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금이력제’ 부작용 심각
계란 산업 위축 ‘불 보듯’

[농수축산신문=이호동 기자] 

“가금이력제 중 산란계 부문은 기존에 시행되고 있는 난각산란일자 표시제와 중복되는 부분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습니다. 또한 추가적인 비용 발생과 유통 상인들의 업무 과부하, 소비자 가격 부담 가중 등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입니다.”

김낙철 한국계란선별포장유통협회장은 다음달 1일 전면 시행 예정인 가금이력제가 되려 산업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며 이 같이 밝혔다.

정부는 닭·오리·계란 등 가금산물의 생산부터 유통과정까지의 모든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가 안심하고 축산물을 소비할 수 있게 한다는 목적으로 2018년부터 총 4차례의 시범 사업을 실시한 끝에 지난 1월부터 단계적으로 가금이력제를 시행, 다음달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산란계 업계에서는 이미 2019년부터 살충제 계란 파동의 후속 조치로 난각표시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계란에 이력제를 적용하는 것은 불필요한 이중규제라고 성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 회장은 “이미 난각에는 산란일자, 생산자정보, 사육환경 등의 다양한 정보가 표시돼 있는 것은 물론 포장 라벨지에도 제품 중량뿐만 아니라 수량, 유통기한, 심지어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을 받았는지, 친환경인지, 무항생제인지에 대한 정보가 다 포함돼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가금이력제가 시행되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전혀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지 못할뿐더러 소상공인인 계란 유통 상인들을 더욱 옥죄는 일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정부는 이력제 입법 단계에서 시행 당사자 격인 본 협회와 아무런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았으며 더욱이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들에 대한 개선 조치 없이 원안대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이는 업계의 현실이 고려되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표본”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또한 이력제가 전면 시행될 시 소규모 농가와 소규모 유통 상인들은 도태될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력제가 전면 시행되면 유통 상인들은 최소 10가지 이상의 이력번호를 상품종류 별로 취급해야 하기 때문에 관리 비용 증가, 경쟁력 저하 등의 이유로 대규모 농가와만 거래를 진행하려 할 것”이라며 “이 경우 소규모 농가의 집란은 불가능해질 것이며 유통처를 찾지 못한 영세 농가들은 심각한 어려움에 빠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유통 상인들도 거래처별 장부 관리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며 납품과 전산망 관리에도 2~3배의 인력과 차량이 필요하게 되기 때문에 기업형 유통업자만 생존이 가능하고 소규모 유통업자는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김 회장은 정확한 이력 정보를 제공한다는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관계 부처가 합심해 이력제를 시행가능한 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난각표시제를 통해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중규제인 가금이력제를 시행하는 것은 정부 관계자의 치적 쌓기용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정부가 제도 이행을 위한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시 강력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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