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기술로 변화하는 미래농업 ① 저투입 농업을 실현시키는 '최적화'

디지털 농업시대… 플랫폼 개발하고 생태계 구축해야 이한태 기자l승인2020.05.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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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생산비 노동력 절감·환경 영향 최소화 주목

연구개발 인력 부족·정책 추진 미흡
관련 인식 부족은 과제

 

[프롤로그]

64억 달러, 7조8000억 원. 이는 지난해 글로벌 사모펀드, 벤처캐피털, 액셀러레이터 등 투자자가 스마트농업과 아그테크(Ag Tech) 분야에 투자해 실제 거래가 이뤄진 금액이다. 이러한 농업 분야에 대한 글로벌 투자 규모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평균 15.1%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 

미래 식량 위기에 대응해 첨단 기술로 무장하고,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농업 분야에 세계적 투자가 쏠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농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4차 산업혁명 기술에서 찾으려는 노력이 다방면에서 시도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농업·농촌분야에 접목시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려는 것인데 과거 토지와 인력에 의존하던 것에서 탈피해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이 결합된 농업으로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기술로 변화하는 미래농업을 ‘최적화·무인화·자동화’라는 키워드를 통해 자세히 조망해본다.

# 정밀농업, 현대 농업 대안이 되다

“적합한 시기, 적합한 장소에 적합한 처리를 하라(Doing the right treatment, at the right times, in the right place.)”

토양의 특성과 작물 생육특성에 맞는 최적화된 방식의 처리를 강조하는 정밀농업의 기본 개념이다. 작은 면적에서도 위치 특성에 맞는 변량 농자재 처방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정보화 농업을 의미하기도 하며, 현재는 스마트팜, 스마트 농업, 디지털 파밍 등 다양한 첨단 농업 기술의 핵심이 되고 있다.

충남대에 따르면 정밀농업은 현대 농업이 직면한 고투입·다수확 농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자 자연친화적 특성을 반영한 철학이다. 비료, 농약(작물보호제) , 물 등의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관리하는 현재 농법의 대안으로 동일한 경작지 내에서도 위치에 따라 토성, 토질, 물 빠짐, 잔존 비료량 등이 다르다는 점을 반영해 위치 특성에 맞도록 관리하는 농법이다. 투입재 사용량은 최소화하면서 최대의 성과를 올리는 방식이기 때문에 생산비·노동력 절감은 물론 환경에 대한 영향까지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1990년대부터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빅데이터, AI(인공지능), 로봇 등 제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과 접목되면서 토양·물·가스·작물생육 등에 대한 계측자료, 기상, GIS(지리정보시스템)·GPS(위성항법장치) 등을 기반 한 자료 등의 수집과 분석·관리 기술, 센싱 기술 등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되는 추세다.

 

# 글로벌 기업의 투자 확대 ‘농업 데이터를 잡아라’

시장정보업체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스마트 농업과 아그테크에 대한 글로벌 투자 건수는 연평균 24.5%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 투자로 이어진 금액도 지난해 64억 달러를 기록하며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투자는 농장·가축 관리, 소프트웨어, 센싱, IoT(사물인터넷) 관련 로보틱스, 기계화, 농업 장비 등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스카이워치(Skywatch), 스카이시전(Skycision), 타라니스(Taranis), 텐서필드 애그리컬쳐(Tensorfield Agriculture), 팜와이즈 랩스(FarmWise Labs), 란티조(Rantizo) 등 기상, 토양, 지질 등에 대한 데이터 수집과 분석, 머신러닝, 로보틱스 등에 대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에 대한 투자 증가는 농업기술이 정밀농업이라 불리는 생산 최적화를 위한 방향으로 발전해나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 점유율과 경쟁력 확보로 치열했던 거대 M&A(인수합병) 이후 글로벌 농화학 기업들이 데이터 라이브러리 구축에 매진하고 있다. 작물종류별 기상변수, 토양 영양소, 환경 조건, GIS 데이터, GPS 데이터, 농작업 기록, 수확량, 농약·비료 처리량 등 다양한 정보의 수집과 분석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와 인수가 활발히 진행 중인 것이다. 

 

# 산업 기반·인식 미흡 등 한계

미국, 유럽, 네덜란드, 일본, 중국 등 주요국들에서는 제도적인 지원도 두드러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정밀농업을 차세대 농업 패러다임을 바꿀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기술 개발과 보급·확산에는 많은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 농업 관련 시장 규모는 2015년 3조6051억 원에서 올해 5조4048억 원에 이르기까지 연평균 8.4%의 성장세를 보이며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또한 정부에서도 범부처 차원에서 농가소득 정체, 곡물자급률 하락, 농촌인구 감소와 고령화, 기후변화 심화 등에 대응한 해법을 빅데이터, IoT, 무인드론, AI 등의 신기술과 접목된 농업에서 찾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가 부족했으며 산업 기반이 뒷받침이 되지 않고 있어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또한 정밀농업에 대한 농업인의 인식도 아직 미흡한 상태여서 어려움이 크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성제훈 농촌진흥청 스마트팜개발과장은 “농기계 등 우리나라의 정밀농업 기반 산업은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아 기술이 개발돼도 상용화가 어렵고, 생산부문에서도 투자에 적극적이 않다”며 “다만 기술면에서는 네덜란드 등 농업 선진국과 비교해 시설농업 분야가 다소 뒤처져있지만 IoT, AI 등 일반적인 기술력이 세계적인 수준인 만큼 3~5년이면 대등한 수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선옥 한국정밀농업학회·한국농업기계학회·한국농업인공지능연구회 총괄이사(충남대 교수)는 “우리나라 정밀농업은 시설 원예 분야에서 농가보급까지 이뤄지고 있지만 노지분야는 관수만이 보급 단계일뿐 나머지는 연구개발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이는 내수시장의 한계, 역량을 가진 연구개발 인력 부족,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추진 미흡, 관련 인식 부족 등이 원인이다”고 말했다. 

 

# 정밀한 스마트 농업, 어떻게 나아가야 하나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최근 ‘스마트 농업과 변화하는 비즈니스 생태계’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스마트 농업 추진을 위한 성공요인으로 △단계별 시스템·플랫폼 개발과 데이터 라이브러리 구축 △스마트 농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제반 제도 정비와 우수인력 양성 △아그테크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M&A 비즈니스 기회 모색 등을 제시했다.

향후 스마트 농업 관련 기업 간 데이터 주권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이기 때문에 국내 기업과 정부, 농업인, 전문가 등 다자간 협력을 도모해 관련 플랫폼 개발에 나서는 한편 관련 생태계 확장을 위한 노력도 경주돼야 한다는 것이다.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 대표도 ‘스마트농업을 스마트하게 하려면…’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는 ICT(정보통신기술)산업의 강점을 살려 농업용 로보틱스와 농장경영지원 소프트웨어 등 디지털 농업시대를 이끌 핵심기술에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디지털 농업시대를 주도할 기술 혁신에 집중하고, 창의성을 갖춘 인력을 양성함과 동시에 수요와 공급을 예측할 수 있는 의사결정시스템, 글로벌 농업 가치사슬에 대한 접근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본부장은 ‘농업기술의 뉴 웨이브스, 르네상스는 올까?’ 보고서를 통해 “농업연구가 생물화학 중심에서 ICT 등 물리기계 중심으로, 농업 핵심 생산요소가 노동과 자본에서 시설과 장치, 데이터로 빠르게 이동 중”이라며 “농업 기술 지도보급과 실용화 기능의 민간 전환 가속화, 농업 관련 연구기관과 대학, 기업의 연구 목적과 영역의 분리 강화, 농업 연구인력 포트폴리오 개선 등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농업인의 정책 참여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LG그룹은 ‘정밀농업, 함께 싹틔우다’ LG 글로벌 챌린저 최종보고서를 통해 “유럽 등에서는 농업 정책 입안 과정에서 농업인이 필수적으로 참여하는 가운데 정밀농업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관련 기술은 민·관 구분 없이 개발이 이뤄진다”면서 “우리나라는 정밀농업을 제도적으로 지원하지 않고 있으며, 농업 관련 제도 수립과정에서 농업인의 참여가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이한태 기자  lht0203@af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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