지만 생산량 자체가 줄어들 수 있는 만큼 이를 아예 배제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다.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올해 생산해야 하는 내년도 물량에 대해 원제사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작물보호제 업계는 5월 경 다음 해 생산물량에 대해 원제사와 협의를 진행하는데 올해 수급조차 가늠이 안 되고 있으며 원자재 공급 가능물량과 시기를 구체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원제사 관계자는 “중국에서 작물보호제 원제 등에 대한 생산 차질이 생기면서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물량도 달리고 있다”며 “인도 등 생산·공급이 가능한 곳은 글로벌 수요가 폭주해 국내로의 공급량 배정이 쉽지 않아 현재로서는 내년도 생산계획 등 모든 것이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작물보호제 생산과 일선 현장으로의 공급에 대해 일단 코로나19에 대해 주시하며 추이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국내 제조업체 한 관계자는 “올해 확보된 원자재로 올해 물량은 어떻게든 맞춘다고 해도 생산계획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내년이 문제”라며 “농약을 안 쓰면 농가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걸 뻔히 알면서 제조사가 생산이 어렵다고 마스크처럼 가격을 올릴 수도 없어 일단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만일 상황이 안 좋게 돌아가게 되면 마진율이 낮은 제품부터 생산이나 공급이 중단될 수 있는 만큼 농가보호 차원에서라도 원자재 공급기지를 다변화하고, 생산을 안정시킬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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