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예외거래 규제완화시…소매시장 전락 우려

[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농안법)에 의거 상장예외거래가 이뤄지고 있는지 실태조사 중인 가운데 구리시와 구리농수산물공사가 상장예외거래 규제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구리시는 최근 취급부류 단일화와 상장예외품목 허가조건 완화, 중도매인 추가 모집을 골자로 한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 거래제도 규제완화 추진을 행정 예고했다.

월 거래금액 1억원 이상, 법인과 부류별 86개소로 할당했던 상장예외품목 허가조건을 조례에 의거한 월 최저거래금액 수준으로 변경하고 할당제도 폐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상장거래와 상장예외거래 구분 없이 오는 11월까지 총 거래물량이 기준 거래 물량(최근 10년 간 평균 거래물량인 42만1611톤)보다 3% 이상 증가했을 경우 재논의 없이 규제완화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또한 11월까지 총 거래물량이 기준 거래물량의 3% 범위 이내인 경우(40만8960~43만4260톤) 총 거래물량 대비 상장예외물량 비중이 8% 이상 증가했을 때와 상장거래 물량이 최근 5개년 상장거래 평균의 94%인 39만톤 이상을 달성했을 경우 재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반입된 농산물의 분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장예외거래를 활성화할 경우 소매시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도매인들은 낙찰 받은 농산물의 분산이 어느 정도되기 전까지 경매 참여를 안 하거나 다른 중도매인을 통해 농산물을 구매하는 행태가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품목의 경락가격은 약세를 보여 왔다. 구리도매시장의 거래제도 완화를 통해 파생될 수 있는 문제를 짚어봤다.

# 도매시장 아닌 소매시장 전락 위험성

현재 구리도매시장의 상장예외품목은 157개로 농안법상 전체 반입량의 3% 미만인 품목이다. 이 품목을 취급하는 중도매인은 대부분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등에서 농산물을 구입해 재판매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기존에는 월 거래금액이 1억원 이상인 중도매인만 상장예외품목을 취급할 수 있었으나 규제완화가 추진될 경우 중도매인 허가를 받은 사람이면 누구나 취급이 가능해진다.

상장예외품목 취급 중도매인들은 소매형태로 대부분의 농산물을 판매한다. 구리도매시장 내 양념류 판매장에는 슈퍼마켓과 마찬가지로 소매를 하는 중도매인을 쉽게 볼 수 있다. 일반 중도매인 점포 판매도 대부분 소매다. 상장경매를 통한 농산물 분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상장예외거래 규제를 완화할 경우 주객이 전도돼 소매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리도매시장 유통인들은 “농산물을 경락가 대비 터무니없게 비싸게 판매하고 있다는 인식으로 대형 식자재 납품업체나 대형유통업체들이 시장으로 들어오지 않는데 상장예외거래 규제를 완화할 경우 소매가 더 늘어 도매시장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구리농수산물공사 직원이나 도매시장법인 직원이 개인적으로 중도매인 점포에서 농산물을 구매할 시 경매가격보다 상자당 4000~5000원을 더 높게 판매하는 중도매인들이 있다. 결국 내부 종사자들에게도 비싸게 판매하기 때문에 대형식자재납품업체들이 더더욱 시장을 기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학계 관계자는 “최저거래금액을 상향해 경쟁력이 없는 중도매인은 저절로 도태되고 외부에 경쟁력 있는 중도매인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도매가 활성화될 수 있다”며 “특수한 품목을 한시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농안법 시행규칙이 마련됐는데 법을 개정하지 않다보니 상장예외거래가 일반화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 대금 정산 투명성 담보 어려워

전국적으로 상장예외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시장에는 정산조합이 설립돼 있다. 그러나 거래제도 규제완화 뜻을 밝힌 구리도매시장에는 상장예외품목 정산조합이 없다. 상장예외거래를 하고 있는 중도매인들이 수수료를 낼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고 정산조합 설립 시 추가 수수료가 들어가기 때문에 현재까지 정산조합이 없다는 게 구리농수산물공사 관계자의 전언이다.

상장예외 중도매인의 규모가 작고 대부분 매수해 농산물을 판매하기 때문에 정산조합설립이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강서농산물도매시장 시장도매인이 정산조합을 이용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대금을 지불하다가 일부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례가 발생했다. 생산자가 출하한 농산물의 대금을 책임지고 지급하기 위해서는 정산조합 설립이 필수이다. 상장예외거래를 완화하면 인근 지역의 농가와 거래하는 중도매인은 늘어날 것이다. 아무리 구리농수산물공사가 관리, 감독을 잘한다고 해도 대금정산에 관한 문제 발생 여지는 다분하다는 것을 강서시장 사례에서만 봐도 알 수 있다.

구리도매시장 유통인들은 “현행 상장예외거래 규제 완화는 구리도매시장과 생산자를 위해 모두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며 “과도하게 설정된 규제 완화를 생각하기 보다는 구리도매시장이 도매시장으로서 생산자가 출하한 농산물을 제 값 받고 팔고 식자재업체와 대형유통업체들이 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갖추는 게 먼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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