휩쓸고 지나가면 황폐화…방제약제 등록 '시급'
파키스탄 넘어 인도 도착
60개국 이상 퍼질 위험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코로나19로 식량자급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메뚜기떼가 식량안보를 위협하는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프리카를 넘어 인도와 중국을 위협하고 있는 메뚜기떼는 우리에게도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 FAO에서 최근 공개한 사막메뚜기 세계 예보

# 세계 인구 10분 1의 생계 위협

FAO(유엔세계식량농업기구)는 지난 1월부터 케냐,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등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발생한 사막메뚜기에 의한 식량 위기 경고를 전하고 있다. 지난 13일 발표한 사막메뚜기 상황보고서에서는 파키스탄 지역을 넘어 인도에 여러 메뚜기떼가 도착, 위험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확산세로 인도와 파키스탄에 인접한 중국도 위기감이 고조돼 오리부대 모집 등 대응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FAO는 이번 사막메뚜기와 관련해 홈페이지를 통해 “2900만 ㎢의 거대한 지역, 60개국 이상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며 “이는 세계 전체 지표면의 20% 이상으로 세계 인구의 10분의 1의 생계를 손상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 국내 유입 가능성 따른 대비 필요

메뚜기는 잡식성이기 때문에 한번 창궐하면 지역을 황폐화 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이유로 성경에서는 메뚜기떼를 대재앙 가운데 하나로 묘사했으며, 세계 각 국의 많은 문헌에서 메뚜기떼가 발생한 지역이 기아로 고통 받았다는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4년 전남 해남지역에서 메뚜기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해 큰 피해를 발생한 사례가 있지만 최근에는 크게 문제 시 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국내에 서식하고 있는 메뚜기떼가 급격하게 전국을 덮칠 정도로 개체수가 증가할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문제는 해외 유입이다. 최근 국내에서는 열대거세미나방 등 외래해충의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열대거세미나방의 경우 미국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프리카, 중국 등을 거쳐 편서풍을 타고 국내에 유입돼 현재는 전국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 사막메뚜기 역시 이러한 상황이 되풀이 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렵다.

# 방제약제 등록 등 대응 필요

만일 우리나라로 사막메뚜기떼가 건너온다면 과거 다른 외래해충이 발생할 경우와 마찬가지로 방제할 수 있는 약제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PLS(농약허용기준강화제도)가 전면적으로 시행된 현재 등록되지 않은 제품은 사용할 수조차 없어 약제 등록에 시급성이 요구되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김종관 경농 마케팅기획팀장은 “메뚜기떼는 한번 발생하면 엄청난 피해를 야기하는데 현재 중국까지 위협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식량안보 차원에서라도 주의가 요구된다”며 “우리나라는 과거 열대거세미나방, 애멸구 등이 비래해 문제를 일으켰을 때 등록약제가 없어서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이러한 부분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농촌진흥청에서는 현재 발생동향을 주시하며 대응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성재욱 농진청 사무관은 “아직 국내에 메뚜기에 대해 등록된 약제가 없는 것은 맞지만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넘어오더라도 그 과정에서 시간이 필요한 만큼 현재는 상황변화에 집중하고 있다”며 “다만 오지 않을 가능성과 등록에 따른 비용부담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대상 약제를 선정해놓는 수준에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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