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월 급식 납품 계약 모두 취소...경영난 심화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학교 급식 중단으로
공공기관·학교 납품 물량 
3분의 1이나 줄어

김치 공장들 피해 최소화 위한 
홈쇼핑 판매 등 
다양한 방안 마련 고심

 

▲ 초·중·고교 개학이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지역농협의 김치공장과 학교에 김치를 납품하는 대리점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이맑은김치 제조공장의 모습.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온라인 개학으로 지역농협 김치공장과 대리점들의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

단순히 김치 판매 부진의 문제가 아니라 배추를 비롯해 고추, 마늘 등 농산물 소비와도 연결돼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에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저장배추·제조김치 처리 어쩌나

평소보다 한 달이나 미뤄진 초·중·고교 개학이 결국 온라인으로 대체되자 지역농협 김치공장과 대리점들은 당장 3월 개학에 대비해 비축해 둔 배추를 어떻게 소비해야 할지, 이미 제조된 김치는 어떻게 판매해야 할지 난감해 하고 있다.

통상 3월 초순 초·중·고등학교 개학을 앞두고 지역농협의 김치공장과 김치를 학교에 납품하는 대리점들은 2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간다. 대리점이 납품 계약에 따라 발주를 넣으면 김치 공장이 미리 사둔 배추로 김치를 제조해 2월 20일을 전후해 대리점으로 보내는 식이다. 대리점은 이 김치를 개학 때까지 저장하며 숙성시켰다가 학교에 납품한다.

김치 공장은 학교 급식 납품을 위해 전년에 미리 배추 농가와 거래 물량을 계약한다. 1월 즈음 미리 계약한 월동배추를 사들여 저장해뒀다가 봄배추가 수확되기 전까지 3~4개월간 사용한다.

하지만 올해는 이러한 계획들이 전부 틀어지게 생겼다. 3월 초순으로 예정됐던 개학이 4월 초인 현재 온라인 개학으로 변경되며 학생들의 등교가 기약 없이 미뤄졌기 때문이다.

'이맑은김치'를 생산하는 전남 해남의 화원농협 석민철 계장은 “3~4월 학교 급식 납품 계약은 모두 취소된 상황”이라며 “학교 급식이 중단된 탓에 공공기관과 학교로 납품되던 물량의 3분의 1이 줄었다”고 전했다.

풍산김치를 생산하는 서안동농협의 정정훈 과장도 “등교 연기로 김치 소비가 되지 않아 대리점이 떠안은 손해가 몇 천만원 단위”라며 “김치 공장의 경우 억단위 손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정 과장은 “고추, 마늘 등 김치에 들어가는 다른 농산물을 제외하고 배추만 계산해도 약 8억원 정도의 재고물량이 있다”며 “다른 방식으로 어떻게든 소비는 되겠지만 계획된 물량을 모두 팔지 못할 경우 폐기하는 수밖에 없어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홈쇼핑 판매 등 피해 최소화 ‘고심’

상황이 이런데도 임금 등 고정비용이 계속해서 지출돼야 하는 것도 또 다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계획보다 공장 가동률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도 이미 고용한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은 계속 지불돼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농협 김치공장 관계자는 “농협의 지역 내 역할이란 게 있기 때문에 근로자를 쉽게 해고할 수도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공장을 못 돌려 일거리가 없어져도 고용관계에 있는 동안에는 평균 임금의 70%는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은 임시방편으로 단축근무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치 공장들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서안동농협은 지난달 31일 홈쇼핑을 통해 김치를 판매했다. 남아서 버리는 것보다 어떻게든 판매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거의 원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판매했다.

정 과장은 “다행히 3월까지는 수출이 많아 큰 부담은 없었지만 배추 재고량이 많아 4월은 암담하다”며 “안 하던 홈쇼핑 판매까지 시작하는 등 손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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