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헌 한국농어촌공사 환경기획부장(한국환경농학회 부회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 

▲ 이승헌 한국농어촌공사 환경기획부장(한국환경농학회 부회장)

세계식량기구(FAO)는 ‘COVID-19 세계적 대유행(pandemic)? 식량 및 농업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으로 홈페이지에 게시한 문답 코너를 통해 코로나19가 세계 식량안보에 악영향을 줄 것을 경고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유통체계가 붕괴되면 근시일 내에 식량위기가 올 수 있으며, 이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이민자와 이재민 등 가장 가난하고 취약한 인구집단일 것이라고 경고한다. 다행히 국내에선 아직까지 식량 위기라 할 만한 피해가 일어날 징조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도 식량·식품 공급과 소비에 있어 닥칠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준비해야 한다. 농산물과 신선식품의 원활한 수급을 방해하는 ‘병목’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

먼저 공급할 농산물은 있는데 유통문제로 소비가 되지 않는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개학 연기, 급식 중단으로 친환경농산물과 신선식품 등의 소비가 급격히 줄었다. 이는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지원사업 등을 통한 판매망을 확대하는 방안이 있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지원사업에만 국한되지 말고 법인화된 사회적 조직이 꾸러미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소비자는 사회적 조직에 기부를 하고 연말 정산 혜택까지 받고, 모아진 기부금은 생산 농가에 현금 지원을 하면 농가는 기부자에게 꾸러미를 보내는 순환구조를 만드는 식으로 운영할 수 있다. 신선식품이 필요 없는 경우는 수신처를 소외계층이나 취약계층을 지정 해주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게 하면 더 좋은 구조가 될 수 있다. 이는 좁은 국토와 발달한 도로, 전국적인 택배 시스템을 갖춘 국내에 가장 적합한 신선식품공급·소비체계라 생각된다.

다음으로 곡물 중심의 식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리는 쌀이 남는다고 걱정을 하지 않는다.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농지는 지속적으로 감소했는데 쌀이 남는 건 쌀을 적게 먹어서다. 그런데 국내자급률이 낮은 밀 가격이 폭등해 밀가루를 원료로 하는 라면, 국수, 빵의 가격이 높아지면 어떻게 될까? 사료로 사용되는 콩과, 옥수수의 가격이 폭등해 육류 가격이 올라가면 어떻게 될까? 국경이 봉쇄되거나 수출국이 수출 중단을 하면 어떻게 될까?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이후 실제로 식량문제가 나타나면 자급률이 낮은 곡물은 농산물 유통의 병목이 될 수 있다. 이에 쌀 이외의 곡물에 대해 국제 곡물 수급 동향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그리고 유통 상황을 관찰하고 길을 개척해 둬야 한다. 다시 쌀을 많이 소비하는 식이 습관으로 돌아가야 할 수도 있다. 주곡인 쌀에 대한 수급 계획에 새로운 대응으로 준비해야 한다. 우리농업은 수요와 공급에 있어서 그리 튼튼한 구조가 아니다. 미리 준비해야 한다. 농산물 유통의 병목을 찾아 사전에 없애야 한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