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운송비 등 추가 부담…충분한 논의 통해 시기 조절해야

[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대아청과 배추 경매장에 반입된 배추의 정보를 경매사가 확인하고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물류효율화, 하역기계화, 거래투명성을 위해 농산물의 하차거래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큰 이목이 집중되는 배추 하차거래가 출하자들의 반대에 봉착했다.

서울시공사,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이하 한유련)에 따르면 공사는 올 초 업무계획을 통해 지난 1분기 안에 배추 하차거래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지난 4월 한 차례 시범사업이 추진됐지만 출하자들이 포장, 운송비 등이 추가돼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히면서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서울시공사는 한유련 집행부가 꾸려졌기 때문에 다음달 중 논의를 통해 시행시기를 정한다는 방침이지만 한유련은 시설현대화사업 완료시점에 배추 하차거래를 추진해도 늦지 않다는 의사를 지속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이광형 한유련 사무총장은 “최근 몇 년 동안 배추 가격이 낮게 형성돼 출하자들이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는데 현 시점에서 하차거래를 추진한다면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며 “파렛트로 출하할 경우 기존보다 운송비가 2배 가량 상승할 뿐만 아니라 산지에 관련 시설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이 사무총장은 “물류효율화, 하역기계화 등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출하자들의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대책 등이 마련돼야 한다”며 “과거 양배추, 무 등의 하차거래 시점에 대해서도 이견이 많았는데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해결한 것과 같이 배추 하차거래도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차거래를 진행할 경우 중도매인들이 재를 요구하는 부분도 개선돼야 한다. 중도매인들은 배추 겉 표면을 벗겨야 하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파렛트 하나 당 2망 정도를 추가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김치공장의 경우 경매된 배추를 출하기사를 통해 바로 공급받기를 원하는데 하차거래를 진행할 경우 파렛트를 차에 적재해 운송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보다 운송비가 추가된다는 입장이다.

현재 차 단위로 거래되고 있지는 않지만 차에 적재된 가운데 경매가 이뤄지고 10kg 한 망의 가격이 결정된 후 차량이 바로 김치공장으로 이동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서중기 서울시공사 물류개선팀 부장은 “지난 4월 시범사업을 한 차례 실시한 후 시스템 변화는 없다”며 “다음달 중 한유련과 협의를 통해 향후 배추 하차거래를 어떻게 진행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석건 한서아그리코 대표는 “물류효율화, 하역기계화, 거래투명성을 위해 배추 하차거래가 추진돼야 한다”며 “어느 한 쪽의 입장이 맞고 틀리다고 얘기하기보다 전체 유통 시장을 내다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권승구 동국대 교수는 “하차거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현실과 맞지 않게 추진될 경우 출하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사전에 충분한 논의를 통해 시기를 조절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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