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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수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장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는 또 하나의 ‘인류 대재앙’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확산 속도나 파급력을 볼 때 1918년 발병, 2년간 5000만명의 사망자를 낸 스페인 독감(Spanish Influenza)이나, 14세기 중반 서유럽 인구의 30~50%를 사망에 이르게 한 흑사병(Plague)에 비견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시련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달 11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역대 3번째로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Pandemic)’을 선언했으며, 일본은 ‘2020 도쿄 올림픽’개최를 연기했다. 유럽 국가들의 상황이 심각하다. 이탈리아는 2차 세계대전에 버금가는 시련을 겪고 있으며, 영국의 경우 총리까지도 감염됐다. 우리나라도 확진환자 수가 1만 명을 넘었으며, 코로나19의 확산이 국민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코로나19 확진환자가 급증하면서 지역사회 감염 차단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고 있다. 이에 재택근무 또는 임시휴업을 실시하는 회사들이 늘었으며 초·중·고등학교는 개학이 재차 연기됐다. 실제로 음식점이나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고 지자체들은 4월 봄 축제를 취소하는 사례도 많다.
 

이에 따라 외식수요가 많은 활어류를 중심으로 양식업계의 시련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외식 소비가 주를 이루는 광어, 우럭, 전복, 멍게, 송어 등 횟감용 활어류의 소비가 급감했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식생활 소비패턴에도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우선 외출이나 모임 등을 꺼리면서 외식은 줄고, 배달음식은 성황을 이루고 있다. 또한 대형마트보다 온라인 배송서비스를 통한 구매가 증가하고 있다. 더불어 비교적 가정 내 식사를 위한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2008년 이후 소매업의 종말(Retail Apocalypse)이 유통업계의 유행어가 됐다. 이는 기존의 유통채널을 통한 대면 서비스는 위험에 처한 반면, 모바일 쇼핑, HMR, 비대면 서비스 시장의 확대를 함축하고 있는 말이다. 이에 정부는 식생활 소비패턴 변화를 고려한 정책지원을 고려 중 이다. 지금까지 양식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정책지원이 시설이나 기자재 등 하드웨어 중심이었다면, 향후에는 비대면 방식의 온라인 직거래 확대 등에 집중할 개연성이 크다. 
 

코로나19로 인한 우리나라 양식업계의 시련은 결코 과소평가 할 수 없다. 품목별 온도 차는 있을 수 있으나, 일부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이 단기간에 해소되지 못하고 장기화 될 수도 있다. 특히 비대면 소비의 확대는 시간의 문제일 뿐 하나의 트렌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우리 양식업계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 것인가? 우선 코로나19로 인한 활수산물의 소비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봄철 입식물량 조절 등 입식관리가 요구된다. 이는 출하 부진 및 수출 감소에 따른 양성물량이 적체되고 있으며 소비 부진에 따라 가격도 하락세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코로나19로 인한 수산물 소비패턴의 변화에 따른 양식수산물 생산체계 개선이 요구된다. 즉 이번 사태로 인해 기존 활어회 시장의 축소 가능성이 우려되며 특히 연어 등 수입선어회 시장의 확대 등을 고려할 때, 기존 활어 소비 외에도 선어회 소비시장을 겨냥한 상품개발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하나의 방안을 제언하면 정부에서는 10여 년 전 적극적으로 추진했으나 당시 고착화된 활어 소비문화로 인해 실패했던 ‘싱싱회’사업을 이번 기회에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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