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안정비용 지원규정 비현실적
매몰비용 너무 크기 때문
지원·보상 없인 후계육성 불가
과수산업 전문성 하락 ‘불보듯’

[농수축산신문=이남종·이한태·이문예 기자]

 

과수화상병이 전국으로 확산추세를 보이면서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생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 12일 현재 과수화상병 피해 면적은 328개 농가, 198.8ha로 집계되고 있다. 지난해 188개 농가, 131.5ha를 이미 넘어선 수치다. 이에 따라 차단방역은 물론 피해보상 지급금 예산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여기에 재개원 소요기간을 고려한 생계안정지원에 대한 보상체계 구축도 요구된다.

현재 식물방역법에 따르면 생계안정비용을 지원받기 위해선 피해 농가가 매몰 후 1년 내에 다년생 식물을 재배해야 한다. 다년생 식물에는 과수화상병을 옮길 수 있는 사과, 배 등 장미과 식물은 제외된다.

충북 충주에서 1만9835㎡(6000평) 규모 사과농장의 나무를 전부 매몰한 이천영 농가는 “수십 년 사과 농사만 지어왔는데 사과 외에 어떤 작물이 그 지역에 적합한지, 어떻게 재배해야 하는지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감나무, 포도나무를 심을 수는 없지 않느냐”며 “이렇게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1년 내 작물 전환이 가능한 농가가 얼마나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농가들이 생계안정비용 지원 관련한 규정이 비현실적이라 말하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다른 작물로의 전환에 따른 매몰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김진임 북충주농협 조합장은 “지역 특산물은 주산지가 아니면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아 성공할 확률이 낮다”며 “충주는 사과와 복숭아로 유명한 지역인데다 다른 작물을 재배한다고 해도 안정적으로 소득을 내려면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기존 작물을 고수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생계안정비용 지원을 피해 농가에 대한 지원 확대의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헌구 충주시농업기술센터 농업환경팀장은 “작물 재배와 관련한 생계안정비용 지급 규정이 있어도 전국적으로 한 번도 지급된 적은 없다”며 “피해 농가에 지급 가능한 부분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미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범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실장은 “피해 농가들이 다시 동일 작물로 수익을 내기까지는 최소 8년 이상이 걸린다”며 “대다수가 50~60대인 상황에서 적절한 지원과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후계자에게 각자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전수하지 못하고 은퇴를 선택, 우리나라 과수 산업 전체의 전문성이 낮아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농진청은 자가매몰 소요비용인정 범위를 확대하고 기주식물 재배기간을 개선하는 한편 과수전용 농기계·시설에 대한 2년치 감가상각비 보전검토안 등 개선안을 내놨다.

또한 이종배 의원(미래통합, 충주)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9일 대표발의, 과수화상병을 비롯한 식물병해충도 가축전염병처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른 ‘사회재난’ 구역에 포함시켜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철선 한국사과연합회장(한국과수농협연합회장)은 “늦었지만 이제라도 농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제도를 손본다는 점은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다만 박 회장은 “생계안정비용 지원부문은 현실적이지 못해 향후 전문가, 학계, 농업인 등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법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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