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명예연구위원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 

얼마 전 평소 존경하는 모대학 교수님께서 뜬끔 없는 질문을 했다. “우리나라 어업인들의 범죄율은 얼마나 될까요? 아마도 절반 이상이겠지요?” 물론 그 분이 말한 우리 어업인들의 범죄율이란 수산관련 법률을 위반한 것을 말한 것이다. 우리나라 연근해어업의 현 상황을 너무도 간결하면서도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는 이 한마디 물음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나라에 근대적 어업, 즉 기선과 나이론 어망을 사용하는 어업이 도입된 이래 언제나 연근해어업은 위기라고 했다. 어획고가 안 좋아서, 기름값과 인건비가 올라서, 수입산이 밀려와서, 태풍이 불어 닥쳐서, 자금이 없어서 등등. 위기의 이유는 시대에 따라 달랐지만 우리 연근해어업은 항상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들은 그때그때 형편에 따라 달랐다.
 

특히 최근의 근해어업의 위기는 대단히 복합적이고 구조적이며 단기적 대책으로 해결될 것 같지 않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수산자원은 이미 생물학적 지속가능한 수준을 넘어서 심각한 남획상태에 있고, 자연현상은 지구온난화 및 기후변화로 인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글로벌 수산물 시장은 거의 개방돼 언제든 우리 식탁을 수입산이 차지하는 반면 어업비용은 줄어들 여지가 없어 경영난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더구나 어선은 노후화로 인해 안전성과 생산성이 떨어지고 어선원들의 작업환경은 극히 열악해 우수한 선원 모시기는 거의 불가능해져 외국선원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어업인은 자원관리와 어업조정을 위한 규제가 날로 늘어나 범법자가 될까봐 조업하기도 무서울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근해어업을 혁신시킬 특단의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어업기반이 무너지거나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태다. 그 대안은 지속가능한 어업실현을 위한 수산자원의 확보와 세계 어느 나라 어획물과도 경쟁할 수 있는 어업경영구조로 전환하는 것이다. 
 

수산자원 관리와 이용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자원관리 규제제도를 단순하면서도 실효성이 높은 제도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 대안으로 영세한 연안어업과 규모가 큰 근해어업의 조업수역을 구분하여 공정치 못한 경쟁적 조업구조를 바꿔야 한다. 아울러 자원관리 규제수단으로 TAC(총허용어획량)제도를 전면 적용하고 기타 다수의 규제들은 대폭 축소하거나 철폐해야 할 것이다. 자원에 비해 과도하게 많은 어선을 대폭 줄이는 감척사업은 남획방지와 일정규모의 어선척당 어획량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수적이다. 물론 우리 정부에서는 지속적으로 어선감척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여전히 어선세력이 너무 많기 때문에 단기에 걸쳐 집중적으로 추진해야 혁신의 기틀이 잡힐 것이다.
 

어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어업경영구조 재편은 수산자원관리를 전제로 해야 한다. 즉 자신의 어선으로 어획할 수 있는 어획량이 정해진 상황에서 최소의 비용으로 어획하고 어획물의 판매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기계화·자동화·정보화된 어로시스템 도입, 선상 어획물 선도처리 및 소포장 등 상품화 시스템 도입, 안전하고 쾌적한 어선원 작업환경 조성 등을 위한 어선의 현대화는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과제이다. 
 

나아가서 어업경영 규모를 1어선 1회사에서 국제적 규모로 바꿔야 할 것이다. 어업경영 규모화를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어획쿼터를 매매할 수 있는 ITQ(개별양도성할당제도) 제도도 도입, 어업의 M&A를 용이하도록 해야 한다. 
 

노르웨이, 아이슬랜드, 뉴질랜드와 같은 수산선진국들은 자원관리와 어업경쟁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성공모델이다. 정부도 업계도 이제 머뭇거려서는 안된다.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산업이 수익이 되는 동시에 양질의 수산물을 국민들에게 공급하는 기간산업으로 거듭나도록 하기 위한 특단의 혁신정책이 절실한 때다. 필요하다면 특별법도 제정하고 혁신기금도 만들어야 한다. 이제 곧 개원하는 21대 국회에 한 목소리로 외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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