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먹거리 복지시대를 열자 ① 식생활의 불평등을 없애자

식생활 취약계층 증가…먹거리 '풍요 속의 빈곤' 박유신 기자l승인2020.05.2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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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이제는 먹을 것 하나는 풍족해 누구나 배고픔에서 벗어났는가?’

이 같은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무엇을 먹을지 고민인 시대에 질문자체가 무의미할 지도 모른다.

분명 1960년대 보릿고개시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먹거리의 절대량이 늘어났다.  그러나 반대로 ‘이제는 굶고 있거나 배고픔을 느끼는 이들이 없는가?’라는 질문에는 자신있게 ‘없다’라고 답하는 이는 얼마나 될까.

2015년 세계 117개 도시가 참여해 먹거리 정책을 중심으로 체결한 밀라노협약을 통해 제시됐듯이 이제는 먹거리 불균형에 대응하고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먹거리의 기본권이 보장된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정책 방향이 설정되고 실행돼야 할 시점이다.

# 취약계층 영양부족 매우 심각한 수준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지금도 약 10억 명의 인구가 굶주림을 겪고 있으며, 한편에선 매해 전 세계 음식의 30%인 13억 톤이 낭비되고 있다. 비만, 영양과잉 등 먹거리 관련 질병으로 사망하는 인구도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먹거리가 넘쳐나고 소위 ‘먹방’과 관련한 방송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한편에선 저소득층, 취약계층이 확대되고, 영양 섭취 수준이 권장섭취량에 미치지 못하는 식생활 취약계층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미영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박사가 2017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토대로 연구한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의 식생활 및 영영섭취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서울시민 1023명을 대상으로 취약계층의 대상군별 식생활·건강 실태를 조사한 결과 사회적 취약계층 아동·청소년 그룹의 31.7%가 영양상태가 불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 8.5%와 비교해 4배 가량 높은 수치로 취약계층의 영양부족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취약계층의 먹거리 빈곤은 비단 서울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질병관리본부의 2017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소득수준 하위 25%에 속하는 4분의 1분위 소득자의 식품 불안정률은 9.9%로 상위 25% 소득자인 4분의 4분위 소득자에 비해 20배 이상 높고, 영양부족자분율도 20.4%로 2배 이상 높았다. 여기에 아침결식율은 4분의 1분위 소득자의 경우 32.1%에 달했다.

이에 농업·영향학자들은 먹거리와 관련해 효율 위주 정책의 부작용과 공급의 안정성·영양불균형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1960년대 이후 농산업의 생산성 향상 위주의 농업정책으로 환경부하 증가, 생물다양성 급감, 위생·잔류농약·식품첨가물 등 먹거리 안전성과 건강성의 문제가 초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식량자급률 저하와 기후변화로 세계 먹거리 공급의 불안정성이 증대됐고 경제적 취약계층의 먹거리 접근성도 불안정해 지고 있다. 또 과도한 영양섭취에 따른 생활습관병이 늘고 있으며, 성장기 청소년 등의 생활패턴 변화로 잘못된 식생활에 따른 문제 역시 심각해 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현대사회에 있어 먹거리는 농식품 산업적 측면 이외에 환경, 복지, 교육 등의 다양한 분야들과 연계돼 있다. 먹거리 정책을 국민의 복지와 행복추구권의 관점에서 설계할 필요가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율은 10.1%로 미국 19%, 일본 23.1%,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1%, 유럽연합(EU) 24.1%와 비교해 매우 낮다.

이에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는 지난해 지속가능성, 포용, 혁신의 농정이념 하에 국민의 삶의 질을 국가 먹거리 정책의 목표로, 국민과 미래세대를 대상으로 농정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 선진국 먹거리 공공성 향상 위한 먹거리 체계 개발

선진국들의 먹거리 정책은 ‘푸드(Food)’를 중심에 놓고 소비, 건강, 환경, 문화, 사회관계, 과학기술, 공공보건, 복지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여기에 시장경제에 따라 보장하기 어려운 먹거리의 공공성을 향상하기 위해 자국에 맞는 먹거리 체계를 개발하고 실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국가식품프로그램(PNA)을 꼽을 수 있다. 프랑스의 공공식품정책의 목표는 ‘국민들이 안전하고 다양하며, 충분한 양의 식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같은 정책 목표에 대한 대중의 참여와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만든 게 PNA다.

프랑스는 2010년 9월 농어업현대화법(LMAP)을 근거로 농식품부(MAA)를 주무부처로 하는 제1차 PNA를 수립한데 이어 2014년 12월 농업·식품·산림미래법(LAAAF)을 근거로 1차 PNA를 수정한 제2차 PNA를 발표했다. PNA는 4개 축 86개 실천과제로 구성됐으며 국민의 먹거리 접근성 확보, 청소년 식생활 교육, 음식물 낭비에 대한 대응, 먹거리 지역성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미국도 농업법(Farm Bill)을 통해 상품, 보존, 무역, 영양, 신용, 에너지, 지역농업과 인증, 연구·교육, 임업·산림 등과 같은 생산부터 보전, 영양까지 종합적인 먹거리 관리에 나서고 있다. 특히 농무부 예산의 70% 이상을 식량과 영양 지원에 활용하고 있다.

# 다양한 먹거리 보장 프로그램 시도

정부도 이같은 먹거리 문제를 인식해 최근 먹거리 보장 프로그램을 점차 늘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시범사업으로 추진 중인 저소득층·고령자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농식품바우처’와 임산부들의 건강 증진과 친환경농산물 판로 확대를 위한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지원사업’, 초등 돌봄교실 24만명을 대상의 추진 중인 ‘과일간식 지원사업’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 사업은 사업대상자에 대한 먹거리의 공적 기능 강화와 함께 갈수록 판로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들을 위해 국가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박유신 기자  yusinya@af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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