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안희경·이호동 기자] 

격변하는 농식품유통 시장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농업계 대응방안을 놓고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을까. 인터뷰와 특별기고를 통해 보다 신속한 농업계 대응을 주문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특별기고] 언택트(Untact)로 바뀌는 유통지형에 대비하자

-노은정 동국대 산학협력교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경제는 ‘뉴노멀’이라는 새로운 경제질서를 경험해 왔다.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 실업률 상승이 고착화된 시장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다양한 대응전략을 구사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겪으며 기존이론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신혼돈, 새로운 비정상으로 일컬어지는 ‘뉴애브노멀(New Abnormal)’시대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처음 사용한 뉴애브노멀은 전망자체가 어려운 불확실의 세계, 모든 시장의 가정에 의문이 따르는 상황을 의미한다.

뉴애브노멀의 시대는 기존 유통구조에도 혁신적 변화가 예상된다. 이미 세계적으로 오프라인 유통의 종말을 의미하는 리테일 아포칼립스(Retail Apocalypse)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고급백화점의 대명사 니만마커스 백화점이 곧 파산신청을 할 것이라고 한다. 100여년 넘게 미국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JC페니와 메이시 백화점도 채무 상환기간 연장에 동분서주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번 코로나19 위기상황에 사회적 격리가 장기화되며 유통, 소비와 관련해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가 ‘언택(Untact)’이다. 언택트(Untact)란 ‘콘택트(contact)’와 부정의 의미인 ‘언(un-)’을 합성한 말로, 기술의 발전을 통해 점원과의 접촉 없이 물건을 구매하는 등의 새로운 소비 경향을 의미한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2월, 산업자원부에서 발표한 소매업태별 매출동향을 보면 온라인유통의 매출구성비가 지난해 29.8%에서 올해 49%로 증가해 전체 소매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39%에서 30%로 9%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동기간 쿠팡, G마켓 등 온라인 대표 업체들의 건강용품, 생활용품, 간편가정식 등 일부 품목은 200% 이상의 성장율을 보이고 있다. 이번 경우처럼 어쩔 수 없이 강제적으로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구매를 경험해본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온라인의 저변이 확대되며 유통의 축은 완전하게 온라인으로 시프트(shift)될 것이다.

유통뿐인가? 손님이 90% 이상 감소한 고급 레스토랑은 드라이브스루(Drive Through)를 통해 음식을 판매하고 있고 구립도서관이나 학교는 차를 타고 도서나 교과서를 받아가게 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코로나19로 결혼식이 어려워지자 신랑, 신부가 거리에 서서 드라이브스루방식으로 하객을 맞이하고 축의금을 받는 웃지 못할 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이런 변화를 빠르게 캐치하고 한발 앞서가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있다. 포항의 한 횟집이 드라이브스루 서비스로 3000마리의 횟감을 3시간만에 판매완료해 위기를 기회로 활용한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언택트를 트리거(trigger)로 유통지형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될 것이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O2O전략을 강화해 온라인·모바일로 구매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찾아가거나, 차량으로 픽업하는 드라이브픽같은 온·오프 연계 판매를 강화하게 될 것이다. 현재 편의점에서 테스트되고 있는 무인매장은 보편적 매장형태로 정착될 것이다. 또한 제조사들은 중간 유통과정을 생략하고 소비자와 직거래하는 플랫폼(D2C)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세계적 가전업체인 다이슨은 신제품 ‘다이슨 코랄 헤어 스트레이트너(무선고데기)’를 유튜브 생방송으로 공개했다. 유명 헤어디자이너가 신제품으로 스타일링을 선보이고 소비자들은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답변하는 방식이었는데 당일 유튜브 라이브 시청자수가 6만3000명에 달했다.

이제 신선식품도 생산자들이 힘들여 기른 농축수산물을 유통코스트로 비용을 낭비하지 않고 스마트스토어나 SNS 라이브(live)로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며 판매하게 될 것이다. 가끔 미래유통의 청사진으로 소개됐던 아마존의 로봇배송이나 드론배송처럼 4차산업혁명 시대의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무인배송도 본격적으로 테스트되고, 쇼핑은 헤드셋을 끼고 내방에서 편하게 가상매장의 VR(Virtual Reality)쇼핑을 즐기는 모습도 낯설지 않을 것이다.

디지털을 활용한 서비스나 마케팅, 유통은 앞서가는 일부 회사들의 수단적 기술이 아닌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생태계에서 생존하기 위한 필수적 요소가 되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할 듯하다.

[Interview1] 온라인 시장 변화에 발맞춘 생산자의 노력 필요

-권혁진 마켓컬리 MD 리더

신선식품 온라인 시장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7년 2조4000억 규모였던 신선식품 온라인 시장규모는 불과 2년 만인 2019년 3조5000억을 기록하며 1조 원 이상 성장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코로나 19가 대유행한 올해는 더 놀라운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에 상품을 제공하는 생산자들의 역할도 중요시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에서 10여년, 온라인 유통업체에서 7년을 넘게 근무하면서 신선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행동이 눈에 띄게 변하는 것을 목격한 권혁진 마켓컬리 MD 리더는 생산자들도 시장의 변화에 발을 맞추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권 MD 리더는 “생산자들이 소비자가 직접 거래하는 B2C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가장 좋지만 생산과 판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생산 전 판매의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생산자는 소비자와 직접 만나야 하며 이것이 소비시장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한 권 MD 리더는 양극화된 시장을 공략해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마트나 시장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간 등급 상품의 전성기는 전체 시장의 성장을 이뤄냈으나 가치의 소비와 가성비의 소비 트렌드로 변해가는 현재의 신선식품 유통시장은 채워주지 못하는 면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일본에서 판매되는 새해 첫 참치 경매 가격이 21억 원에 달하는 것을 볼 때 프리미엄 상품 소비가 하나의 이벤트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며 “또한 약간 흠 있는 과일, 시장이 작았던 육우를 저지방 소고기로 포지셔닝해 판매하는 것은 실속 있는 상품이 성장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신선식품을 취급하며 만났던 생산자들은 한결같이 ‘내 상품이 제일 좋으니 가격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지만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상품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와 정보가 필요하다”며 “과일의 당도, 수산물의 안전성과 신선도, 축산물의 등급 등 품질과 생산량과 관련된 데이터가 많이 있기 때문에 이를 주기적으로 확인해 상품성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하며 이 같은 품질 관리는 앞으로 더 스마트해지는 고객들을 공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온라인에서 신선식품은 아직 기회의 땅”이라며 “충분한 기회가 있으니 생산자들은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와 배움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도전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Interview2] 소비자 요구 시장 반영이 ‘급선무’

-이석준 GS 리테일 축산과장

‘우월한’ 시리즈로 고품질 프리미엄 시장을 확장하고 있는 GS 리테일은 지난해 7월 ‘우월한 닭’을 출시하면서 ‘우월한우-우월한돈-우월한닭’으로 축산 프리미엄 라인업을 완성시켰다.

이준석 GS 리테일 과장은 “품질이 우월한 우월한우부터 우월한돈, 우월한닭, 지정농장 계란 등 고품질 프리미엄 상품을 찾는 고객들에게 맞춤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며 “특히 차별화 양념가공품을 운영하는 한편 해당 상품들의 품질 강화를 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지속적인 재구매가 가능하도록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GS 리테일의 프리미엄 축산 라인업에서 보듯 소비자의 요구를 제품에 빨리 반영하고 이를 시장에 반영하는 것이 빠르게 급변하는 축산시장에서 가장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그는 “GS 리테일은 협력사와 상호 긴밀하게 협력해 품질 좋은 상품을 경쟁력 있게 공급받고 기준에 맞는 원료육을 바탕으로 상품 매뉴얼에 맞게 작업을 한다”며 “온라인 고객 트렌드와 오프라인 고객 트렌드를 항상 주시하고 오프라인 매장의 방문 고객에 구매 형태와 상품 판매추이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품을 개발한다”고 설명했다.

즉 시장의 트렌드는 물론 직접 방문한 소비자의 구매 패턴 등을 기반으로 현실적인 제품을 만드는데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이 과장은 “축산물 판매를 위해서는 소비자의 요구를 파악하고 트렌드를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포장재 개발이나 차별화된 맛 개발 등 재구매로 이어질 수 있는 제품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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