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각산란일자 표시제+계란이력제 ‘이중규제’

[농수축산신문=이호동 기자] 

산란계 업계 특수성 반영 안돼

현장에선 ‘곡소리’

 

추가 비용 발생…경영 부담 가중

계란가격 상승으로

소비자 피해 우려

 

글 싣는 순서

(上)현장에서 말하는 문제점은

(下)어떻게 개선돼야 하나

 

▲ 산란계 업계에서는 이미 소비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기 때문에 다음달 전면 시행 예정인 계란이력제는 불필요한 이중 규제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은 계란 포장 라벨지에 제품명, 내용량, 무게 등의 정보가 표기돼 있는 모습.

다음달 계란이력제의 전면 시행을 앞두고 산란계 업계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난각산란일자 표시제 등 소비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력제까지 시행하는 것은 이중규제라고 주장하며 제도가 시행될 시 추가적인 비용 발생, 소비자 가격 부담 가중 등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한국계란선별포장유통협회와 대한양계협회 등 관련 단체들은 오는 23일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계란이력제 시행반대 집회’를 개최하는 등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총력 투쟁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산란계 업계에서 말하는 계란이력제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에 대해 자세히 짚어본다.

 

#업계 현실 반영 안 된 ‘탁상행정’ 표본

산란계 업계 종사자 중 다수는 생산과 유통 전 단계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소비자에게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자는 이력제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계란의 경우 소, 돼지 등의 대형 축종보다 처리량이 많고 유통 단계도 복잡해 제도 이행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부가 영세 농가와 유통상인이 대부분인 산란계 업계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제도를 추진하려고 하다 보니 제도 내에 계란의 특수성을 감안하는 내용이 전혀 들어있지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북지역의 한 산란계 농가 관계자는 “계란은 하루 처리량이 수천만 개에 이르기 때문에 애초에 처리량이 많지 않은 소나 돼지의 이력제에 그대로 대입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관련 부처에서 현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제도를 만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 들은 이야기들로만 법을 만드니 현장에서는 곡소리가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부가 제도 시행으로 산란계 농장들이 각각의 이력번호를 생성하게 됐으며 같은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이라도 날짜별로 각각 다른 이력번호를 부여받게 되기 때문에 판매 단계까지 지속적인 추적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으나 현장의 의견은 이와 크게 다르다.

산란계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계적으로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현재도 판매 단계까지 추적이 가능한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농장에서 계란을 포장한 후 업체 물류센터에 입고시키고 각 유통업체로 일일이 입고를 잡아야 하는데 이 부분이 안 되다 보니 이력관리번호를 검색해보면 판매처가 유통업체가 아닌 물류센터로 나오는 등 문제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계란 유통업계에서는 계란의 유통 과정을 전산에 입력·기재해야 하는 절차가 매우 까다롭고 시간이 많이 소요돼 이력번호만 관리하는 직원을 따로 둬야 하는 등 경영상에 많은 부담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계란 유통업자가 납품을 위해 농장 10곳에서 이틀 치의 계란을 사들였다면 총 20개의 이력번호를 관리해야 한다”며 “또한 거래처별로도 이력번호가 달라야 하기 때문에 이 경우 수십 개의 이력번호가 생길 수 있어 거래처별 납품과 전산망 관리에 현재보다 2~3배 많은 인력과 차량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난가 인상 불가피…소비자에게 피해 돌아갈 것

산란계 업계에서는 계란이력제가 이대로 시행될 경우 난가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계란 집란과 유통을 담당하는 한국계란선별포장유통협회는 이력제 시행으로 유통업체와 상인들의 비용 부담이 늘어남에 따라 난가도 지금보다 최소 2배 이상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하도봉 계란선별포장유통협회 사무국장은 “계란이력제가 소비자에게 특별한 혜택을 제공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단체에서도 이력번호가 불필요하다는 의사 표현을 한 상황”이라며 “제도가 이대로 시행될 시 난가 인상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며 이들이 가격 인상으로 구매를 외면하면 전체 계란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가정에서 냉장고에 계란을 보관할 시 겉 포장지를 제거하고 보관하기 때문에 계란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이미 이력번호는 겉 포장지와 함께 사라지게 된다”며 “현재 라벨지와 난각표시로도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이력 정보를 제공한다는 취지마저 퇴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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