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된 제품은 아직…직권등록이 가장 빠른 해법
뿌리 썩고, 말라
‘균핵’ 형성 특징
남해·당진·무안 등 전국서 발견
생산·수확량 미치는 영향 12.5%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경기 화성시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콩 균핵마름병(가칭) 발생이 확인됐다. 감염된 콩은 유묘기에 묘가 전체적으로 말라서 죽는 모잘록 증상을 보이며 개화기에 급속한 시들음 증상과 조기성숙 후 고사돼 수확량이 급감한다. 특히 최근 강수량 부족과 여름철 이상고온이 지속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돼 이후 동향과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콩 균핵마름병 국내 최초 발생 확인

▲ 개화기 시들음 현상

화성시는 2016년 7월부터 콩 재배지역 105곳을 대상으로 시들음 증상을 보이는 콩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콩 균핵마름병을 확인했다고 최근 밝혔다.

고온건조한 날이 늘면서 2016년부터 경기도 화성과 연천지역 포장에서 콩이 심하게 시드는 증상이 나타나 조사를 실시하면서 국내에 보고된 미이라병, 시들음병, 흰비단병 등과 다른 병징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병징은 지제부와 뿌리가 썩고, 표피가 갈라지며 물관이 폐쇄돼 급속히 시들고 마르게 되는 것으로 기존 병들과의 가장 큰 차이는 균사덩어리인 균핵을 형성한다는 점이다. 이는 눈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이러한 증상은 남해, 당진, 무안, 정읍 등 전국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에 고영미 화성시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는 병원균인 메크로포미나 페이스올리나(Macrophomina phaseolina)에 의한 ‘콩 균핵마름병’으로 명명하고 지난달 한국식물병리학회지에 발표했다.

# 주요 생산국 수확량 12.5% 급감

▲ 꼬투리 형성기 조기성숙 후 고사

메크로포미나 페이스올리나에 의한 콩 균핵마름병은 미국, 캐나다, 인도 등 전 세계 콩 주요 생산국의 생산량 감소의 원인 중 네 번째로 평가될 만큼 큰 피해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미국 식물병리학계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콩 생산량의 12.5%가 콩 균핵마름병에 의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고 농촌지도사가 실시한 수확량과 품질 조사에서도 건강한 콩 종자와 균핵마름병 발생 콩 종자 각각 100립을 조사한 결과 건강한 콩 종자는 32.4g이었던 반면 병든 콩 종자는 17.5g밖에 되지 않았다. 직경 크기에서도 건강한 콩 종자는 8mm 이상 종자가 26%, 7~8mm가 72%, 6~7mm가 2%인데 반해 병든 콩 종자는 8mm 이상이 없고, 7~8mm 12%, 6~7mm 63%, 5~6mm 23%, 4~5mm 2%로 확인됐다.

콩 균핵마름병이 발생할 경우 콩의 생산량뿐만 아니라 수확한 콩의 품질에도 영향이 미치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 토양훈증·직권등록 등 대응 요구

▲ 콩 유묘기 모잘록 증상

콩 균핵마름병의 전국적인 발생이 확인되고, 주요 콩 생산국의 사례 등을 통해 발생 이후 피해가 예상되지만 국내에서는 최초 발생 확인이다 보니 이를 효과적으로 방제할 등록 제품 개발 등 대응 방안 마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고 농촌지도사는 “국내에서는 처음 확인해 보고하고 있는 단계로 등록된 전문 방제 제품은 없다”며 “현재 후실험으로 시판 등에서 판매되고 있는 살균제를 중심으로 방제 효과가 나타나는 제품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군 경농 PM은 “생산량이나 수확량에 미치는 영향이 12.5%에 달한다면 다른 병보다 더 큰 피해가 있을 수 있다”며 “현재 국내에는 콩 균핵마름병에 등록된 제품은 없기 때문에 병원균인 메크로포미나 페이스올리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된 토양훈증제 등으로 토양을 소독하는 방법이 우선 고려할 수 있는 방제법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상준 팜한농 PM은 “현재 콩에 등록된 제품은 많지 않지만 논문 등을 토대로 탄저병, 균핵병 등이 유사한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관련 제품 등을 중심으로 제품이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PLS(농약허용기준강화제도) 전면 시행 등의 상황을 고려해볼 때 농촌진흥청에서 대학기관 등과 함께 직권으로 등록해주는 게 빨리 농가에서 등록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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