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에 신뢰가 더해지면 구매확장으로 이어져
온라인몰 식품 구매 폭발적 성장
채소·고기 등 신선식품까지
구매 범위 확장
식품 구매 패턴 눈에 띄게 달라져
소비자도 표시사항 꼼꼼히 확인

[농수축산신문=안희경·이문예 기자] 

식품은 경험재이다. 옷이나 구두, 가방처럼 겉모습만으로 구매하는 탐색재와 달리 소비자가 직접 경험해봐야 알 수 있는 상품이라는 뜻이다.

때문에 사진과 모델컷으로 구매가 이어지는 의류나 생활용품들에 비해 사진이나 정보만으로 구매해야 하는 온라인 구매가 식품 분야에서 가장 늦어진 것이 사실이다. 특히 농축산물의 경우 소비자들이 신선도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구매하는 경향이 짙다.

그러나 최근 식품 구매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 식품에도 브랜드가 있고, 식품에도 정보를 기반으로 한 신뢰구매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잘라봐야, 요리해봐야, 맛을 봐야 알 수 있는 농식품 구매에 신뢰가 더해지면서 구매확장이 가능해지고 있다.

# 신뢰확보 초석, ‘축산물 이력제’

신뢰를 통한 신선식품 구매는 최근 코로나19여파로 온라인 몰의 식품 구매가 폭발적으로 성장한데서 가능성을 볼 수 있다.

온라인 몰의 한 식품MD는 “온라인몰의 신선식품은 최초 구매에서 제품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 재구매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며 “축산물은 그런 면에서 이력제를 통해 국민 신뢰가 확보된 상태고, 브랜드를 통한 인지도도 있어 이러한 시스템들이 확산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축산물 신뢰확보의 초석이 된 축산물 이력제는 2008년 소와 소고기로 시작, 2014년 돼지와 돼지고기 시행에 이어 올해 1월부터는 닭과 오리, 계란까지 확장되며 축산물에 대한 국민 신뢰를 향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 이력제는 가장 먼저 시행된 제도로 소의 출생에서부터 도축·포장처리·판매에 이르기까지의 정보를 기록·관리해 위생·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이력을 추적해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한 제도다. 축산물 이력제는 시료채취 후 DNA를 검사하고 이력표시를 한 후 이력을 조회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전단계 기록관리로 축산식품 안전성을 확보한 축산이력제는 소에서는 4500억 원, 돼지에서는 3504억 원의 후생효과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수급관리와 가축개량, 국가통계, 방역효율화 등에 활용되면서 전축종으로 확대되는 효과를 거뒀다.

그러나 올해 1월부터 실시된 가금이력제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가금이력제가 안정적으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제도를 관리하는 주체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가금단체의 한 관계자는 “가금이력제는 농식품부에서 관리하고 식용란선별포장업, 산란일자 표기 등은 식약처에서 관리하다 보니 중복된 제도가 경쟁하듯 농가와 유통인들의 생업을 옥죄고 있다”며 “이 제도의 성공을 위해서는 양쪽으로 나눠 관리되는 시스템을 단순화해 표준화된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정부가 현장에서의 원활한 제도 이행을 위해 생산이나 유통단계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이나 장비 등을 적극 지원해 제도의 효용성을 살려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 등급만 보면 품질 알 수 있는 ‘축산물 등급제’

1993년 최초로 실시된 소도체 등급판정제도는 한우개량을 촉진하고 경쟁력을 제고하는 효과를 거뒀다. 실제로 소도체 등급판정제도 실시 이후 한우 1등급 이상 출현율을 살펴보면 1998년 15.3%에서 2017년 72.1%로 획기적인 품질 고급화를 이뤄냈다.

그러나 한우산업이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등급기준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보완된 등급제가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다. 마블링의 기준완화와 육질등급 결정방식이 변경되면서 성별과 품종별로 육량산식이 개발돼 적용됐다.

한우업계는 바뀐 등급제에 대해 적응단계에 있다는 반응이지만 향후 미경산우 표시나 교잡우와 육우의 별도 표시 등에 대해서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양곡표시제, 8개 의무표시사항으로 소비자 신뢰도 UP

 

또 다른 대표적인 등급제인 양곡 표시제도는 미곡류, 두류, 잡곡류, 서류(고구마, 감자) 등의 양곡과 양곡을 원료로 하는 압착물, 분쇄물, 가루, 전분류 등에 대해 관련 정보를 표시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 중 의무 표시사항은 품목, 생산연도, 중량, 품종, 도정 연월일, 생산자(가공자·판매자) 정보, 등급 등 8개 항목이다.

정부는 양곡 표시제도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10~12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하 농관원)이 (사)소비자교육중앙회를 통해 양곡매매업체와 양곡가공업체 등 1141개소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양곡 표시제도 이행률은 97.8%로 2015년 96.5%에서 꾸준히 소폭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검사와 미표시 등 양곡 표시제도 미이행률도 2017년 각각 38%, 9.6%에서 지난해 2.1%, 1.4%까지 크게 감소했다.

소비자들이 거의 대부분의 양곡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받고 양질의 양곡을 선택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진 셈이다.

또한 지난해 쌀 등급표시율은 미검사 표시 금지 의무화의 시행으로 전년 대비 3.9%포인트 상승한 96.5%로 조사됐으며, 단일품종 표시율도 전년대비 2.4%포인트 상승한 36.6%로 조사됐다.

김학오 농관원 품질검사과 주무관은 “오는 7월부터는 영세곡도정업 쌀 품질관리전문위원에 각 시·도별 각 1~2명씩 총 10명을 위촉, 쌀 등급표시를 위한 등급 계측요령과 양곡표시사항 전반에 대한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양곡 유통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양곡 표시율을 향상시키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소비자 중심, 활용도 높일 방안 고민해야

 

다만 양곡표시제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일정부분 제도의 보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은실 서울과학기술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는 지난해 '우리 쌀의 양곡표시사항 정보전달 개선을 위한 방향 설정 연구'라는 보고서를 통해 양곡표시제를 소비자 활용도 제고에 초점을 맞춰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교수는 "다양한 정보가 한꺼번에 복잡하게 표시돼 있어 소비자의 인식률이 떨어지고, 이에 활용도 또한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들이 한눈에 용도에 맞는 쌀을 선택할 수 있도록 표시사항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은 색깔을 통해 가장 빠르게 정보를 인식할 수 있고, 그 다음으로 형태, 글자(텍스트) 순으로 정보를 인식한다. 하지만 양곡표시사항은 현재 모두 표와 글자로만 구성돼 있다.

이에 이 교수는 "양곡 표시사항 중 소비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보 순으로 나열하고, 이를 적절한 형태와 색깔을 이용해 한눈에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쌀도 온라인 구매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전자상거래에 있어서도 표시사항이 완전히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수현 소비자시민모임 정책실장은 "온라인 몰에서의 쌀 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지만 이 경우 쌀 도정연월일, 등급, 품종 등의 정보는 표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허점이 있다"며 "양곡표시제가 소비자들이 쌀을 온라인을 통해 구매 시에도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제도로 안착할 수 있도록 오프라인 구매에 준하는 전자상거래 양곡표시 기준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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