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배에 가장 적합한 품종 찾아 '농가소득 견인'
시범포 농장 중심으로 농가와 소통…정보교환
멜론 품질향상·소득증대 도모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上> 케이멜론 실험소 ‘나주 시범포 농장’
<下>고품질 멜론 생산 기지 ‘곡성농협’

 

농협의 멜론전국연합브랜드 ‘케이멜론(K-melon)’이 고품질 멜론의 대명사로 이름을 굳히고 있다. 최근에는 깐깐한 품질·농가 관리로 국내 소비자뿐만 아니라 해외 소비자들의 입맛까지 사로잡고 있다.

농협 원예사업부에 따르면 케이멜론 사업량은 2015년 4333톤에서 매년 성장세를 거듭, 지난해에는 6594톤을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매출액도 101억8300만 원에서 165억700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런 성과의 배경에는 케이멜론 사업에 참여하는 21개 농협, 736명 농업인들의 땀과 노력에 더해 더 뛰어난 멜론 품종을 보급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노력이 숨어 있다. 지난 9일 케이멜론의 실험소로 불리는 ‘나주 시범포 농장’을 찾아 케이멜론 인기의 비밀을 알아봤다.

▲ 이번 '케이멜론 품종품평회'는 다음해 케이멜론을 대표할 품종을 찾기 위해 매년 개최되고 있다. 올해는 총 35개 품종이 평가대에 올랐다.

최고의 멜론을 찾아라

“당도와 육질, 외관 등을 꼼꼼히 살펴 최고의 멜론을 뽑아주세요.”

지난 9일 전남 나주 왕곡면에 위치한 나주 시범포 농장에서는 케이멜론 소속 농가와 농협 실무자 등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케이멜론 품종품평회’가 열렸다. 매년 150여 명이 참석하는 규모 있는 행사이지만,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20여 명으로 참석자를 최소화했다.

내년 한 해 동안 케이멜론의 얼굴이 될 대표 품종을 찾기 위해 열린 이날 품평회에는 총 35가지 품종의 멜론이 평가대에 올랐다. 멜론의 품질은 외관과 당도에서 결정된다. 멜론 꼭지가 알파벳 ‘T’자 모양으로 잘 자리잡고, 표면을 덮고 있는 그물망 모양의 ‘네트’가 촘촘히 짜여져 있으며 당도가 높은 멜론이 우수 멜론으로 꼽힌다.

현장에서 만난 안종직 청양농협 멜론공선회장은 “기후변화에 따라 국내 재배에 가장 적합한 멜론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데 시범포 농장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시범포 농장을 중심으로 농가들과 소통하고 정보를 교류하며 멜론의 품질 향상과 농가 소득 증대를 이뤄내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 올해 평가회가 축소 진행된 점을 감안해 평가 결과와 각 품종에 대한 정보를 농가들에게 추가로 제공, 적합한 품종을 선정해 나갈 예정이다.

▲ 이날 품평회에서는 맛 뿐만 아니라 중량, 모양, 육질 등 다양한 기준들이 평가에 고려됐다.

고품질 멜론 생산을 위한 연구 매진 

이 자리에선 품평회에 올라온 35종의 멜론을 직접 키워낸 나종대 농협 원예사업부 현장컨설팅지원단장이 큰 주목을 받았다. 농학박사이기도 한 나 단장은 농협이나 지자체의 정기 지원 없이 케이멜론의 품질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일념으로 2013년부터 시범포 농장을 운영하며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나 단장은 “2010년 케이멜론 출범 초기부터 참여했던 인연으로 시범포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며 “소비자에게 좀 더 맛있는 멜론을 공급하기 위해 농가의 재배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연구하고 그 결과를 현장 교육이나 강의 등을 통해 전파하고 있다”고 말했다.

▲ 나종대 단장이 농장을 찾은 전남농업마이스터대 학생들에게 멜론 재배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시범포 농장에서는 국내 시장에 유통되는 수많은 품종을 농가를 대신해 직접 심어보고 다양한 환경에서 실험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은 곧 품질 향상과 농가소득 증대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케이멜론 참여 농가의 수취가격은 일반 멜론 농가들에 비해 8kg 상자당 2000~3000원 가량 높은 편이다. 케이멜론의 가치가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이수철 농협 산지유통국장은 “과학적인 재배 매뉴얼에 따라 생산된 멜론 중 엄격한 선별기준을 통과한 상품에만 케이멜론 브랜드를 부착하고 있다”며 “해외에서도 고당도 멜론으로 입소문이 나 2015년 이후 매년 10억 원 이상 수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나종대 농협 원예사업부 현장컨설팅지원단장(농학박사)

“밀식재배, 이른 수확...결국 농가 손해예요”

 

“멜론 재배 농가들이 종종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밀식재배와 이른 수확이 농가 소득에 도움이 된다는 거예요. 하지만 따지고 보면 오히려 손해예요.”

나종대 농협 원예사업부 현장컨설팅지원단장은 농가들이 좀 더 장기적 관점을 갖고 멜론을 재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밀식재배를 하면 면적 단위 당 수확량은 많겠지만, 온실 내 재배 환경이 나빠져 과가 작고 단가가 낮아지며 인건비, 모종비, 관리비 등이 더 투입돼 결과적으로 농가에 손해”라고 말했다. 이어 “당도가 채 올라오기도 전에 시세가 떨어진다고 이르게 출하하는 농가도 종종 있는데, 결국 국내산 멜론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를 떨어뜨리고 재구매로 이어지지 않아 장기적으로 볼 때 옳은 선택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나 단장은 “농민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내가 파는 멜론을 최고의 멜론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농사에 임해야 멜론 시장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나 자신도 연구와 교육 등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