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 없는데 매년 발생…방역관리 구멍
재발생 지역 중심 확대 우려
다양한 오염경로…주의 당부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上) 위기의 과수산업

(中) 허술한 관리체계

(下)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과수화상병으로 전국에 비상이 걸렸다. 과수화상병은 끔찍한 치명율과 이렇다 할 치료약이 없어 한번 발생하면 과원 전체를 매몰해야 하는 까닭에 ‘과수의 에이즈’나 ‘과수의 구제역’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최근에는 ‘과수의 코로나19’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처럼 무서운 과수화상병이 2015년 이후 국내에 반복적으로 발생, 농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과수화상병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원인이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의견까지 제기되면서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과 이를 위한 발생원인 규명이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편집자 주>

# 2015년부터 지속 발생·피해 확대

우리나라는 과수화상병 청정국 지위를 유지해오다 2015년 5월 경기도 안성 배 농가에서 과수화상병이 최초 발생한 이후 매년 발생이 보고되고 있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과수화상병은 2015년 안성·천안·제천 지역 43농가(42.9ha)에서 발생해 주변농가를 포함해 68농가(59.9ha)가 과원을 매몰했다. 이후 매년 재발하는 가운데 지난해는 안성·천안·제천·충주·원주·음성·연천·파주·이천·용인 지역 188농가, 131.5ha까지 발생이 확대됐다. 올해는 지난 16일 기준 총 434농가, 239.8ha가 확진됐다.

이에 재발생 지역을 중심으로 과수화상병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으며 지난해에는 학계에서도 정기 심포지엄을 통해 철저한 예찰과 예방을 강조해왔다.

지난해 전남 여수에서 열린 한국농약과학회 추계학술발표회에서 박덕환 강원대 교수는 ‘화상병의 한국 전파 경로 분석을 통한 통제 전략과 살균제’ 주제발표를 통해 과수화상병 예방을 위한 인식이 부족함을 지적하며 다양한 경로의 전파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 박 교수는 “과수화상병 예방을 위해 외국에서는 개화기에 항생제를 처리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농업인들은 수정율 저하 등을 우려해 개화기 처리를 꺼리고 있다”며 “이러한 가운데 화분매개충에 의한 전파나 농작업자의 작업복, 작업화, 토양, 연장 등에 의한 오염까지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수화상병은 꿀벌이나 나비 등 화분매개충은 물론 농작업자의 장화나 신발에 묻은 흙, 장갑, 전정가위 등을 통해서도 전파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 지난해 매몰보상만 329억 원

과수화상병은 한번 발생하면 모든 것을 앗아간다. 발생지역 과원의 과수 매몰로 농업인은 심각한 손해를 본다. 특히 과수화상병이 주로 발생하는 사과와 배는 한번 식재해 여러 해 동안 수확하는 작목이며, 보통 처음 식재해 최소 3년은 소득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농가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엄청난 비용이 발생한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과수화상병으로 매몰 조치한 농가수는 348호, 매몰면적은 260.4ha다. 발생농가 반경 100m 이내에 위치해 매몰조치한 농가까지 합하면 478농가, 323ha에 달한다. 매몰농가에게 3년간 지급되는 손실보상금 규모도 2015년 87억600만 원, 2016년 29억9600만 원, 2017년 45억2600만 원, 2018년 205억4600만 원, 지난해 329억800만 원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정부에서는 매몰대상을 과수화상병 발생농가만으로 한정하기도 했으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큰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이는 매몰농가에 대한 보상액만을 따진 것으로 과수화상병 예방을 위한 방제비 지원액의 경우 올해 560억700만 원이 편성, 3차에 나눠서 지원됐다.

아울러 과수화상병 발생이 확인된 식물의 국내 반입은 물론 기주식물까지도 수입이 금지됐으며 올해부터는 과수화상병 발생국의 꽃가루 수입도 금지됐다.

권승구 동국대 교수는 “과수화상병이 현재의 확산세를 이어가 주산단지에서 급속도로 퍼지게 되면 사과, 배 등 과수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며 “제대로 방제를 하지 못해 소비자 가격이 오르고, 농업인의 소득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기 때문에 가축질병에 대해 대응하듯이 시스템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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