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호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창녕사무소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 

올해부터 시행되는 공익직불제는 과거 농업이 국민들에게 식량 공급이라는 일차적인 기능에 대해 농업직불금을 지급하던 것과 달리, 환경과 생태계 보전·농촌경관 보전·휴양지 제공 등 다양한 공익적 기능에 대한 대가로 직불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농업 생산량에 비례해 농업인들에게 직불금을 지급하던 기존의 제도에서 벗어나 생태계 보존을 위한 농지기능 유지, 자연환경 보호를 위한 농약 허용기준과 비료 사용기준 준수, 영농폐기물 수거 등 마을공동체 활동 참여, 생태교란생물 반입 금지, 농업인 기본교육 이수 등 농업인이 공익증진을 위해 지켜야 할 다양한 의무를 준수해야 직불금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도이다.

농업인이 준수해야 할 의무가 늘어난 것에 비례해 지급되는 직불금도 크게 증액됐다. 올해 공익형직불제 예산은 지난해 직불제 예산 1조7000억원보다 70% 인상된 2조4000억원을 확보했다. 

 

농업은 국민들에게 단순히 먹거리 제공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생태·경관 등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 다원적 기능을 띄고 있다. 토양과 수자원을 유지하면서 가뭄 등 기상이변을 막아주고, 경관을 보전해 도시민들에게 아름다운 경치를 제공하고, 생태계를 순환시키면서 생물의 종 다양성을 확보해준다. 또한 농업인들이 농지 개발행위 대신 농업활동종사를 선택하도록 함으로써 우리는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물려줄 수 있는 기반을 갖게 됐다.
 

지금껏 우리나라는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 속에서 농업이 발휘하는 이러한 다양한 공익적 기능과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삶의 질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들이 농업·농촌에 기대하는 바도 크다. 우리의 농업·농촌이 단순히 식량을 제공하는 것에서 나아가 고품질의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고 우리의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물려주기를 바라고 있다. 공익직불제는 이러한 농업이 다원적 기능을 충분히 인정하고 이에 대해 보상을 충분히 해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1992년을 전후해 경작지 면적에 비례해 직불금을 지급하는 기본직불제 이외에 기후와 환경에 이로운 농업활동을 하는 농업인을 지원하는 녹색직불제를 운영해왔다.

녹색직불제는 다른 농업보조금 제도와 달리 EU의 모든 회원국들이 의무적으로 따라야 하는 의무직불제도이다. EU가 최근 7년간(2014~2020년) 배정한 전체 농업예산의 72%가 직불제예산(382조 2126억원)이다. 연간 직불제 예산규모는 약 53조4562억원에 달한다. 평균적으로 농가소득의 절반 정도가 직불금일 정도로 직불금은 농가소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대신 농업인이 지켜야하는 법적의무가 상당히 까다롭다. 무분별한 농약·비료 등 사용 금지, 농업활동으로 인한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 금지 등 농업인들은 EU가 법률로 정한 공중보건․동물복지·환경보호 등 13개 의무사항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EU 등 선진국에서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미 이전부터 농업·농촌지원 등을 통해 자국의 자연환경·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공익직불제 도입을 통해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하려고 한다. 코로나19 등 각종 신종바이러스는 결국 무분별한 생태계 파괴 등 인간의 과도한 욕심이 한 몫 했다.

우리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물려주고 인간에게 더 이상 이러한 끔찍한 재앙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우리의 농업·농촌을 잘 유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며, 어느 한쪽에게만 노력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만 우리는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농업·농촌을 물려줄 수 있게 될 것이다. 농업·농촌은 소모하는 자원이 아니라 유지·보전해 다음세대에 그대로 물려줘야하는 귀중한 재산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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