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기술로 변화하는 미래농업 ⑤축산 미래를 여는 ‘순환농업’

천덕꾸러기로 알았던 축분, 플라스틱 재료였네 홍정민·송형근 기자l승인2020.05.25 09:04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농수축산신문=홍정민·송형근 기자] 

퇴비 분말 압축해 만든 펠렛원료를
플라스틱과 혼합해 육묘상자 생산

 

축산농가에서 수거한 분뇨는 잘 분리해 분은 퇴비화하고 뇨는 액비화한다. 순환농업은 이러한 기본 체계를 통해 퇴·액비화를 제대로 만들어 경종농가에서 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구를 생각하는 녹색농업이 먼 데 있는 게 아니다.

특히 최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축산 악취 등으로 많은 민원이 유발되고 있는 가운데 축산 관련 종사자들도 환경 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존의 생각을 완전히 타파해 청정 축산, 친환경 축산업 구현에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는 현장을 살펴봤다.

 

# ‘축분으로 만든 플라스틱 제품’ 개발에 성공한 (주)더자연

▲ (주)더자연은 축분을 활용한 바이오매스 플라스틱 원료로 최근 육묘상자 제품을 시작으로 우유상자, 계란 난좌, 화분, 의자 등 다양한 플라스틱 시제품을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사진은 우분을 활용해 만든 우유상자.

정부는 지난 3월 25일부터 악취와 미세먼지, 토양·수질오염을 줄이고 가축분뇨를 양질의 퇴비로 만들어 농경지에 되돌려 주는 자연순환농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가축분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축산농가는 퇴비 부숙 기준에 맞춰 퇴비사에 있는 축분을 수시로 교반하는 등 고품질의 퇴비를 생산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당진낙농축협의 자회사 당진자연세계영농조합은 지난해 7월 ㈜더자연을 설립해 부숙이 잘 된 퇴비를 플라스틱과 결합시켜 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었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축분 이용 친환경 플라스틱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지난 4월 육묘상자를 생산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경용 더자연 대표(당진낙농축협 조합장)는 “2012년 135억 원을 들여 자원화시설을 건립해 축산농가에서 발생하는 퇴·액비를 처리해 왔다”며 “하지만 축산업에 대한 환경 개선 요구가 갈수록 거세지는 것 때문에 매일 발생하는 가축분뇨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새로운 방안을 마련하는데 고민을 한 것이 더자연 설립의 첫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국가별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98.2kg, 미국 97.7kg, 프랑스 73kg 순이었다.

이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옥수수, 사탕수수, 옥수수 전분 등의 농축산물이나 식물 부산물 등 천연소재를 플라스틱과 결합한 것을 일컫는 ‘바이오 플라스틱’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주목하고, 축산유기자원인 퇴비를 이용한 플라스틱 제조도 가능할 것이라는 발상을 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2018년부터 화학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했다.

이후 지난해 2월 축분을 활용한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 소재로 미국 농무부(USDA) 인증을 획득한 데 이어 5월 ‘친환경 저탄소 분해성 항균소재 및 그 제조방법’ 으로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

 

# 축분 이용 바이오매스 플라스틱

더자연은 이후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에 축분을 이용해 만든 바이오매스 플라스틱 원료 내 유해성분 검출 여부에 대해 검사를 의뢰한 결과 지난해 6월 유해성분 8종(비소, 납, 카드뮴, 수은, 크로뮴, 구리, 니켈, 아연)에 대해 불검출 판정을 받았다. 이어 지난 3월 (사)한국전과정평가학회로부터 ‘바이오메스 합성수지 전 과정 평가’ 확인서를 취득했다.

또한 고온 처리 공정을 거치면서 축분 내 존재하는 대장균, 살모넬라균 등 유해세균이 사멸해 위생성은 확보되고 펠렛 원료를 플라스틱과 결합했을 때 약 120도의 열을 가해도 변형이 일어나지 않는 내구성과 견고성을 확인하게 됐다.

이 대표와 더자연 직원들은 이후 제품 원료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시제품 생산을 위해 플라스틱 제품 공장을 돌아다녔지만 공장 관계자들이 갖던 원료에 대한 많은 의구심을 해소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이 대표는 “공장 관계자들은 ‘똥으로 플라스틱을 어떻게 만드냐’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그러다 한 공장에서 퇴비 분말을 압축해 만든 펠렛 원료를 플라스틱과 혼합해 시제품인 육묘상자를 생산하게 되면서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을 때 우리나라 퇴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더자연은 기존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에서도 설비를 그대로 이용해 육묘상자, 계란난좌, 선물세트 트레이, 모판, 화분, 화분 포트, 우유 상자, 의자 등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진행하고 있는 환경표지인증(환경부) 녹색기술인증(농림축산식품부)을 취득하게 되면 본격적인 제품 양산을 위해 여러 제조업체들과 접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부숙 잘 된 액비 인기…하루 50톤 미만 소규모 공동자원화도 고려해야

▲ 냄새를 철저히 관리하고 있는 경북 고령의 양돈 현장 모습

경북 고령의 경우 양돈농가 20농가 이상이 농장별 개별처리 시설을 활용해 공동자원화 못지않게 자원화를 원활히 진행하고 있다.

실제 A 농가는 여러 양돈장에서 매일 10~20톤씩의 양돈분뇨를 고액·원심분리한 후 쾌속발효를 시켜 중숙, 부숙단계를 거치고 있다. 전처리를 포함, 3단계를 모두 거친 후 최종 400톤 규모의 저장시설에선 충분히 부숙된 액비가 살포를 기다리고 있다. 공동자원화 못지않게 개별처리가 더 잘 된 액비는 자가포나 인근 경종농가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선 대규모 공동자원화처리시설 설치가 필요는 하지만 민원을 이유로 엄두를 못 내 계획만큼 진척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기홍 대한한돈협회 부회장은 “현재 현장에선 법적인 미비로 인해 액비살포 부지 문제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라며 “순환농업을 위해 경종농가와 같이 가는 것을 생각할 때 돼지의 경우 대규모 공동자원화시설에 집중하는 것 못지않게 앞으로 농장마다 하루 50톤 미만의 소규모 공동자원화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Interview] 이경용 (주)더자연 대표(당진낙농축협 조합장)

축분 고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하고파

2018년 기준 국내 가축분뇨 총 발생량은 5100만 톤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돼지 분뇨가 40.6%, 한·육우 분뇨가 30.2%를 차지했다.

2017년 충남 지역의 축종별 가축분뇨 발생 현황에 따르면 돼지 분뇨는 하루 약 1만8718톤, 한우는 4255톤, 젖소가 3066톤, 닭·오리가 2546톤 순이었다.

이경용 (주)더자연 대표는 “우리나라는 가축분뇨를 처리할 때 퇴비화하는 비율이 약 81%에 달할 정도로 높다”며 “양분총량제 적용 등으로 갈수록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퇴비 사용량은 낮아질 것이기 때문에 축분을 활용한 플라스틱 제품 생산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우리나라 축산농가의 퇴비 걱정은 한 번에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축분뇨는 기존에 고체 연료나 바이오가스로 생산해 처리하는 것이 대안이었으나, 더자연의 바이오매스 플라스틱 생산 기술은 가축분뇨 처리와 플라스틱 문제 해결, 이산화탄소와 석유자원 절감, 다양한 산업소재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대표는 “축분을 이용한 바이오매스 플라스틱 제조 기술은 안정적인 축분 처리로 악취 없는 축산, 플라스틱 생산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감소로 환경 개선 효과, 석유 자원 절감 등 국민들이 요구하는 친환경 사회를 구현하는데 반드시 상용화돼야 할 기술”이라며 “청정 축산 구현과 가축분뇨 고부가가치 창출, 지역 조합의 역량 강화를 비롯해 농협중앙회가 추구하는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자체 설비를 갖춘 공장 건립을 위한 농협중앙회의 지원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재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자체 공장이 없어 기존 생산 공장에 원료를 제공해 제품 생산을 맡겨야 하는데, 생산 제품 수량이 적을 뿐만 아니라 원료·제품의 운반비용 등이 더해져 제품 생산원가가 높다”며 “조합에서 개발한 혁신기술을 상용화할 수 있도록 정부, 농협중앙회의 지원이 더해져 친환경 시대를 맞이하는데 일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재차 밝혔다.


홍정민·송형근 기자  smart73. mylove@aflnews.co.kr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홍정민·송형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회사소개기사제보광고안내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주식회사 농수축산신문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08140  /  등록일자 : 2008.11.06  /  제호 : 농수축산신문
발행인·편집인 : 최기수  /   주소 : (06693)서울특별시 서초구 방배천로2길 12(방배동)  /  대표번호 : 02)585-0091
팩스번호 : 02)588-4905,490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상희
Copyright © 2020 농수축산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