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기본 취지 퇴색…적과전 재해보험 보상률 높여야불필요한 보장 많아 보험료 껑충…가입 꺼려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과수 4종에 대한 재해보험 지급 기준을 종전처럼 되돌려 냉해 등의 피해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농업인들과 지역 농협은 적과전 재해보험 보상률을 높여 농가 자부담률을 낮추고, 재해로 인한 품위 저하 관련 보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 보상률 올려 보험 취지 살려야

지난 21일 충북 오송역 인근에서 열린 ‘과수 냉해피해 관련 품목별협의회 회장단 회의’에서는 사과, 배, 단감, 떫은감 등 과수 4종에 대한 농작물재해보험의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8개 과수류 품목별생산자협의회 회장단은 “과수 4종 적과전 재해보험 보상률이 크게 줄어 냉해를 입은 농가의 자부담률이 높아졌다”며 “농가 지불 보험료에 비해 현저히 낮은 보상비를 개선하고, 품위 저하 과실에 대한 보상방안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같은 지적은 지난해 9월 농작물재해보험 약관이 개정되고, 그 효력이 지난 1월 1일부터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개정 약관에서는 과수 4종에 대한 적과전 재해보험 보상률 변경 등의 내용이 담겼다. 기존 약관에 따르면 재해보험 가입 농가 모두에게 동일하게 보상률 80%가 적용됐지만, 개정 약관에서는 최근 3년 이내 적과전 재해보험 지급 이력 여부에 따라 각각 70%와 50%가 적용된다.

적과전 재해보험 보상률이 80%에서 50%로 떨어진다고 가정할 때 농가 보험금 수령액은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배 봉지작업 1만 장을 하는 배밭의 40%가 냉해 피해를 입었다고 가정하면 배 봉지 약 4000장에 해당하는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배 1개의 재해보험 기준가격 799원을 적용하면, 농가는 보상률이 80%일 때에는 252만8000만 원을, 50%일 때에는 159만8000만 원을 보상받게 된다. 약 93만 원의 차액이 발생하는 셈이다.

현장에서는 개정된 약관의 내용은 농업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며 이로 인해 보험의 기본 취지가 퇴색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남정순 영주농협 조합장은 “영주나 순천 등의 지역은 냉해 상습피해지역이라 할 만큼 냉해 피해가 자주 발생한다”며 “최근 3년 이내 적과전 재해보험 지급 이력이 있으면 보상률이 50%까지 떨어지는데, 이에 대한 영주·순천 지역 농가들의 원성이 보험 약관 체결을 대리하는 지역 농협으로 거세게 쏠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남 조합장은 “기금 고갈 등 여러 가지 문제가 고려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래도 보험은 보험다워야 한다”며 “내년부터는 보험의 취지를 제대로 살린 현실성 있는 재해보험 약관이 적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불필요한 항목 모두 수용해야 하는 현 보장방식 바꿔야

농업인들은 보상률뿐만 아니라 보험 보장방식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있다.

현재 과수 4종에 대한 농작물재해보험은 ‘적과전종합위험보장보험’(이하 적과전종합보험)과 ‘적과종료이전 특정위험 5종 한정특약’으로 나뉜다. 냉해를 포함해 자연재해, 조수해, 화재 등의 피해를 모두 보장하는 것이 적과전종합보험, 태풍·우박·집중호우·화재·지진 등 5종의 위험에 대해서만 보장하는 것이 특약이다.

이에 대해 현장에서는 냉해 등의 피해를 보장받기 위해 불필요한 항목이 모두 포함된 종합보험으로 가입해야만 해 농가의 부담이 적지 않다고 주장한다.

박성규 한국배연합회 회장(천안배원예농협 조합장)은 “2018년까지만 해도 냉해 피해를 보상받으려면 주계약을 두고 별도 특약 사항으로 냉해를 포함시키면 됐지만, 지난해부터는 적과전종합보험을 가입해야만 가능하게 됐다”며 “이로 인해 보험료가 2배 가까이 인상돼 농가의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사과와 달리 배는 봉지를 씌우기 때문에 일소 피해에 대한 보상은 필요 없지만, 냉해 피해를 보장받으려면 일소 피해를 포함해 여러 가지 내용이 함께 포함된 종합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등의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재해보험 가입을 꺼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홍상의 한국배연합회 부회장(안성원예농협 조합장)은 “보험료가 부담되다보니 선뜻 재해보험 가입을 하지 못하는 농가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현재처럼 높은 비용을 들여 보험에 가입해도 충분히 보상받지 못한다는 인식이 박히면 보험을 가입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박 회장은 “보장방식과 관련해 우리의 요구사항은 오로지 2018년도 수준으로 되돌아 가자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과수 냉해 피해와 관련해 품위 저하 농작물에 대한 보상 확대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적과전종합보험 가입자에 한해 적과이전 자연재해로 인해 적과종료 이후 착과 손해가 나면 최대 5% 범위 안에서 보상하고 있는데, 이를 최소 1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회장은 “냉해로 농작물 외형 변형이 생길 수 있지만 그렇다고 모두 따버리면 다음해 농사에 지장이 있을 수 있어 그대로 두는 경우가 많다”며 “현재는 이 경우 피해로 산정되지 않지만 이같은 현실을 모두 감안해 보상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 농협손보, ‘약관 개정 불가피’ 입장

이와 관련 NH농협손해보험은 손해율 악화, 부당수급 방지 필요 등의 이유로 선제적 관리 차원에서 보험 약관의 개정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조근철 NH농협손해보험 농업보험지원팀장은 “농작물재해보험 손해율이 커지고 있는데 적과전 사고의 경우 수확 단계까지 간 경우보다 생산비가덜 든다는 점을 감안했다”며 “적과를 많이 할수록 보상액도 많아지다보니 일부러 적과를 하는 등 피해를 부풀리는 행위도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NH농협손해보험에 따르면 적과전종합보험에 가입한 경우 인근 지역 농가에 비해 착과율이 50%나 더 작은 등 과적과 의심 사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조 팀장은 “올해는 개정 약관이 이미 적용돼 중간에 약관 변경은 불가능하다”며 “계속해서 농작물재해보험과 관련한 요구사항이 있다면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조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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