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물 관리, 농산물 품질·생산성·안전성과 직결
작물 생장 위해 필요로 하는 양분보다 더 많은 양분 집적돼 있는 농지 많아
부숙유기질비료 제품 양분함량 표시
양분관리제

[농수축산신문=서정학 기자] 

더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영위하기 위해선 농업생산에 기반이 되는 토지와 물부터 관리해야 한다. 토양에 양분이 과잉되지 않도록 하고 농업용수의 질을 높여야 더욱 질 좋은 농산물을 더 오래 재배할 수 있어서다.

환경적 측면에서 토양과 농업용수의 오염을 막는 방안이 중요시 되고 있는 요즘 토양과 농업용수의 관리 방안을 알아봤다.

# 전국 시설재배지·과수원 중 양분 과다 농지 많아

농작물은 토양에 뿌리를 내리고 수분과 양분을 섭취해 자란다. 이에 농지의 비옥도나 오염도 등을 파악하고 처방을 내리는 건 농산물의 품질과 생산성, 안전성과 직결된다.

농촌진흥청은 농지의 토양화학성을 평가하기 위해 전국 농지의 시료를 채취해 pH, 전기전도도(EC), 유기물, 유효인산, 치환성 양이온(칼륨, 칼슘, 마그네슘), 유효규산 등을 측정한다. pH 농도에 따라 토양 산성화 정도를 알 수 있으며, EC는 작물에 대한 염류장해를 판단하기 위한 지표다. 유기물은 토양의 수분 보전능력과 작물에 양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며 칼륨과 칼슘, 인산, 규산 등은 작물이 필요로 하는 양분이다.

농진청의 ‘2019년 농경지 이용형태별 토양화학성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전국의 논·밭·시설재배지·과수원에서 4만7888점의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토양 pH의 지목별 평균치는 적정범위에 속했다. 다만 적정범위인 토양 pH7.0을 초과한 비율은 지목별로 밭 26.9%, 과수원 30.4%, 시설재배지 31.5%로 나타났다. EC의 경우 시설재배지의 평균치가 적정범위 2를 넘어선 3.2로 파악됐고 3.5를 초과하는 비율도 32.6%로 높게 확인됐다. 유기물은 과수원과 시설재배지에서 적정범위를 넘어선 평균치를 보였고 유효 인산과 치환성 양이온, 유효 규산은 대부분의 지목에서 적정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국가별 양분수지 조사결과에서도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질소, 인산 수지는 OECD국가 중 각각 1, 2위로 파악됐다.

이처럼 국내에선 작물이 생장을 위해 필요로 하는 양분보다 더 많은 양분이 집적돼 있는 농지가 아직까지 많은 상황이다. 작물이 흡수하지 못하고 농지에 쌓이는 양분은 다른 토지나 수원 등으로 흘러가 토질과 수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

 

# 양분 관리 위한 양분함량 표시 요구돼

국내 농지에 양분이 과다하게 쌓이고 일부 시설재배지에서 염류장해가 나타나는 건 비료가 적정량보다 많이 사용되거나 한 곳에서 오랫동안 연작 재배를 진행한 것 등이 주 원인으로 꼽힌다.

농업인 입장에선 비료의 양분함량과 농지의 상태를 파악한 후 작물별 표준시비량에 입각해 비료를 뿌리면 된다. 무기질비료의 경우 주요 비료공정규격에 따라 양분인 질소(N)와 인산(P), 칼륨(K) 등의 양분함량을 제품 포장재에 표시한다. 부숙유기질비료(가축분퇴비·퇴비 등)는 유기물 함량을 표기한다.

다만 부숙유기질비료 제품에는 질소와 인산, 칼륨 등 양분의 함량은 표시하지 않아도 돼 이를 사용하는 농업인이 적정시비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양분 함량 최소량은 비료공정규격상 무기질비료가 부숙유기질비료보다 높아 더욱 적은 시비량이 요구되나, 부숙유기질비료는 양분함량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농업인이 필요량보다 더 많은 양을 농지에 뿌리면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부숙유기질비료 제품에 양분함량을 표시하도록 하는 방안과 양분관리제 확대 등이 논의된다. 비료업계에선 부숙유기질비료에 사용되는 가축별 분뇨마다 양분 차이가 있고, 부숙과정과 저장상태에 따라 양분변화가 일어날 수 있어 정확한 양분함량 표시에 애로사항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미 전국적으로 양분이 과잉된 토지가 상당한 수준이고 갈수록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시대적 요구에 부흥해 부숙유기질비료의 양분함량 표기가 필요하단 목소리도 높다.

양분관리제는 환경부가 주관해 지역별로 가축분뇨나 비료 등으로 투입·처리되는 양분량을 산정하고 이를 환경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용량 내에서 관리하는 제도다. 현재 시범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양분관리제는 2023년까지 전국적으로 확대·정착될 예정이다.

▲ 농작물은 토양에 뿌리를 내려 수분과 양분을 섭취하기 때문에 농지의 비옥도와 오염도는 농산물의 생산성, 안전성과 직결된다.

# 주요 농업용 저수지 중 수질 4등급 내 88%

농업용수의 관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먼저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농업용 저수지 3411개소는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한다. 이 저수지의 수질 검사는 농어촌공사가 매해 분기별로 실시한다. 특히 저수율 50만 톤 이상 또는 수혜 농경지면적이 30ha 이상인 저수지 975개소에 대해선 수질측정망시설을 설치하고 보다 전문적인 수질검사를 실시한다. 일부 담수호와 지자체 관리 저수지 1만3829개소 중에서도 농업용수가 공급되는 곳이 있다. 농어촌공사는 이곳에서도 정기적인 수질검사를 실시한다.

지난해 기준 농어촌공사 관리 저수지의 수질은 4등급 이하(1~4등급)가 82.4%로 나타났다. 농업용수와 친환경 인증 용수 기준으로 삼는 4등급엔 용존 산소량 2mg/L 이상, 인과 질소 각각 0.1mg/L, 1.0mg/L 이하가 함유돼 있다. 농어촌공사는 수질관리목표인 4등급을 초과한 저수지 17.6%에 대해서 중장기 수질개선 대책을 수립해 체계적인 수질개선사업을 진행, 2018년까지 36지구를 준공했다.

▲ 농업용수 수질개선 사업 모식도

# 농업용 저수지 상류층부터 관리해야

농업용수 수질을 관리하기 위해선 농업용 저수지는 물론 물이 유입되는 상류층의 수질관리도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선 농어촌공사와 상류 수원과 인근 토지를 관리하는 환경부, 지자체와의 유기적인 협력이 요구된다.

우선 농어촌공사는 자체적으로 상류에서 유입되는 용수를 정화하기 위해 ‘농업용수 수질개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농업용 저수지로 유입되는 물은 오염 농도가 낮은 대신 유입량은 많고 계절마다 유입량의 변동폭이 커 일괄적으로 용수를 모아 정화시키는 공법을 적용하긴 어렵다. 이에 농어촌공사는 농업용 저수지 상류지역에 취입보와 침강지, 인공습지 등을 조성해 용수 내 오염물질이 자연적으로 침체되고 정화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이는 사업비 규모가 커 사업 추진에 제약이 있으며 상류지역의 수질 오염원을 제거하는 근원적인 방법은 아니다. 또한 농어촌공사는 저수지 관리 권한만 있을 뿐 상류 오염지역의 단속이나 처벌 등의 권리는 행사할 수 없으므로 해당 지역의 관리 주체인 환경부나 지자체 등과의 협력사업 추진이 강조되는 것이다.

이승헌 농어촌공사 환경사업처 환경기획부장은 “농업용수의 수질 개선을 위해선 저수지 상류의 토양·수원·환경 분야 실태를 파악하고 오염원을 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단 공감대가 모아지고 있다”면서 “농어촌공사와 환경부, 지자체, 지역민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수질관리 거버넌스를 구축·확대하는 일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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