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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순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축산자원개발부장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 모두 협력하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협력을 말하기는 쉽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한우협회는 한우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폭락을 우려해 번식용 암소 사육마릿수 감축사업에 농가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 문제는 암소 감축이 성공해 시장이 안정된 경우다. 소 가격이 안정되면 감축한 농가는 내다팔 송아지가 없어 손해를 본다. 반면 그렇지 않은 농가는 팔 송아지가 많아 이익을 본다. 바로 ‘비협력 게임(죄수의 딜레마)’으로 일컫는 사회적 딜레마가 발생한다. 이를 경험한 농가는 다음에는 암소 감축에 참여하지 않게 된다. 비협력이 더 이익임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몇 번의 암소 감축 노력이 있었고, 농가 참여를 위해 정부가 나서 지원도 해보았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이 상황을 바꿀 방법은 없을까? 
 

수학자이면서 진화생물학자인 마틴 노왁(Martin A. Nowak, 미국 하버드대 교수)은 2006년 사람, 동물의 협력 진화를 위한 다섯 가지 규칙을 발표했다. 혈연관계, 집적 상호성, 간접 상호성, 네트워크 상호성, 집단 선택이 그것이다. 혈연관계는 유전자 보존을 위해 자기희생을 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직접 상호성은 내가 ‘갑’을 도우면 ‘갑’도 나를 도와준다는 주고 받기식 믿음이다. 간접 상호성은 내가 ‘갑’을 도우면 ‘나’에 대한 좋은 평판이 형성돼 또 다른 누군가가 나를 도와준다는 원리다. 네트워크 상호성은 협력을 잘하는 사람은 잘하는 사람들끼리 뭉치게 되며, 네트워크의 긴밀성이 협력의 성패를 가르게 된다는 의미다. 마지막 집단 선택은 협력을 잘하는 집단이 살아남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조건을 잘 활용하면 비협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우리 주변에 이 조건을 만족시키는 조직이 있을까? 바로,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은 자발적, 개방적이므로 간접 상호성이 보장되며 외부에 배타적이지 않다.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조합은 정책수립‧의사결정에 조합원이 1인 1표를 행사할 수 있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조합원에 대한 제재가 가능하다. 조합은 자원을 공동 소유·이용하며 위험까지도 공유한다. 조합은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조합원, 임원, 직원들에게 교육과 정보를 제공한다. 집단의 정체성을 높이고 간접 상호성을 제고한다. 조합은 다른 조합과 협력함으로써 조합의 힘을 강화하고 지역사회 봉사 등을 통해 조합에 대한 신뢰를 형성한다. 즉, 협동조합은 협력 진화를 위한 5가지 요소 중 ‘혈연’을 뺀 나머지 네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한다. 따라서 협동조합 기반의 ‘브랜드 경영체’라면 암소 사육마릿수 감축 등 한우산업 발전을 위해 풀어야 할 여러 문제를 ‘협력 게임’으로 만들어 대처해 나갈 수 있다. 
 

끝으로 ‘브랜드 경영체’를 제안해 본다. 우선, 국민에게 우수한 한우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함과 동시에 번식농가, 비육농가가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조합원들로 구성된 경영체. 번식우 감축과 같은 공통의 사안에 대해 협력하는 농가에 대해서는 확실한 보상을 하고, 발생한 이익에 대해서는 조합원의 기여도에 따라 합당하게 분배하도록 정보를 공유하고 관련 제도를 마련해 운영하는 경영체. 소비자에게 생산부터 도축까지의 정보를 제공하는 이력제를 확장하여 번식에서, 사육, 비육, 도축, 가공, 유통, 소비의 각 단계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양방향으로 제공함으로써, 각 단계별 문제를 개선해 전체적으로 생산비용을 낮추고 품질을 개선하는 경영체. 미래의 한우산업을 바라보며 젊은 후계농에 대한 투자와 교육을 하는 경영체라면 어떨까? 지역 축·농협과 한우협회가 뜻을 모아 이러한 ‘브랜드 경영체’를 운영한다면, 우리나라 한우산업의 미래는 더 밝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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