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농훈 건국대 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위생 넘어 도축장
종합적 수준 향상 목표로 해야
악성가축 전염병 수평전파 차단
생축운송차량 관리에 달려

▲ 최농훈 건국대 교수

HACCP 시스템은 ‘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을 뜻한다. HACCP 시스템은 현재까지 개발된 가장 효과적인 식품안전관리방법으로 식품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생산 공정에서의 위해요소를 사전에 통제하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위생관리방식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 도축장에 도입했고, 2000년에 소, 돼지, 닭, 오리 도축장에 대한 의무적용을 시작했으며, 2003년까지 단계적으로 모든 도축장에 적용했다.

도축장의 안정적 HACCP 운용과 발전을 유도하기 위해 민관합동으로 매년 한 차례씩 실시하는 ‘도축장 HACCP 운용실태 조사 및 평가’는 2005년에 시작해 올해로 열다섯 해가 됐다.

필자는 2005년 첫 평가 때부터 참여했기에 전국의 많은 도축장을 방문했고, 그동안 국내 도축장들이 변화·발전해 가는 모습을 옆에서 자연스럽게 지켜볼 수 있었다. 지난 15년 동안 매해 정기적으로 진행해왔던 평가임에도 2020년 올해의 평가에선 예년과는 많이 다른 느낌을 받고 있다.

근래 몇 년 사이 국내 도축장의 위생관리실태가 많이 좋아지고 있고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었지만, 올해 도축장 경영자들에게서 느껴지는 평가에 임하는 자세 변화의 정도는 특별하다.

이는 필자 혼자만이 생각이 아니다. 올해 필자와 같이 평가에 참여하고 있는 작업현장 방문 경험이 많은 소비자단체 전문가도 같은 느낌을 받았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도축장 HACCP 운용실태 평가에 남겨진 숙제를 몇 가지 생각해본다.

첫째는 영업자와 작업자의 위생실태 개선 의지를 더 격려하는 평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단순히 설정된 지표들을 객관적으로 계량하는 정도를 벗어나 HACCP 운영과 작업장의 위생실태 개선에 한 가지라도 도움을 주는 평가가 됐으면 좋겠다. 평가자들 스스로도 전문성을 더 높여야 한다.

둘째는 국내산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 향상에 기여하는 평가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국내산 축산물 위생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높아지면 소비촉진으로 이어질 것이고 그러면 가축 생산단계와 작업장도 더 발전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지 않겠는가? 좀 더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셋째는 도축장의 HACCP 운영 시스템 발전에 지속적으로 발전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평가가 되면 좋겠다. 매해 평가결과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업계와 정부의 관계부처에 변화를 위한 의견을 제시하는 수준이 돼야 한다.

이와 함께 도축장과 생산되는 고기의 ‘위생’ 향상만을 목표로 한다면, 현재의 평가안과 방법으로도 충분하지만, 위생을 넘어 도축장의 종합적 수준 향상을 목표로 한다면 다음의 항목들을 추가하는 것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도축 전 하차와 계류, 도축공정에서의 ‘동물복지’다.

사육한 가축을 사람의 식품으로 공여하는 과정이라 하더라도 이제부터는 동물을 보다 배려하는 자세의 변화가 시대적으로 강하게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버려지는 ‘폐기물관리’다. 식용으로 공여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버려야 하는 폐기물이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이제는 작업장 주위 환경에 대한 고민을 심각하게 해야 한다. 버려지는 미생물 오염 유기물에 대한 적절한 방법을 찾지 못하면 작업장엔 상당한 경제적 부담이 되고, 주위엔 악취 발생이나 위생해충의 유인으로 심각한 민폐를 끼치게 된다.

마지막은 ‘방역’이다. 필자는 축산시설 전체에서 가장 완전한 방역은 도축장을 출입하는 생축운송차량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내 가축에서 발생하는 주요 악성가축 전염병의 수평전파 차단 성공 여부는 도축장에 출입하는 생축운송차량 관리에 절반 이상이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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